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풍경
A Strange Scenery
금목서, 라즈베리 요거트, 망고스틴, 리치, 복숭아, 패션프룻
우선 이 커피는 매우 선명한 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 제시된 컵 노트를 아주 쉽게 느끼실 수 있어요. 그 선명함이 매우 즐거우실 겁니다. 다만 어딘가 기묘한 이 풍경에 대해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Scene #1 선명한 향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망고스틴과 리치 등의 향미가 매우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원두의 디개싱 여부, 디개싱을 통한 산미 톤의 발현과는 무관하게 말이죠. ‘낮은 볼륨의 향미 - 디개싱 - 산미 톤 발현+향기 발현’이라는 일반적인 맥락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 초반부터 드러나는 선명한 향의 정체가 혹 인위적으로 향을 첨가한 인퓨즈드 계열이 아닐까 의심스러웠지만 생두 수입사로부터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Scene #2 두번째 향
선명한 과일 톤이 지나가고 두 번째 향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엔 커피가 제법 식었을 때였습니다. 편안한 단맛 위에 부드럽게 펼쳐지는 복숭아의 향미가 정갈합니다. 왜인지 이 커피의 원래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어쩌면 초반의 선명한 향과 이 두 번째 향이 내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점차 디개싱이 되어 갈수록 양상이 달라지는 줄다리기를 말입니다.
Scene #3 기묘한 풍경
물론 처음 보는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세상의 변화를 비로소 체감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은 알 수 없고, 우리는 불가피하게 믿음을 선택합니다. 이상하리만치 향미가 인위적인 커피들도 시장에 참 많습니다. 그런 커피와 저런 커피가 역시 줄다리기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요? 이 커피가 그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느낀다면 제 착각일까요? 오늘도 안녕히.
Colombia El Tablon Pink Bourbon 엘 타블론 핑크버번
지역 : Tablon de Gomez, Narino
고도 : 1,800 ~ 2,100m
품종 : Pink Bourbon
가공 : Anaerobic Washed(Late Harvest)
EK43 12
97도- (디개싱에 따라 온도를 낮춰주세요)
17(coffee) - 272(water) X16
TDS 1.32%
Yield 18.6%
Color 92.3
2024년 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