페루 커피 프로젝트 I PERU COFFEE PROJECT #04, 05
Region : Rodriguez de mendoza, Amazonas, PERU
Altitude : 1,650 ~ 1,680 m
Process : Anaerobic Washed / Natural
Variety : Catuai, Caturra, Bourbon
04 : 사과, 플로럴, 포도, 케인슈가
05 : 자두, 포도, 오렌지, 케인슈가
송호석 : 커피의 가공에서 발효는 점액질의 제거를 목적으로 합니다. 커피의 점액질은 여느 식품에 못지않게 많은 당류를 포함하고 있기에 미생물들의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이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미생물들이 만들어낸 부산물들이 커피의 품질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기산이라든지 아로마 전구체는 우리를 커피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부터 사람이 발효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발효로 인한 부정적 향미를 방지하기 위함과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개입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산소’를 차단하여 ‘산화’를 막는 것이 첫걸음이었고, 그것이 무산소발효라 명명되었습니다. 산소를 차단하여 우리가 그리고 싶은 그림의 흰 바탕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무산소발효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검정색 붉은색 그림을 그리기 위한 그 흰 바탕이 무산소발효입니다. 투명하고 밝으며 깨끗한 하얀 커피를 즐겨주시길-
정동욱 : 꽤 많은 무산소 계열의 커피를 로스팅 했다. 그에 대한 데이터가 고스란히 누적되어 있으니 보통은 샘플링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커피의 경우 총 일곱 번의 샘플로스팅을 거쳐 완성이 되었다. 이는 기존의 무산소가공의 커피와는 컨디션이 매우 다르다는 이야기다. 샘플링 과정으로 이 커피를 재구성하자면, 중미 고지대에서 재배되어 밀도가 높은 그리고 저온에서 느리게 드라잉 된 커피 같았다. 선명하면서도 투명한 산미와 특유의 포도톤이 산소를 차단함으로 발효를 늦춘 농부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베이스 위에 미생물 배양이나 가향과 같은 그림이 그려지는 것 아닐까 이 말이다. 로스터로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발효와 플레이버 그리고 드라잉과 디벨롭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때는 내가 농부부터 바리스타까지 어이지는 긴 커피 체인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같이 한번 살펴보자. 무산소 가공의 원형을. 오늘도 안녕히.
2022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