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 2024
굳이 블랜딩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보여드리고 싶은 커피를 위해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죠. 블랜딩말입니다. 뉴크롭 페루 게이샤의 향기에 무엇을 더할까 고민하다가 왜 무엇을 더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이대로 보여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네. 포근한 꽃향기와 정겨운 단맛이 포근한 봄날의 오후를 떠올리게 합니다. 커피의 향기가 이미지로 혹은 텍스트로 혹은 어떤 감각으로 연결된다면 커피가 하나의 언어로 작동한 것이겠지요. 저는 이런 지점에서 희열을 느낍니다. 올해 봄내음은 페루 엘 투미 게이샤로 소개하겠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Peru El Tumi Geisha
지역 : La Palma, Chirinos, Cajamarca
고도 : 1,800m
품종 : Geisha
가공 : Washed
꽃향기, 라임, 복숭아, 사과, 설탕시럽
따뜻한 바람 사이로 몸을 숨긴 봄내음에 잠시 경계를 풀어두었던 마음이 허물어진다. 봄이야. 봄은 그렇게 분명하게 시작된다. 잠을 설친 간밤에도 나른한 오후의 느린 시간 속에도. 담장 너머로 달큰한 꽃향기가 넘어와 나도 모르게 멈춰 섰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으로 고양이가 걸어 들어간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고양이와 봄이 산다. 조용한 골목길이었다. 걷던 방향으로 몇 걸음 걷다가 다시 돌아와 담장 앞에 선다. 눈을 감고, 고개를 들고, 천천히 그리고 깊이 호흡한다. 봄이 맑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한다. 봄은 말없이 사라진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이제 고양이만 산다. 고양이도 말없이 사라진다. 2024.03.17
2024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