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화분

게시일: 2009. 11. 6 오전 7:07:15

교실에 있는 작은 꽃 화분에 뿌리가 흙 위로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꽃 화분이 교실에 함께 살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특별하게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무의미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다.

굵은 뿌리가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마치 ‘갑갑해, 나 좀 구해줘’ 라고 아우성치는 듯 해 보인다.

어린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었을까? 어린이들은 이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를 화두로 앞세우고 다루어보게 되었다.

불편해 보여 / 불쌍해 보이고 / 슬퍼 보여요. 뭐가 씌어 있어서.../

꽃이 수그러드니까 불쌍해 / 불쌍해 보여. / 너무 좁아서 더워해요.

어린이들은 이 작은 화분에 사람이 가지는 다양한 감정 중 하나인 ‘불쌍하고 불편한...’ 등의 슬프고도 우울한 감정을 이입시켰다.

어린이들이 생각하기에도 지금 이 꽃이 편안하고 살아가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지는 않은 듯 하나보다.

이 때, 한 어린이의 이야기는 꽃에게 필요한 요소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화분을 만들어줘요. OO이가 만들고 있어. 요만하게...(크기를 가늠한다)

더 넓은데? 흙이 넘쳐나지 않게...

이것보다 더 크게 해야죠. 숨을 쉴 수 있게.

이만하면 될까? 얼만큼 하면 될까? / 얘보다 더 작네?

어린이들은 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 두 팔을 걷고 시작한다. 그것은 '더 넓은 꽃 화분' 만들기다. 작은 꽃 화분을 곁에 두고 어린이들은 화분갈이를 할 화분을 흙으로 만들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화분 속 요소의 중요한 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화분 밑 바닥을 보게 되었다. 화분 밑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있다. 어린이들과 그 구멍에 대한 기능도 함께 짚어보게 되었다.

숨을 쉬라고 있는 구멍인 것 같아요 / 물이 나오라고... / 그럼 우리도 구멍 만들어야겠네?

구멍이 한군데만 있으면 물이 잘 안나오겠지? / 그럼 물이 싸움을 하겠지?

<화분 밑 바닥 디자인>

꼭 탑 쌓는거 같죠? / 이거 좀 빌려줘 / 응. 이 달팽이를 달아주면 쟤가 더 좋아하겠죠?

작은 꽃 화분을 계기로 말없는 생물체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 시간이었다.

‘난 이런데 넌 어떻니?’라며 나와 모든 것과의 관계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화분을 옮겨 심기 위해 작은 화분을 만들고 식물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경험들을 내 손으로 하나하나 해보는 것은 배려에 대한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간이 지나서 어린이들이 흙으로 만든 꽃 화분이 마르고 꽃을 옮겨심어보면서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변화되는 어린이들의 생각과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