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 - 길

게시일: 2009. 9. 29 오전 8:29:29

어린이들은 자동차를 좋아한다. 비행기, 배, 자전거 등의 여러가지 탈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직접 움직여 보길 원하고, 경험해 보길 원한다. 이러한 어린이들에게 있어 길은 여러가지 탈 것을 움직여 볼 수 있게 해 주는 배경이 된다. 종이로 만들어진 기차의 모형을 움직여 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길 만들기는 시작되었다. 각기 다른모양을 지닌 블록을 연결하고, 각자 다른 방향에서 시작되어 하나의 길로 만났다. 출발점과 도착점에 대해 생각하고 탈 것의 움직이는 방향을 고려하게 되었다. 수많은 방향의 길이 서로 엇갈리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면서 길은 점차 복잡,다양해졌다.

길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는 어린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고 더욱 멋진 길을 만들기 위한 제안을 했다. 의견이 부딪치고, 블록을 움직이거나 세우는 방법이 통일되지 않아 갈등의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러한 과정 안에서 어린이들은 함께 하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맛보게 된다.

도미노 블록의 사용 - 다양한 길의 형태

도미노 블록을 사용하면서 길 만들기가 좀 더 확장되었다. 네모난 블록판만이 아니라 바닥으로까지 길이 이어지면서 길고 복잡한 길들이 보여졌다. 특히 어린이들은 교실의 도미노 블록을 모두 사용하여 긴 길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어제보다 더 길게, 교실의 이곳과 저곳을 잇는 길을 만들고 싶어했다. 흩어졌다 만나는 길, 동그란길, 연못이 있는 길, 언덕, 터널, 숫자길, 알파벳 모양 길, 건물을 통과하는 길 등 다양한 길의 형태가 보여졌다. 또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하트길, 안경 길 등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길을 조금 더 길게 만들자

저기 저기 끝까지 다 하자

꼬불꼬불한 길 만들자

꼬불꼬불하게 길게 하자여기서 시작해

통하는 길이예요

통하는 길에는 문도 있어야지

하트 길 만들자 하트길

(곡선을 만들다가 자꾸 부신다) 힘들어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해서 다 같이 합체하자

세모길과 다리 - 재미의 요소

길 만들기가 지속되면서 어린이들 스스로 재미의 요소들을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작은 블록을 자동차라고 설정한 뒤 움직여 보며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그러한 가상의 이야기에 어울리게 길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뀌어 나갔다. 블록장을 연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리가 만들어졌고 다리를 만들어 지자 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배가 등장했다. 길 위에는 세모 블록, 도미노 블록을 올려 놓아 울퉁불퉁한 길을 만들기도 하고 언덕, 터널을 만들어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에 다양한 아이템들이 보여졌다.

표지판의 등장 - 기호

길을 만들던 중 몇몇의 어린이들은 ‘금지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금지길은 그곳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곳으로 아직 다 만들지 못한 길, 즉 공사중인 길을 뜻한다. 금지길을 시작으로 인도,차도,자전거길이 따로 만들어졌고 어디론가 갈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 가는 길’도 등장했다. 이러한 표지판의 등장으로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금지를 뜻하는, 방향을 뜻하는 기호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기호를 알아나간다는 것은 어린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성장해 나가는 단계라고 보여진다.

여기는 차하고 기차가 다니는 길이야

여기도 길 만들어 줘. 우악~~ 여기 길이 없어

알겠어요~~ (새롭게 길을 만든다)

세모길 / 기차가 아주 빠르게 가고 있대

맨 처음 가는 길 알려줄게. 여기서 간다

여기서 꺾어진다 / 여긴 언덕, 여긴 터널이고

어 이거 아파트에 연결된 길 같다

에프(F) 로 만나는 길이야 / 여기를 통과해서 가야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