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Peru Rayos del Sol
'Rayos del SOL'은 한 줄기 햇살이란 의미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잔에 담긴 이 커피로 조금은 더 행복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Rayos del SOL'은 한 줄기 햇살이란 의미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잔에 담긴 이 커피로 조금은 더 행복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PERU COFFEE PROJECT #03
Peru Rayos del Sol
패루 프로젝트 세 번째 커피입니다. 이번에는 기후변화와 품종의 개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동욱 : 교수님 이게 말로만 듣던 로야(Roja, 커피 잎 녹병) 인가요?
송호석 : 네. 그렇습니다. 티피카(typica)가 주 재배 품종인 페루에서 기후변화로 발생한 로야는 재앙과도 같았습니다. 티피카의 70% 이상이 절멸했습니다.
정동욱 :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까지 위태롭게 하네요. 가끔 우리는 언제까지 커피를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송호석 : 변해가는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병충해에 저항성을 지닌 품종을 국가적으로 보급했었죠. 바로 카티모르(catimor)가 그것입니다. 카티모르는 카투라(Caturra) 품종과 하이브리드 드 티모르(HdT)의 결합으로 탄생한 결과물로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아 농부들 입장에서는 ‘한 줄기의 햇볕’ 같은 존재였습니다. 로야로 인해 절멸한 생산량을 보충하기 위해 카티모르를 장려한 나라는 저마다 자국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카티모르를 변형 및 개량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 단점이 있었으니 HdT에 잠들어 있는 로부스타의 부정적 뉘앙스가 지배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킬레스건이었지만, 이런 단점은 자신의 커피나무를 모두 잃어가는 농부들에게는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정동욱 : 카티모르 계열 하면 생각나는 품종들이 있습니다. 파라이네마(parainama), IH-90, 카스티요(castillo) 같은 것들요. 돌아보면 수년 전까지는 이러한 품종들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가급적 기피를 했었어요. 지난 몇 년 사이 놀랄 만큼 품질이 좋아지기 전까지는요.
송호석 : 맞습니다. 카티모르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품질이 많이 개선된 건 품종이 각 국가의 떼루아에 적응하고, 세대가 거듭된 것이 원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뤄보고 싶은 커피는 그중 ‘코스타리카(costa rica)’품종입니다. 코스타리카 품종은 코스타리카에서 개량된 ‘카티모르’입니다. 코스타리카 커피 협회인 Icafe에서 개량을 통해 세대를 거듭할수록 로부스타의 색채는 약해지고, 향미적 우수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에서는 그 포텐셜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대체품의 하나로만 여기고 있지만, 페루로 전해진 코스타리카가 포텐셜을 터트립니다. 이 커피를 저에게 소개한 ‘엘비스’는 “페루에서 재배된 ‘코스타리카’는 다르다”라며, 늘 저에게 게이샤 다음으로 강력 추천하는 품종이라고 했습니다.
정동욱 : 특정 품종이 특정 국가에서 유독 좋은 결과를 보이는 예를 종종 본 것 같습니다. 결국 커피는 품종의 유전적 특징은 그 지역의 떼루아라는 옷을 입고 발현되는 것이니까요. 지난 몇 년 사이 맛본 파라이네마, 카스티요 중에서는 그러한 로부스타의 유전적 특징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아주 훌륭하다고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송호석 : 네. 그와 관련해서 재밌는 사건 하나를 소개합니다. 2019년 페루 CoE는 품종 관련 이슈가 유독 많았습니다. 챔피언에 오른 품종이 ‘마르셸(Marshell)’이었는데, 이는 World Coffee Research에 정식 등록된 품종이 이니었기에, CoE의 주최 측은 이 품종의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유전자 검사의 결과는 코스타리카(costa rica)였습니다. 이에 대해 ‘marshell은 costa rica와는 다르다.’라는 의견과 ‘페루 costa rica 품종의 포텐셜을 보여준 결과이다.’라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병충해 극복을 위해 등장한 로부스타의 유전자를 지닌 개량종이 COE 챔피언에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참 재미있죠. 기후변화에도 잘 적응하고 생산량도 많은 costa rica 품종이 페루 커피 산업에 어떤 존재로 자리 잡게 될지 같이 지켜보시죠.
Peru Rayos del Sol
Region : tabaconas, san ignacio
Altitude : 1,850m
Variety : Costa rica
Producer : Clever Vega
Process : Washed
목련, 체리, 열대과일, 바닐라
송호석) '코스타리카'는 페루의 농부들에게 새로운 한 줌의 햇볕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부스타 계통의 구수함이 떠오르는 '카티모르' 계통의 품종이라 여겨졌던 '코스타리카 품종'이 페루의 '떼루아'를 만나 열대과일 같은 달콤하면서도 이국적인 풍미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직 이 커피를 맛 보지 못한 이들은 "'카티모로'에서 플로럴이 느껴진다고?"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후로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병충해에 저항성이 강하면서도 향미적 포텐셜이 폭발하는 그런 녀석입니다. 'Rayos del SOL'은 한 줄기 햇살이란 의미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잔에 담긴 이 커피로 조금은 더 행복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정동욱) ‘카티모르 계열, 낮은 밀도, 높지 않은 고도.’ 몇 가지 데이터가 지시하는 방향이 하나로 모일 때는, 비록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확신이란 걸 가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저 없이 걸어간 길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때면 단순한 기쁨을 넘어 환희를 경험하게 됩니다. 노력해도 쉽지 않은 길도 있으니 세상은 제법 공평하게 되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면서요. 압도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게이샤에 견줄만한 커피 품종으로 저는 에티오피아 싱글 버라이어티나 파카마라 혹은 파라이네마를 떠올립니다. 오늘, 거기에 한 가지 커피를 더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페루의 코스타리카 품종을 말입니다. 오늘도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