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그저 살던 대로 살았던 레비는 후퇴에 성공하여 포로가 되는 것을 면했지만, 존재 의의를 잃은 오성용병단이 천천히 와해되어가는 와중에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혼자 남았다.
바스티온은 레비로부터 길드타운 공성전이 끝난 뒤의 일을 듣고, 레비가 자기와 같다는 것을 보았다. 비록 바스티온 자신은 남으로 인해 죽음에 몰렸을 때 역시 남으로 인해 살아났지만, 레비는 그럴 길이 없었을 뿐이다. 결국 바스티온은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인 레비와 만나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모두 "보통 용병"이었다.
바스티온은 스스로 뭔가 결정할 수 없었지만, 에델과 발렌틴은 그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 "용병 아리랑", 즉 시대에 쓸려간 용병들의 한을 느낄 수 없다. 반면 보통 용병인 바스티온은 뼈에 사무치게 알고 있다. 바스티온은 레비가 보통 용병이었음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기에 용병식 장례를 치루었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같은 처지의 동료였기 때문에 가족을 대신해서 장작에 불을 붙인 것이다.
레비의 장례는 그 자체로 바스티온이 과거의 삶과 결별하는 상징성을 가질 수도 있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장사지냈달까. 그렇게 본다면 바스티온은 이제 주어진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뭔가 방침이나 목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김모씨) 뭐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는 매 순간 알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되어야 했던 건지는 변신괴수랑 얘기하다가 방금에야 알아챘습니다. 전에 생계요원님이 제안하셨을 때는 그게 별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았는데, 이게 "길드타운 공성전 이야기"가 아니라 "길드타운 공성전 끝난 뒤의 이야기"가 되니까 확 다르네요. 레비와의 만남으로 "기본 치료"는 된 것 같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뒤에 일어나는 일에 따라서 정해질 것 같습니다.
(김모씨) RPG 플레이를 17년 했지만 이만한 라인은 처음 겪는 것 같습니다. 생계요원님 센스와 다른 플레이어분들 지원에 감사드려요.
(김모씨) 바스티온이 보통 용병이냐 특별한 용병이냐를 가르는 시점은 아마도 길드타운 남문의 개폐장치를 작동시키러 올라갔을 때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기서 허무하게 시민병의 창에 찔려 쓰러지지 않았다면 아마 남문을 여는 주역이 되었을 것이고, 투항 용병으로 신원이 오인된다거나 하는 일 없이 패전과 동시에 포로로서 잡혀 재판을 받고 형을 언도 받았겠지요.
(변신괴수) 그런 의미에서 역시 휩쓸린 용병의 한이 매우 깊은 듀라스를 만났을 때 바스티온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김모씨) 듀라스는 마지막에 보인 모습이, "마란과 이사벨이 배반만 안 했어도 이겼을 텐데!" 였지요. 종류가 다른 한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생계요원) 실은 세션 018에서 바젤이 바스티온을 찾아왔을때 '대세에 휩쓸려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는 식의 얘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그때 바스티온이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그때 상황이 여의치 않기도 했고, 플레이어도 식상하게 여길 듯 한 분위기라 그냥 넘어가고 다른 떡밥을 찾아볼까 했었는데 여기서 다시 이 라인으로 넘어오게 되네요.
(김모씨) 그랬으면 좀 상투적으로 됐을 것 같아요. 지금 잘 된 점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건 선택의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이건, "선택하지 않고 살던 대로 산 것"을 깎아내리지 않고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바젤이 설득력을 갖기가 좀 어려운 게, 바젤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페인이라거나 베르디나 같이 역시 흐름에 거슬러 선택을 한 사람들을 바스티온이나 레비와 나누어서 얘기하질 못하죠... 그 자신 특별한 사람이니까 더욱요. 설령 바젤이 어찌 설득력 있게 얘기를 하고 바스티온이 받아들였다 해도 그것은 말하자면 보통 사람에 대한 부정이 되는데, 그건 지금만 못 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삶을 바꾼다고 하면, 그것이 잘못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라...
(변신괴수) 바스티온은 좀 솔깃했을 수도 있겠으나 이 방향으로 비애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김모씨의 취향이라 그렇지요 헤헤. 저도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방향이 이쪽이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덧붙여서, 레비가 죽고 바스티온이 슬퍼지면서 에델 라인도 더 완성되는 감이 있어서 기쁩니다.
(생계요원) 상투적으로 됐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는 점에서 그때 거기서 더 안 끌기를 잘 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