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COFFEE PROJECT INTERMISSOIN
생두의 유통과정에 대해
생두의 유통과정에 대해
INTERMISSION
페루에서, 송호석 교수님
정동욱 : 교수님. 뉴크롭은 아직인가요?
송호석 : 네. 늦어지네요. 3월 말에서 4월 초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동욱 : 공백이 생겼네요. 그럼 이 시간을 이용해 생두의 유통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송호석 : 네. 좋습니다. 수확된 체리는 가공 후 ‘파치먼트’ 상태로 보관이 됩니다.(내추럴 가공된 경우라면 말린 체리 형태로 보관이 되고요.) 소농들이 많은 페루는 조합이나 회사가 그들의 커피를 모아서 보관해 두었다가 한 번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관된 커피는 파치먼트(종자) 상태로 발아가 가능한 최적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통상 수분율이 10-12% 정도로 보관이 되는데, 9% 이하로 수분이 떨어지면 마른 장작, 건초 같은 부정적 뉘앙스가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12% 보다 높으면 즉시 발아가 이뤄지거나 썩어 버리기 때문에 수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바이어와 구매 계약이 완료되면 탈곡(파치먼트 껍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생두’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수출은 일반적으로 해상 운송을 기본으로 하고, 아주 특별한 경우 항공 운송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약 5-6배 정도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페루에서 한국까지 오는 배편은 최단 26일부터 최장 60일까지 소요되는데, 지금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배는 2월 19일 출항해서 3월 24일 부산에 도착하는 34일짜리 배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선박을 예약하는 일이 너무나 어려워져서 아주 어렵게 선적을 했고 지금은 한국으로 오고 있습니다.
정동욱 : 지금쯤 우리의 페루 커피는 바다 위에 있겠네요?
송호석 : 네. 지금쯤이면, 하와이까지는 왔을 것 같습니다. 곧 도착하면 가장 먼저 여러분들과 최고의 페루 커피를 함께 맛보고 싶습니다.
정동욱 : 멀리 남미 대륙에서 생산된 커피가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오고 있다는 상상, 너무 즐겁습니다. 수확과 유통의 사이클을 보면 결국 커피라는 것이 계절과일 같은 것이구나 싶어요. 교수님. 커피마다 각자의 계절이 있잖아요?
송호석 :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그런 점에서 보릿고개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생두를 기준으로 한 해의 사이클을 설명하자면, 12월~1월에 수확된 아프리카 커피(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가 가장 먼저 한국에 들어옵니다. 빠르면 3월에서 늦으면 5월까지 천천히 입고가 이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리카 커피에는 <2021/2022 크롭>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해를 지나가며 수확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중미로 이어집니다. 중미 커피도 12월에서 2월까지 수확이 이뤄지며, 아프리카 커피와 같은 표기로 수확연도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수확이 끝난 커피는 빠르면 4월 늦으면 7월까지 입고가 진행됩니다.
정동욱 : 이때, 저희는 샘플 체크하고 생두 구매하느라 정신이 없죠.
송호석 : 네. 그러다가 11월에 다다르면 그간 입고된 커피들이 많이 소진되는 시즌이 다가오는데, 커피인들은 이때를 ‘뉴크롭 보릿고개’.라 부릅니다. 더 이상 쓸 뉴크롭이 없어 새로운 커피를 찾게 되는데, 이때 빛을 발하는 커피가 ‘페루’입니다. 페루를 비롯해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남미의 커피가 수확된 다음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가장 빠른 도착 시기가 11월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해서 중미 그리고 남미로 이어지는 사이클, 이 흐름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동욱 : 교수님. 올해 페루 커피가 국내로 들어오는 시점이 예년에 비해 늦어진 거죠?
송호석 :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커피를 수확 및 관리하는 이들과 커피를 선적 및 운반하는 이들의 움직임을 정체시켰습니다. 게다가 유통의 정체와 물류의 혼돈은 전 세계를 아노미 상태로 만들어 버렸죠. 1월에 도착해야 할 커피가 4월에 도착했고, 7월에 도착해야 할 커피가 10월에 도착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저희 페루 커피도 이러한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11월에 계약을 마쳤고, 12월과 1월에 선적을 준비했지만, ‘빈 컨테이너가 부족해서 구할 수가 없다’, ‘선박에 문제가 생겨서 출항이 늦춰졌다’, ‘선 주문 물량이 가득 차서 배에 컨테이너를 싣지 못했다’, ‘선박에 문제가 생겨 2일 후에 출발한다’와 같은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초조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2월 19일 페루 최대의 항구인 까야오(Callao)에서 우리의 커피를 싣고 한국으로 출발했습니다. 3월 말 경이면 페루의 뉴크롭 커피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동욱 : 뉴크랍, 소위 햇콩이 이제 곧 들어오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갓 수확한 커피를 진공포장해 항공으로 받은 경우 로스팅이 어렵다고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생두의 수분활성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로스팅 방식에 따라 적정 수분활성도가 물론 다르겠지만 지나치게 낮은 경우엔 통상적으로 로스팅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생두가 단단하다는 수사도 이 경우가 주로 해당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레스팅이 된 이번 뉴크롭 페루 커피 기대가 되네요.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 일어나는 가격 폭등의 원인이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송호석 : 우리가 사랑하는 ‘아라비카 커피’는 기후변화에 아주 예민한 녀석입니다. 냉해가 들이닥친 브라질은 온 동네 커피나무가 모두 죽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페루를 포함한 남미 생산국들은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농부들은 애가 탔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죠. 거기에 비료값이 2배나 올라버리는 바람에 농부들은 더 이상 손쓸 방도가 없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2021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동욱 : 얼른 이 상황이 정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이제 곧 시작하게 될 프로젝트의 후반부는 어떤 커피들로 구성이 될까요?
송호석 : 전반부에서 페루의 근본적인 품종인 티피카, 떼루아를 상징하는 비투야,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카티모르 계통의 반전 라요쓰델쏠 그리고 무산소 발효의 재정립을 위한 팀부야쿠 내추럴/워시드를 소개했었지요. 후반부에서는 페루의 포텐셜이 폭발한 커피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커피는 앞서 소개한 바 있는 깨끗한 무산소발효를 완성한 ‘게이샤’입니다. 치리로마 농장의 ‘ini geisha’가 그 첫 주자가 될 예정입니다. 크래프트맥주 발효조에서 오랜 시간 무산소발효를 거쳐 완성된 워시드 게이샤입니다. 팀부야쿠의 연장 선에서 무산소 발효를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현재 최고 품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이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난 최고의 페루 게이샤인 ‘라 솔리다리아 게이샤 워시드’를 소개드릴 예정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치리로마 농장의 또 다른 보물 같은 품종인 ‘Maragogype’와 2,061m에서 자란 노란색 마라고지페도 아마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게이샤에 필적하는 쿠스코 지역에서 생산된 버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되시죠? 스포일링은 요만큼만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