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으로 떠나는 여행

게시일: 2009. 10. 1 오전 12:18:07

민들레반의 역할영역은 가상의 상황 안에서 엄마, 아빠, 공주, 로보트 등 나를 벗어던지고 다른 누군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곳이다. 놀이를 통해 엄마, 아빠, 언니, 오빠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방하며 놀이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호수공원으로 소풍을 떠나는 것처럼, 아픈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가는 것처럼, 어떤 특별하고 재미있는 상황이 마치 실제처럼 일어난다.

놀이를 이어가면서 아픈 아기를 치료하기 위해 ohp의 병원을 찾거나 교실의 한가운데로 소풍을 나오기도 한다.

새롭고 재미있는 극적 요소를 첨가하면서 놀이의 즐거움이 더욱 커질 뿐 아니라 영역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

# 지도의 등장!

-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상황을 설정하고 놀이하던 어린이들은 메시지 센터에서 그 곳(가상의 공간)에 가기 위한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메시지 센터에서 그려낸 단순한 끄적거림이었지만 역할 영역과 만나 지도로써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그리고 진짜로는 갈 수 없는 병원이나 마트를 지도 안에 담고, 진짜처럼 그 길을 찾아 나선다.

여기가 병원이야~

병원가야 하는데 길이 막혔어, 어떡하지?

딴 지도 그려야지

애기 병원 가려면 일로 가~

근데 막혔어~ 그럼 남쪽 나라 가는거야~

우리 집 가는 지도야

여기가 출발이고 여기가 도착인데

가운데는 호수가 있다는 뜻이야

이거 보면 친구들 다 우리 집에 올 수 있어~

마트가는 지도야.

무슨 작은 글씨가 있는데 잘 보고 갈 수 있어.

너무 높은데 산꼭대기가 있어.

직진을 많이 해야 돼.

이거 보고 사람들 잘 가라고 만들었어.

#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어린이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큰 재미와 희열을 나누고 있다. 가짜임을 알면서도 진짜처럼 하기라는 약속은 암묵적으로 합의된 하나의 놀이문화이다. 또래의 놀이를 인정해주는 문화 가운데 친구와 함께 길을 찾아나서는 어린이들의 모습 속에서 진지함을 읽게 된다.

민들레반 어린이들도 우리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거절하지 않고, 또래의 생각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줌으로써 의미있는 놀이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민들레반 곳곳에 숨어있는 어린이들의 가상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민들레반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 모두 함께하는 놀이가 어떻게 드러나게 될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