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Peru Cerro Azul geisha natural
내추럴 게이샤, 이 커피는 매우 우아합니다. 따뜻한 햇볕 같기도 하고 포근한 봄바람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향미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글쎄요 참 행복해집니다. 저는 아무래도 커피가 참 좋습니다. 이 일이 주는 위로가 저를 또 일으켜 주니까요
내추럴 게이샤, 이 커피는 매우 우아합니다. 따뜻한 햇볕 같기도 하고 포근한 봄바람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향미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글쎄요 참 행복해집니다. 저는 아무래도 커피가 참 좋습니다. 이 일이 주는 위로가 저를 또 일으켜 주니까요
PERU COFFEE PROJECT #07
Peru Cerro Azul geisha natural
신기하게도 이리 아름다운 커피들은 꼭 제가 슬픈 감정일 때 찾아 옵니다. 차분히 생두를 살피고 수분과 밀도를 측정하고 재배환경을 조사한 뒤 적절한 프로파일을 설계하고서, 네 로스터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죠. 그 순간 말입니다. 그 벅찬 순간에 이 글을 씁니다. 아름다움이 위로가 되는 순간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정동욱 : 교수님. 다시 게이샤네요. 대신 이번엔 내추럴이군요. 아무래도 내추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송호석 : 내추럴은 아주 간단합니다. 체리를 수확한 다음 그대로 잘 말려주면 됩니다. 그러면 아주 드라마틱 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때론 과일 같고, 향신료 같은 뉘앙스가 발현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내추럴 커피를 좋아하시죠.
정동욱 : 인간이 커피를 발견하고서 가장 처음 시도(?)한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송호석 : 네. 맞습니다. 사람이 처음 커피를 발견하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자연스레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이 되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건조한 기후’가 필요했습니다. 커피 체리는 그 자체로도 17-21brix의 당도를 지닌 과일이기 때문에 자칫 물러지거나 썩어지는 부정적 발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가 처음 발견된 에티오피아와 전파를 담당한 예멘에서는 커피 체리의 건조를 위한 완벽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다른 가공법이 필요치 않았죠.
정동욱 : 중미에서 워시드 가공법을 시도한 것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을까요?
송호석 : 네. 사실 워시드는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걸로 추정됩니다. 그 후 커피의 전파를 타고 습한 기후를 가진 중미로 전파가 되었죠. 결국 습한 기후 때문에 체리가 잘 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워시드 같은 가공법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내추럴은 건조한 기후에서 적절히 발효되어야 품질이 좋은 커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앞서 설명드렸던 내추럴 커피의 드라마틱 한 향미를 탄생시키고 싶은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내추럴은 탄생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습한 공기와 높은 온도는 체리의 변질로 이어졌고, 쿰쿰하고 시큼한 과발효 향미가 만들어 젔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비닐 하우스를 이용해서 습도를 차단하거나, 건조 과정에서 대형 선풍기를 통해 과발효를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각 국가별로 완성도 높은 내추럴 커피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내추럴 커피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동욱 : 인도네시아의 워시드는 또 좀 특이한 것 같아요.
송호석 :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 커피가 심어진 것이 1600년대 중반으로 중남미에 커피가 심어진 것보다 훨씬 앞선 시점입니다. 워낙에 고온 다습한 기후였기에 본래 가공법이던 내추럴이 불가능 한 상황이었고, 쉽사리 썩어버릴 수 있는 당분 덩어리를 제거하고 가공하게 된 게 ‘워시드’의 시작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는 ‘웻헐링’이란 가공법이 존재하지만, 과육을 재거하고 씻어낸다는 점은 같습니다.
정동욱 : 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언젠가 식당에서 내추럴 와인을 함께 주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 사장님이 커피에서 말하는 내추럴은 어떤 건지 물으시더라고요. 커피 가공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습니다. 같은 식음료 계통이니 ‘내추럴’이란 단어 사용에 대해 공통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어떤 맥락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송호석 : '내추럴' 이란 수식어를 공유하고 있는 와인과 커피는 참 많이 닮았습니다. 본 재료 이외의 것들을 첨가하거나 빼지 않는 그 자체랄까요? 그래서 이들이 ‘발효’되며 만들어지는 특유의 향미가 약간의 발효취를 동반한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또, 가장 먼저 시작된 양조/가공법이란 점, 만들어진 향과 맛이 꽤나 다채롭다는 점 등 공통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때 작용하는 ‘브렛타노마이세스’라는 야생효모가 간섭해서 가끔은 아주 시큼한 향미를 발현시키기도 합니다. 발효의 완성도가 높아야만 좋은 향미가 발현되고, 자칫 과하게 발효되면 ‘과발효’라는 매우 치명적인 향미가 나타나는데, 장류 같거나 식초류 무른 과일 등 아주 불쾌한 향미가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향미에 극도로 예민해서 과발효 뉘앙스가 있는 커피나 와인은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정동욱 : 그럼에도 커피와 와인, 이 두 분야에서 말하는 내추럴은 엄밀히 말해 다르죠. 커피를 중심으로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해 주시면 어떨까요?
송호석 : 내추럴 커피는 체리가 가진 당분이 생두에 100%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내추럴 가공법을 거친 생두는 당분을 머금은 노란 빛깔을 띠고, 생두에서도 과일류의 향미가 인지됩니다. 가공 과정에서 수분을 증발시키고, 남겨진 당분이 생두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과육류의 단맛이 생두에 남겨지며, 수많은 미생물들이 발효에 관여해 ‘다채로운 향미’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를 통째로 발효한달까요? 과육이 분해되어 당분이 가득한 포도주스가 되고, 이를 발효시킨 존재가 와인입니다. 내추럴 커피는 과육이 발효된 대사산물이 씨앗에 남겨져 있다면, 내추럴 와인은 과육과 껍질 들 모든 것이 발효되어 물에 녹여진다는 게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내추럴 커피는 발효된 과육의 향미가 생두에 베여있다고 설명한다면, 내추럴 와인은 모든 것이 발효된 그 자체라 보시면 됩니다.
정동욱 : 네. 커피든 와인이든 무엇인가 더하거나 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내추럴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커피는 그렇게 가공된 씨앗을 다시 고온의 열로 로스팅 한 뒤 곱게 분쇄를 해 물에 녹여 먹는다는 것이 다른 점이겠네요. 커피와 와인의 근본적인 공정의 차이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언제 교수님과 와인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Peru Cerro Azul Geisha Natural
Region : Chirinos, Cajamarca
Altitude : 1,850m
Process : Single layered Natural (24days)
Variety : Geisha
블루베리, 라벤더, 베르가못, 꿀
송호석 : 세로 아줄은 스페인어로 ‘푸른 언덕’이란 뜻입니다. 이번 커피는 푸른 언덕 위에 흐드러지게 핀 보랏빛 꽃과 그 사이사이 열린 베리류 같은 풍경이랄까요? 처음 이 커피를 만났을 때 느꼈던 블루베리 콩포트 같은 뉘앙스와 베르가못이 어우러진 향미를 가진 커피였고, 무엇보다 내추럴 프로세스로 인한 부정적 향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웰 메이드 내추럴인 ‘세로 아줄 게이샤’를 자신있게 소개합니다. 이 한 잔의 커피로 여러분들이 조금 더 행복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동욱 : 내추럴 게이샤, 이 커피는 매우 우아합니다. 따뜻한 햇볕 같기도 하고 포근한 봄바람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향미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글쎄요 참 행복해집니다. 저는 아무래도 커피가 참 좋습니다. 이 일이 주는 위로가 저를 또 일으켜 주니까요. 좋은 커피를 소개해 주신 송 교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도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