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 색 이야기

게시일: 2010. 2. 2 오전 12:14:30

** 계열색을 찾아서**

방학을 지내고 온 어린이들과 색의 범주 중 가장 아름다운 색감을 지니고 있는 자연의 색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방학 동안의 경험이 담긴 사진 속에 나무들은 모두 다른 나무색을 띠고 있었고, 비슷한 색이지만 다른 색처럼 보이는 초록색이 하나의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삼원색과 흰색을 섞어보며 3명의 어린이가 나무색 만들기를 시도했고, 어린이들은 각자 흐리고 진함의 차이가 있는 초록색을 만들었다. 조금씩 다르지만‘초록’으로 불릴 수 있는 색을 한 장의 종이에 남겨두고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졋다. 어린이들은 같지만 다른 색을 친구색이라고 부르며 내가 만든 색의 친구색들을 찾아간다. 친구색이라는 말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진 것으로 비슷한 색은 비슷한 것끼리 친구일것이라는 유아스러운 상상에서 또래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져있는 어린이들만의 고유한 언어라고 할 수 있다.어린이들이 계열색, 다시 말해 친구색을 찾아보는 과정은 색 속에 숨은 민감한 차이를 분석하고 의미를 찾아보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하나인 것 같지만 하나가 아니고 같은것 같지만 같지 않은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생각의 유연성은 어린이들이 사물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되는 창의적 학습의 문화로 자리잡아 갔다.

처음에는 색깔이 확연히 달라지는 마술같은 변신을 즐겼다면 점차 미세한 차이에서 오는 다른 색 만들기에 더욱 재미를 느낀다. 어린이들은 더욱더 조심스럽게 물감의 양을 조절하게 되었고 그 차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색마다 각각의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위 자료는 같은 날 소집단 안에 두 친구가 만든 색인데 서로의 것을 눈여겨 보거나 색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비슷한 색을 만들게 된다. 서로 비슷한 색이라 하더라도 어린이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의미있는 색:이름 짓기 **

물감으로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색은 어린이들의 경험과 주변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표현된다. 내가 만든 친구색에 색깔마다의 이름을 지어주면서 색깔의 이름을 나타내는 표현이 처음에는 빨,주,노,초,파,남,보로 한정적이고 이미 정해진 이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비슷한 것 같지만 내가 만든 다른 새로운 색에 이름을 붙여주는 시도들은 비교에서 오는 차이와 서로 다름을 이해하면서 그 하나하나에 어린이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줌으로써 새로운 색을 창조하고 탄생시킬 수 있게 된것이다.

어린이들이 지어주는 색 이름은 어린이들의 일상적 경험이 그대로 녹아져 있고 색으로 나타내지는 이미지와 사물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창조의 시작은 모방과 경험에서 이루어지 듯 어린이들이 만들어 가는 색은 그로부터 새로운 색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새롭게 만든 창의적인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