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05 Peru Finca Timbuyacu
무산소 발효라고 해서 무조건 과발효 뉘앙스가 나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순수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소와 온도 그리고 빛까지 통제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발효시킨 커피라면 지금 여러분들 앞에 놓인 이 페루 커피들처럼 투명해야 합니다.
무산소 발효라고 해서 무조건 과발효 뉘앙스가 나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순수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소와 온도 그리고 빛까지 통제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발효시킨 커피라면 지금 여러분들 앞에 놓인 이 페루 커피들처럼 투명해야 합니다.
PERU COFFEE PROJECT #04 #05
Peru Finca Timbuyacu
페루 프로젝트 다섯번째 커피입니다. 이번에는 무산소 발효에 대해서 다루어 볼까 합니다. 더불어 발효에 가공에 대해서도요.
송호석 : 커피의 발효는 기본적으로 ‘점액질(Mucilage)’를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점액질은 다양한 당분이 모여있는 상태로 물리적으로 이걸 제거하는 것 보다 물 속 혹은 공기중의 미생물로 하여금 이를 분해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었던 것이죠.
정동욱 : 커피 체리에서 씨앗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씨앗에 남아있는 그 끈적거리는 점액질 말씀이시죠? 점액질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송호석 : 네. 우리가 복숭아 같은 과일을 먹을 때 씨에 붙어 있는 끈적이는 잔여 과육이 뮤실리즈입니다. 복숭아는 과육을 먹는 과일이지만 커피체리는 그렇지 않죠. 당도가 굉장히 높지만, 섬유질과 수분의 뉘앙스가 강해 한 개 이상 먹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커피의 발견과 음용 역사에서 과육은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붉은색 혹은 노란색 체리 껍질과 과육은 쉽사리 제거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씨앗에 밀착되는 뮤실리즈의 성상으로 인해 물리적인 제거가 어려웠습니다. 이 뮤실리즈가 수분과 섬유질로만 이뤄져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다량의 당분 또한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커피의 변질로 이어지는 사례가 매우 많았습니다. 당분은 사람들도 좋아하지만, 벌레나 미생물 또한 매우 좋아하는 성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거를 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정동욱 : 무산소 발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때가 된 것 같아요. 교수님. 커피에서 발효는 무엇이고, 산소가 없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이야기가 참 길어질 것 같네요. 우선 커피에서 발효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정동욱 : 네. 그렇다면, 무산소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송호석 : 첫 번째는 ‘과발효’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식품의 발효는 산소와 접해 있기 때문에 산패와 늘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발효를 제어함에 있어 산소를 차단하는 것만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변화하는 커피산업의 환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의 가공법에 있어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죠. 가공을 진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투영할 수 있는 방법, 즉 산소를 제어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맥주 혹은 와인의 발효법을 차용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산소를 차단한다는 것보다 변수를 제어하는 것이 더 큰 목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동욱 :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산소가 없는 상태를 어떻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죠? 저는 이 대목을 공부하기 전까지 되게 애매하게 느껴졌었거든요. 한번 쉽게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호석 : 무산소가 진공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용기 혹은 비닐에 커피를 담고, 모든 공기를 인위적으로 뽑아내는 진공 방식으로 발효를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생산국에 따라 내압 스테인리스 용기, 플라스틱 용기, 비닐 등의 재질에 점액질이 붙어있는 파치먼트를 담은 상태로 발효를 진행합니다. 사실 이 상태에서 무산소 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기를 인위적으로 뽑아내는 건 일반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제한된 미생물은 점액질을 먹어치우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 밀폐된 용기 안에서 발효가 진행되다 보면, 커피가 이산화탄소에 둘러싸인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가 되면, 미생물의 활동이 느려지고, 새로운 발효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면서 자연스레 발효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굳이 설명하자면, 커피의 표면에서 미생물이 발효를 통해 발생된 가스가 바깥쪽을 향하는 화살표를 그리게 됩니다.(이산화탄소에 둘러쌓은 파치먼트) 이를 굳이 설명하는이유는 Carbonic meceration이라는 가공법과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동욱 : 밀폐된 용기 내에서 미생물이 파치먼트의 점액질을 먹어치우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산소가 차단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네요. CM이라고 불리는 카보닉 메서레이션. 이건 탄소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무산소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송호석 : 카보닉 메서레이션은 와인 발효에서 차용된 발효방법으로 점액질에 둘러싸인 파치먼트가 담긴 용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상태에서 발효를 시작한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CM의 경우가 초반 발효부터 제어가 되기 때문에 무산소보다 발효속도가 더 늦습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파치먼트를 눌러주는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무산소의 힘의 방향과 반대가 되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CM의 사례가 무산소 보다 생두에 가해지는 대미지가 큰 편이며, 실제로 로스팅을 할 때 CM을 거친 생두는 밀도가 다소 물러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정동욱 : 네. CM의 경우 생두가 무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로스팅에서 과발현을 조심해야 하는 대표적인 커피입니다.
