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이 잘 안되는 생두도 어렵지만, 너무 잘 되는 타입도 쉽지 않다. 결국 적절하게 해내는 것이 어렵다. 무산소 가공의 커피들에서 자주 보는 특징은 과발현이다. 적당히 럼이나 시나몬으로 포장해도 편안하게 넘기기 힘든 경우가 종종 보인다. 그래서 그 '적절함'을 찾는 과정 즉 샘플 로스팅이 필요하다. 그 적절함에서 나오는 단정하면서 다정한 향미들을 나는 언제나 꿈꾼다. 그 과정이 나를 살게 하기에.

Region: Circasia, Quindio

Elevation: 1700-1800 masl

Varietal: Geisha

Process: Natural Carbonic Maceration

얼그레이, 민트, 자스민, 오렌지 껍질 향

품종이라는 몸에 프로세싱이라는 옷을 입었달까요? 거기에 떼루아라는 배경화면까지. 어떤 것이는 독립적인 변인으로 성립되는 인과는 사실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중 손쉬운 연결고리 하나로 세상을 이해한 듯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죠. 그러니 커피를 커피 그대로 바라볼 줄만 알아도 지혜로운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부족하지만 커피는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안녕히.

2022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