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행이지 뭡니까. 포기할까 잠시 생각도 했으니 말입니다. 그 포기와 완성의 경계가 어느 순간엔 참 모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론 추출이 충분치 않은 것을 로스팅으로 해결하려다 포기하는 경우는 또 없었겠습니까. 센서리의 스펙트럼이 좁아 넘겨버린 커피는 또 없었을까요. 물 컨디션의 매칭이 좋지 않아 헤매는 경우는요. 그러니 제대로 본다는 것 말입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또 새로운 커피를 소개하는 일 말입니다. 그래서 참 감사한 일이고요.

Ethiopia Ririrpa I 리리르파

지역 : Oromia, West Arsi Zone Nensebo

고도 : 2070m

품종 : Ethiopia Heirloom, Kurmi

가공 : Washed

흰꽃, 라임, 체리, 천도복숭아

끝내 풀지 못한 문제는 또 얼마나 많을까요. 글쎄요. 풀 수 있는 문제만 선택하는 삶도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문제만 풀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말입니다. 마지막 한 발 더 내디뎌 새로운 풍경 앞에 서보는 삶은 또 어떤가요. 끝내 풀어낸 문제 앞에서 비로소 느끼는 자유로움은요. 네. 로스팅 이게 뭐라고 전 늘 저 혼자 이리도 치열합니다. 오늘도 안녕히.

2023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