송호석 : 네. 무산소 발효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자연스레 발생한 미생물의 활동 결과물인 이산화탄소가 파치먼트가 담긴 공간을 점진적으로 채워가는 형국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때 온도나 수분의 제어를 통해 보다 긴 발효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향미의 조향이 가능해집니다. 온도가 높거나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의 발효는 발효 온도가 높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과도한 발효에 의한 발효취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가 되는 경우 불쾌한 발효취를 줄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첨가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당분을 더 첨가하게 되면, 미생물로 하여금 발효를 진행할 수 있는 연료가 더욱 많아지는 것이기에 더 많은 발효에 의한 향미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투여되는 특정 미생물로 하여금 원하는 향미를 발현시킬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정동욱 : 요컨대 발효의 속도가 관건이군요. 발효의 속도를 늦추어 원하는 향미를 프로파일링 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송호석 : 네. 무산소 발효 자체가 특정한 향미를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무산소환경을 조성하고, 그 상태에서 원하는 첨가물이나 미생물을 투입하여 발효를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시나몬 게이트’라는 이슈가 있었는데, 무산소 발효를 거친 커피들에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음에도 ‘시나몬’ 향미가 발현되는 커피가 있었습니다. 이 커피에 대해 ‘시나몬을 첨가했다’, ‘첨가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지요. 결국 한 생두 회사가 시나몬을 첨가한 가공법을 공개하며 일단락이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동욱 : 커피의 경계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앞서 밀폐 용기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 용기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송호석 : 결국은 농부의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난한 농부는 플라스틱 통이나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구비할 수 없기에 그레인 프로 봉투에서 무산소 발효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통은 변형이 적고, 가격이 저렴해 보다 손쉽게 결과물을 얻을 수는 있으나 완벽한 산소의 차단이라는 것에는 물음표가 붙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테인리스 재질의 발효조는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으나, 가격이 비싸 가난한 농부들은 이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자본의 논리와 환경적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동욱 : 사진으로 직접 보니 보다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발효조에 비해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적어 보입니다. 무산소 가공 커피가 비싼 이유가 이와 관련이 있을까요?
송호석 : 네! 지적해 주신 부분의 영향이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통의 크기에 따라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적은 편이고, 소요되는 발효 시간 또한 일반적인 내추럴/워시드에 비해 긴 편이라서 ‘기회비용’으로써의 개념이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통을 구입하고 이를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감가상각 같은 부분도 있고요. 생각보다 산지의 환경이나 인프라가 열악해서 저런 통도 그들에겐 큰 지출이 됩니다.
정동욱 :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럼배럴은 무산소가공이라 볼 수 있을까요?
송호석 : 오크통의 경우 완벽한 산소의 차단이 불가능 한 상황이라고 여겨지기에, 오크통에서 진행되는 발효는 오크통의 플레이버나 이전에 오크통에서 숙성을 했던 위스키나 럼 등의 플레이버를 커피에 첨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보아야겠습니다. 더불어 발효의 제어라는 관점에서 ‘다크나이트’와 ‘프로즌 프로세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크나이트라는 가공법은 밤에 자외선을 차단한 상태로 발효를 진행했다고 소개했고, 프로즌 프로세스는 체리를 얼려둔 상태로 발효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국 빛을 차단하는 것으로 과발효의 우려를 낮췄으며, 온도의 제어를 통해 발효를 컨트롤하였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발효에 대한 조정으로 원하는 방향의 결과물을 얻기 위한 사람의 가공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무산소와 함께 살펴보면 좋을 듯싶습니다.
정동욱 : 그런데 교수님. 과발효를 막기 위해 발효의 속도를 제어하는 이 무산소 방식 말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오히려 다른 일반적인 커피들에 비해 늘 과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산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과한 산미와 발효취란 말이죠. 로스터 입장에서는 그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늘 과제였고요.
송호석 : 앞서 설명한 논리라면 무산소 발효 커피는 ‘깨끗’해야 합니다. 제한된 미생물이 발현시킨 정확한 효과만을 기대하는 가공법이기 때문에 깨끗하고 투명한 것을 그 특징으로 꼽아야 하며, 이를 통해 커피가 지닌 순수한 특성이 보다 효과적으로 발현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한 대로 완성도 높은 발효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커피 발효라는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첨가하는 효모 혹은 향미 물질의 관점으로 발효를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이죠. 이취스러운 향미의 커피가 등장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도한 발효(높은 온도에 의한 빠른 발효, 적정 발효 수준을 넘어선 발효)로 인한 향미의 왜곡 현상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이 나타내는 향미를 ‘독특한’이란 프레임으로 포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프레임은 ‘더욱 독특한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특별함 속에 담긴 이야기를 조금만 더 헤아려 본다면, 처음 무산소가 탄생한 시점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동욱 : 이 대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 인도네시아 커피부터 해야할 이야기가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다루게 될 커피에 대해 들려주세요.
