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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작가. <문어 목욕탕> <코끼리 미용실> <마법의 방방> <나를 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를 쓰고 그렸다. 드립백 독자는 당신이 처음이에요.
거꾸로 눈사람은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요.
누가 먼저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표님과 민지 작가님 두 사람은 <경주의 사랑>을 읽고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여기에 그림을 그려봐도 좋겠다.’
최민지 그림책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거꾸로 눈사람>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거꾸로 눈사람>을 만들면서 제가 계속 했던 말은 이거 정말 선물 커피 같다! 에요. 연말의 따뜻한 기분과 쓸쓸함을 담은 이야기는 커피를 마시는 어른들에게 좋은 이야기가 되어줄거예요.
저도 가끔 혼자 거꾸로 있는 것 같거든요. 곁에 있는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주고 싶고 받고 싶은 선물 상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의 그림과 녹음 제과의 사블레와 쿠키는 멋진 선물이 될 거예요. 월간 커피플레이스의 내용을 빌려와 커피는 클래식, 미드나잇, 과테말라 와이칸, 에티오피아 워시드, 캔디플로스 드립백을 2개씩 넣어 구성했고요. 커피를 좋아하거나 (커피플레이스를 좋아하거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최민지 작가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좋아요.
(편집자 김연재)
Q 편집자(김연재)
A 최민지 작가
Q 10장의 드립백 지면은 작가님께 어떤 느낌이셨나요? 어떤 기분으로 작업하셨을지 궁금해요. <거꾸로 눈사람>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완성되었나요?
A 연재님이 드립백에 작업해달라고 하셨을 때, 바로 좋다고 대답했는데요.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막상 작업을 시작하려니 드립백 형식이 무척 낯설게 느껴지 더라고요. 오른쪽으로 책장을 넘기며 읽는 책이라는 형식을 떠난 작업은 처음이라서 떨 리기도 했고요. 우선 드립백의 물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뒤집어서 읽을 수 있 고 이리저리 순서를 바꾸면서 읽을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앞 뒤로 된 10개의 장면이 탄생했습니다. 원래 연재님이 제안한 건 드립백 5개였는데요. 앞 뒤로 인쇄가 어렵다는 걸 제가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아쉽기도 했지만 10개의 드립백으 로 읽어도 좋다는 말씀에 텍스트를 약간 수정하여 그대로 내기로 했답니다.
드립백이 선물상자에 담겨서 판매가 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밝은 이미지만을 떠올 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가 느끼는 연말은…마냥 밝고 행복하지는 않아서 잘 안되더라 고요.(웃음)
연말에 느끼는 쓸쓸한 기분이 함께 들어가도록, 마지막에는 안아주는 이야기가 되도록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커피가 주는 감각도 비슷한 것 같아요. 쓸쓸한 동시에 부드럽기도 해요. 눈사람의 특성 같기도 했습니다.
Q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다양한 질감의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빨간 새들이 날아가는 장면은 스톱 모션이나 과거 애니메이션의 한 컷 같았습니다. 어떤 장면은 프린트가 아니라 직접 도화지에 그린 것 같았고요. 이런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우선 눈사람이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종이를 오리고 찢어서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드립백에 직접 스케치를 하며 구상했는데 요. 종이 질감이 좋아서 드로잉 느낌을 잘 살릴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드립백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고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드립백에 그림 그렸어!’를 더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커피는 주로 어른이 마셔요. 그림책은 (아직까진) 어린이 독자가 많고요. 이번 그림책은 어떤 독자를 상상하고 그리셨나요? 어떻게 읽히길 바라나요?
A ‘드립백 독자’는 저에게 중요한 화두였어요. 제가 아는 독자는 그림책 독자 뿐이니까요. 드립백 독자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고… 좀 잘 생겼을 것 같아요.(웃음)
드립백 독자: 어른, 커피 좋아함, 커피 플레이스 좋아함, 연말이라 쓸쓸함, 연말이라 좋음… 일단 저는 <거꾸로 눈사람>이 연말 연초에 선물 하고 싶은 받고 싶은 드립백 세트가 되었으면 했어요. 한 장면 한 장면 선물 받은 기분이 들면 좋겠어요. 어른도 어린이만큼 복잡한 존재니까 열 개의 장면 중에 간직하고 싶은 감각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 저는 가끔 내가 혼자 거꾸로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공감하는 분들이 제 드립백 독자가 되어주실 것 같습니다. 어른이라면 어린이에게 위로받는 순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린이라는 존재를 아는 어른은 또한 좋아해주실 것 같아요.
Q 지금부터는 조금 더 책 내용에 관한 질문입니다. 거꾸로 눈사람은 왜 거꾸로 서있나요?
A 그렇게 만들어져서요. 머리부터 몸통-다리 순서로 쌓다보니 우리가 볼 때는 거꾸로 서있게 되었습니다.
Q 거꾸로 눈사람은 왜 ‘그 애’ 가 자기를 버렸을 거라 생각하나요?
A 눈사람을 만들고 나서 바로 뒤돌아 뛰어갔기 때문이에요. 사실 눈사람에게 줄 목도리를 찾으러 간 거랍니다!
Q 초록색 애벌레는 눈 오는 날 어떻게 거꾸로 눈사람을 찾아오게 되었나요?
A 우연히 발견했어요. 보통 눈사람은 머리가 위에 있어서 애벌레가 눈맞출 수 없었는데 처음으로 눈이 보이는 눈사람을 만나게 되어 한눈에 마음에 든 것 같아요.
Q 이 지면을 통해 <거꾸로 눈사람>에서 조금 벗어난 질문도 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 작은 그림으로 등장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다른 페이지에 또 나오는 인물들이 재밌어요. 얘는 누굴까? 호기심도 들고요. 배경에 있지만, 그 배경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왠지 좋기도 했어요. 이런 인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A 계획없이 막 그리다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나중에 인물들에게 서사를 덧붙여서 다음 장면에도 등장시켜요. 최근에는 계획적으로 캐릭터를 한명 한명 떠올리고 직업이나 고민까지 설정한 이후에 주변 인물로 등장시켰는데요. 두 가지 방식 모두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저는 민지 작가님의 책을 선물받아 처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그림책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른 그림책도 찾아보게 되었고요.
이번에도 작가님의 독자로서, 팬의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마시는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제가 말로 전하는 걸 진짜로 만들어 주신 대표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김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