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시켜도 잘해요. 일을 거절하는 법이 없어서 과하게 떠맡는 감은 있지만…"

시키는 일? 다 한다! 옆에서 우는 소리를 한다? 눈치를 보다가 '제가…할까요…?' 같은 말을 해서 일을 가져간다! 그러면서도 생색을 내는 법이 없다. 거기다 어떤 일을 해도 대충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좋게 말하면 이타심이 강하고, 현실적으로 말하면 호구. 심지어 동기와 후배, 윗사람을 가리지 않고 전부 이런 모습을 보인다. 그나마 모르는 사람에게는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이지만,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민도 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어느 정도 거절하는 법을 알았다면 지금은 거절이라는 단어를 잊은 사람처럼 군다. 옆에서 적당히 끊어주지 않으면 끝없이 부탁을 받다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이처럼 네, 네를 반복하는 클라우디아가 유일하게 자의로 거절 의사를 표현할 때는 하던 일을 그만 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뿐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음, 착한 선배죠! 화도 안 내시고요."

누가 봐도 착한 사람이다. 나이에 관계 없이 예의가 바르고 거친 언행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대에게 존대를 사용하며 소심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상냥하다. 후배가 훈련 중 실수로 날린 이능력에 맞고 기절한 이후에도 그저 "괜찮아요. 대신 다른 분들은 안 맞게, 조심해주세요…." 라는 말만 하고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과도하게 인자한 모습에 주변에서 의문을 표현하기도 했으나 본인은 화가 나지 않았으니 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일할 때는 적극적이에요. 딱 일할 때만요."

그렇지 않아도 손톱만한 사교성과 열정을 모두 일에 쏟아넣는다. 동아리, 시험, 교내 행사, 인턴쉽…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성과를 내야 하는 일에는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의견도 내고 필요하다면 먼저 말도 건다. 대화를 해보면 생각도 많고, 깊음이 드러나지만 일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으니 대체로 다른 사람이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마음이 약할지언정 어떨 때나 우유부단하지 않은 점을 보면 심지는 확고함이 언뜻 드러난다.

반대급부처럼 그렇지 않은 일에는 극도로 내향적인 모습을 보인다. 혼자 있을 때에는 아예 입을 열지도 않고 방이나 구석에 박혀 있기만 한다. 이전에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으나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 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사람에게 가지는 관심이 줄어든 듯 일에 필요하지 않다면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 출신.

-애칭은 클로디, 디디 등. 가족 외에 부르는 사람이 없었으나 국이연부 1기생들에게는 종종 애칭으로 불린다. 자신을 애칭으로 부르는 대상에게는 한층 무른 모습을 보이지만, 낯선 사람이 그렇게 부르면 자신을 부른다고 인식 자체를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친분 관계를 쌓았기 때문인지, 가족에 대한 의존도는 퍽 낮아졌다. 가족 이야기 역시 거의 꺼내지 않는다.

-말수가 적고 말이 굼뜨다. 그러나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 공적인 대화를 해야할 경우, 막힘 없이 또박또박 말한다. 대신 미리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면 약간 말이 지체된다.

-씁쓸하거나 심심한 맛을 선호한다. 맛이 강한 음식은 어떤 맛이든 선호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권한 음식에 한해, 먹기도 한다. 그리고 요리도 할 줄 안다. 레시피대로 정확히 요리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요리를 해도 평균적으로 맛있다. 가장 자신있는 것은 양식. 그 다음은 베이킹.

-여전히 크로스백을 갖고 다닌다. 안에는 언제나 증폭기가 든 목함과 상비약, 종합 비타민제, 작은 병에 든 필기용 검은색 잉크와 메모지가 들어 있다. 크로스백에는 은방울꽃 모양 유리공예가 달린 매듭 장식이 달려 있다.

-가지고 있는 장신구는 날개 모양 챰이 달린 목걸이, 청회색과 흰색 끈을 꼬아 만든 실팔찌, 회색 주얼리가 박힌 실버링(오른손 소지), 안쪽에 각인이 된 은색 반지(왼손 검지), 레이어드 링처럼 두 개를 세트로 낄 수 있는 반지 둘(오른손 중지).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모든 장신구를 늘 착용하고 다닌다.

-방에 두면 자연스럽게 구석 자리를 찾아 간다. 꺼내도 도로 돌아간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나?

-잔병치레가 늘었다. 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약의 종류도 늘었다. 때문에 격렬한 활동은 지양하는 편.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본인이 가장 잘 챙기고 다니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아프다는 게 알려지기 전에 낫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흡연, 음주는 일절 하지 않는다.

-취미는 독서와 음악 감상. SF소설과 클래식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연주자는 베토벤. 그 다음은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최근 몇 년 간 새로 생긴 취미는 퍼즐 맞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