송호석 : 이번에 소개하는 네번째, 다섯번째 커피는 ‘팀부야쿠 농장’의 무산소발효 커피입니다. 팀부야쿠 농장의 농장주 알폰소는 ‘카페 몬테베르데(Cafe Monte Verde)’라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대표입니다. 팀부야쿠 농장은 ‘카페 몬테베르데’의 직영농장으로 다양한 품종과 가공법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를 관리하고 있으며, 재배와 관련된 부분도 완벽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팀부야쿠 무산소 발효 커피는 ‘플라스틱 통’에서 발효되었습니다. 내추럴 커피는 96시간 체리를 통에 담아 발효를 시켰고, 워시드 커피는 체리상태로 16시간 무산소발효 후 펄핑을 하였고, 그 후 다시 36시간 무산소발효시킨 커피입니다.
정동욱 : 그간에 접해왔던 무산소 커피들과 다른 지점이 있을까요?
송호석 : 네. 이들 커피는 우리가 이미 경험한 적 있는 무산소 발효에 의한 ‘발효취’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알폰소의 다소 서투른 가공법 때문일지도 모르는다는 생각에, 그에게 물어봤습니다. “네가 만든 무산소 발효 커피는 내가 경험한 무산소 발효 커피 특유의 ‘시나몬 등의 향신료’, ‘숙성시킨 채소나 과일의 부정적 뉘앙스’가 없다 왜 그런 거야? 혹시 가공에 무슨 문제가 있었어?” 그의 답변은 명쾌합니다. “우리는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산소와 빛을 차단했고,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를 잘했는데, 결과물이 본래 커피 보다 깨끗하고 투명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 네가 경험한 무산소 커피가 과발효는 아닐까?” 그의 답변을 듣고 생각해 보고 공부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무산소 발효라고 해서 무조건 과발효 뉘앙스가 나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순수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소와 온도 그리고 빛까지 통제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발효시킨 커피라면 지금 여러분들 앞에 놓인 이 페루 커피들처럼 투명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산소 발효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커피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체리부터 생두까지 완성되기를 바라는 자그마한 소망 그 순수성에 대한 갈망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무산소 발효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시는 한 잔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Name : Finca Timbuyacu
Region : Rodriguez de mendoza, Amazonas, PERU
Altitude : 1,650 ~ 1,680 m
Process : Anaerobic Washed / Natural
Producer : Alfonso Tejada
Washed : 사과, 플로럴, 포도, 케인슈가
Natural : 자두, 포도, 오렌지, 케인슈가
정동욱 : 꽤 많은 무산소 계열의 커피를 로스팅 했다. 그에 대한 데이터가 고스란히 누적되어 있으니 보통은 샘플링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커피의 경우 총 일곱 번의 샘플로스팅을 거쳐 완성이 되었다. 이는 기존의 무산소가공의 커피와는 컨디션이 매우 다르다는 이야기다. 샘플링 과정으로 이 커피를 재구성하자면, 중미 고지대에서 재배되어 밀도가 높은 그리고 저온에서 느리게 드라잉 된 커피 같았다. 선명하면서도 투명한 산미와 특유의 포도톤이 산소를 차단함으로 발효를 늦춘 농부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베이스 위에 미생물 배양이나 가향과 같은 그림이 그려지는 것 아닐까 이 말이다. 로스터로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발효와 플레이버 그리고 드라잉과 디벨롭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때는 내가 농부부터 바리스타까지 어이지는 긴 커피 체인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같이 한번 살펴보자. 무산소 가공의 원형을. 오늘도 안녕히.
송호석 : 커피의 가공에서 발효는 점액질의 제거를 목적으로 합니다. 커피의 점액질은 여느 식품에 못지않게 많은 당류를 포함하고 있기에 미생물들의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이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미생물들이 만들어낸 부산물들이 커피의 품질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기산이라든지 아로마 전구체는 우리를 커피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부터 사람이 발효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발효로 인한 부정적 향미를 방지하기 위함과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개입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산소’를 차단하여 ‘산화’를 막는 것이 첫걸음이었고, 그것이 무산소발효라 명명되었습니다. 산소를 차단하여 우리가 그리고 싶은 그림의 흰 바탕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무산소발효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검정색 붉은색 그림을 그리기 위한 그 흰 바탕이 무산소발효입니다. 투명하고 밝으며 깨끗한 하얀 커피를 즐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