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스러운, 여전히 가벼운, 다만 더는 부유하지 않는 - “세상이 망망하니 내 발 붙일 곳 없으랴.”

그 입 밖으로 내는 말 대부분이 여즉 장난스럽기 그지 없다. 그나마 그 내용 오해살 법한 것 모두 걷어내고 평범해졌다.

말을 함에 있어 여태 가볍다 하여도 태도 또한 그렇지는 아니하였다. 얼핏 내비치던 공허감 또는 우울은 어느 새 그 자취 감추었으니 그가 제 발로 서있지 못하고 흐름에 휩쓸려갈 것을 걱정하는 것은 괜한 일이 될 테다.

:: 솔직한, 직설적인 - “세상이 호묘하다 하여 내 느낀 내 감정 하나 못 찾겠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태도였건만, 이젠 제법 의견도 낸다. 그 느낀 바 숨김없이 뱉으니 의견 취합하기는 용이해졌다.

그 뱉는 말들이 퍽 직설적이기는 하였으나, 생각한 바를 모두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 것이 다행이다. 그렇다 하여 속으로 한없이 삼키지는 못하여 잠시 뜸을 들이고 그 나름 정제한 말을 뱉는다.

여전히 의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 현실적인, 신중한 - “느린 것이 늦은 것은 아니니, 명확한 방향 찾아 나아가리.”

그저 듣기 좋은 말만 뱉던 입은 이제 현실적인 말을 한다. 안 되는 건 안된다하고, 무리인 것은 무리라 했다.

이상에 입각한 이야기를 굳이 반박하며 꺾으려 들지는 않았으나 회의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정의와 이타심으로 행동하는 이들을 이해하나 공감하지는 못한다. 별개로 타인 또한 제 태도를 존중해주는 만큼 저 또한 타의 의견을 존중한다.

° 방학이면 늘 아일랜드의 집으로 돌아갔다. 첫째의 독립으로 하여 이제는 둘째만의 방이 된 삼남매의 침실에서 이전처럼 부대껴 지내고 학교로 돌아왔다.

° 아일랜드에 돌아가면 이전처럼 요트를 타거나 낚시를 했고, 아버지의 식당 일을 도우며 간단한 요리를 배우기도 하였으며, 트래킹 코스를 따라 산책을 하기도 했다. 때로는 더블린까지 가 구경을 하고 오고는 했다.

° 18살이 되던 해 방학에는 그의 가족들에게 술을 배웠다. 쉬이 취하지 않았으나 그는 일정량 이상으로 음주를 하지는 않는다.

° 흡연 또한 시작했으나 재학 기간 중 방학 때가 아니면 그 모습 보인 적 없다.

° 적당히. 재학 기간동안 눈에 띄는 일이 없었다. 성적은 B와 C를 오갔고, 학교의 행사 대부분을 참여하였으나 열정적이지는 않았다.

° 동아리 또한 도서부에 잠깐 들었던 것이 전부. 독서 외의 활동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아리를 나왔다.

° 여가 시간엔 주로 바다로 나가 그저 넋을 놓고 있거나 생각을 정리하다가 돌아왔다.

° 후배들과는 어쩐지 서먹하다. 그는 1기생들을 대하는 것과 같이 후배들을 대하고 있으나 그의 인상이 좋지 못한 것이 걸림돌이 된 듯 했다. 그는 그것에 관해 여전히 개의치 않는다.

° 인턴쉽은 연구팀에 다녀왔다. 그는 이생명체보다는 이능력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 비슷한 나이대에게는 여전히 이름을 부르고, 말을 편히 한다.

° 상대에 대해 다른 호칭이 필요할 때엔 성별무관 '선생님', '~씨' 등을 사용한다.

° 이제는 익숙해진 애칭. 무무, 무쨩, 물랴, 몰렌카, 카첸카, etc.

° 여전히 그의 방은 깔끔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어수선하다. 선물받았던 것들 외에 늘어난 짐이라고는 딱히 없다.

° 선물받았던 꽃다발들은 이후 잘 말려 책갈피 등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 냉장고에 넣어둔 여러 개의 보틀에는 각각 티백 두 세개씩 들어가 있다. 물을 데우거나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한 번에 냉침을 해두는 것으로 출근할 때 반절은 챙겨가는 모양새다.

° 여전히 일기 비슷한 것을 쓰고 있으나 그 내용이 많이 짧아졌다. 신경 쓸 여력이 되지 못하는 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