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더 잘 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것이 영민하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또한 나름의 결론이었고, 근거가 있는 귀결이었으며, 그래서 소중한 성취였다. 다만 그것이 그대로 프레임이 되고 관습이 되어 그 속에 갇혀 살아온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분들의 인내심 덕분이라 생각한다. 오래 해왔기 때문에 내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래서 젊은 분들에게 많이 배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지구의 자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Kenya Kiangoi AA

Mango, Apricot, Cranberry, Blood Orange

지역 : Kirinyaga

고도 : 1,700 ~ 1,850m

품종 : SL28

가공 : Washed

더 높은 목표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적당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을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보다 나은 내가 되었다면, 마땅히 그만큼의 높은 목표가 필요한 것입니다. 목표를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동등합니다. 그렇게 연대합시다. 굳이 공동의 적을 두지 않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연대 말입니다. 이번 작업은 그런 목표와 그런 연대로 일관한 작업이었습니다. 부디 아름답길. 오늘도 안녕히.

2023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