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뒤를 돌아보자, 낫 같은 팔을 가진 사람만한 벌레 둘, 그리고 커다란 턱이 달린 곰만한 벌레가 보인다. 발렌틴은 화살을 네 발 밖에 가져 오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벌레들은 위협적으로 다가와 날개를 떨며 소리를 내고, 바스티온과 에델은 칼을 뽑으며 천천히 다가간다. 싸움은 실로 처참하다. 바스티온은 손을 꿰뚫리고 중상을 입은 데다가 무기까지 잃는다. 발렌틴은 화살을 꺼내려다가 화살통째로 바닥에 쏟고, 에델은 다리가 비틀려 쓰러진다. 바스티온은 쓰러져서 유적충의 다리를 붙잡고 다른 두 명에게 빨리 도망 가라고 소리치다가 기절한다. 벌레 두 마리가 기절한 바스티온을 집어든다. 발렌틴과 에델은 바스티온을 구하려고 힘겹게 다가가지만 빈사 상태의 큰 벌레가 날개를 펼치고 앞을 가로막는다. 결국 바스티온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끌려간다. 두 사람은 큰 벌레를 쓰러뜨리지만 바스티온은 이미 잡혀간 상태. 에델은 아연실색해 있고, 발렌틴은 에델을 응급처치한다.
발렌틴은 바스티온을 걱정하는 에델을 설득하여 서로 부축하여 마을로 돌아간다. 마을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발렌틴과 에델이 일어난 일을 설명하자, 다들 놀라며 그 큰 놈이 신지기를 잡아 먹은 그 놈이 아닌가 한다. 두 사람은 잡혀간 바스티온을 당장 되찾아 와야 한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둘의 부상이 심하다며 만류하고, 일단 촌장과 이야기해 보자고 한다.
촌장이 집에 찾아온다. 에델은 계속 잡혀간 사람 타령만 하고, 발렌틴은 일어난 일을 정연하게 설명한다. 촌장은 숲속에 그런 괴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며 걱정한다. 발렌틴은 이 마을을 다스리는 영주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느냐고 묻는데, 이곳이 워낙 벽촌이라 닷새에서 열흘을 가야 영주의 저택이 나온다고 한다. 촌장은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편지라도 써서 전해야 하겠다고 한다. 발렌틴이 그것 밖에 방법이 없느냐고 다그치자 촌장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을 뿐이다. 발렌틴은 바스티온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꺼내지만, 촌장은 아주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바스티온은 이미 죽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 . ." 발렌틴은 상황이 이해가 가지만, 에델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아니나다를까 에델은 끝까지 우긴다. 촌장은 세 명이 가서도 그 꼴이 됐는데 혼자 가서 무슨 수가 있겠느냐 하지만 에델은 막무가내다. 발렌틴은 에델에게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뒤에 가자고 한다.
발렌틴은 불꽃의 상처를 보살피며 말한다. "너나 나나 오늘 내일은 좀 쉬자."
에델은 다치고 지친 몸으로 대장간을 찾아간다. 크로나는 칼을 하나 막 완성하려는 참이다. (에델은 쓰던 소검과 레비의 바스타드소드를 다짜고짜 내밀고, 합해서 큰 칼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한다. 크로나는 열흘은 걸린다고 하는데, 에델은 기다릴 수 없다고 우기며 거기 있는 칼이라도 빌려달라고 한다. 크로나는 절대로 안 된다고 정색을 하지만, 에델은 전대를 통째로 내려놓고 이걸 다 줄 테니 내놓으라고 재차 부탁한다. 크로나는 이건 용도가 정해진 칼이라며 또 거절하지만, 에델은 그 용도가 뭔지 몰라도 자기가 할 테니 달라고 한다.) 향후 진행이 어려워, 긴 의논 끝에 잠정적으로 취소(*).
세션 전 의논
지난 번에 끝난 모양새로 보아 오늘은 전투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유적충의 본거지로 이어지는 힌트를 여기서 얻자.
적은 어떻게 나오는 게 좋을까?
중형 유적충 셋?
너무 쉽다. 둘에 대형 하나.
무대 뒤 풍경
전투에서는 PC들 전원이 초반에 말도 안 되는 대실패가 연속으로 나왔습니다. 바스티온은 공격 대실패 표에서 4가 나와 칼이 부러지고, 에델은 비무장 공격 대실패 표에서 17이 나와 다리에 쥐가 나고, 발렌틴은 첫 화살 빨리뽑기에서 대실패가 나와 화살통의 화살이 모두 바닥에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적들도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여 모두가 HP 1/3 미만으로 떨어지는 결과에 달해, 전투를 계속 진행하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이 전투의 목적은 PC들이 괴물들과의 싸움을 통해 그 본거지를 알아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승리한 PC들이 도망치는 유적충을 쫓아가는 걸 다들 상상했지만, 결과가 저러니 그건 할 수가 없게 되었지요.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한 끝에, 괴물들이 기절한 바스티온을 어떤 이유에서인지 끌고 자기네 소굴로 돌아가는 것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바스티온은 유적충의 소굴에 가게 되고, 다른 PC들은 전멸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바스티온이 유적충 소굴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게 되느냐에 대한 이야기에서, 타야의 스승도 유적충에 의해 물 속에 끌려들어갔고 아무도 시체를 확인하지 못했으니 거기서 만나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어서, 타야가 신지기 노릇을 제대로 못 하는 이유가 스승이 죽지 않아 제대로 신통을 이어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오히려 잘 된 셈입니다.
크로나가 왠지 굉장히 애지중지하는 바스타드소드를 에델이 어떻게 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이것은 쓸 사람이 정해져 있는 물건이다"와 "이것은 용도가 정해져 있는 물건이다" 사이에서, 그렇다면 누가 쓸 것인가 또는 어디에 쓸 것인가를 위주로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것이 에델에게 미치는 영향, 앞으로 일어나기로 예정된 일과 중복될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것인가 등등, 정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결국 크로나가 지금까지 굉장히 강경하게 거부했으면서도 어떤 이유로 에델에게 칼을 넘기게 되는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은 나왔으되 아무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안이 없어 일단은 에델이 대장간에 들어가는 장면부터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는, 뚜렷한 의견들이 충돌하는 것보다 이렇듯 아무도 자기 의견에 충분한 자신감이 없을 때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