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의 미래
관료제가 지닌 합리성, 디지털 혁신의 가능성, 시민과의 신뢰 관계, 그리고 민주적 가치의 수호
행정이라는 학문은 늘 변화와 도전 속에 놓여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다. 기후 변화, 인구 이동, 디지털 혁신, 민주주의의 후퇴 같은 문제들은 행정이 단순히 절차를 관리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회적 위기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의 공공행정 연구와 실천은 단순한 운영 기술을 넘어서, 제도와 정치, 사회적 신뢰, 시민 참여 같은 거대한 담론을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Christensen & Lægreid, 2025).
행정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관료제”라는 제도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막스 베버가 제시했던 합리적-법적 지배의 틀 속에서 관료제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관료제는 “비효율적이고 시민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례는 관료제를 ‘딥 스테이트’라 부르며 공격하고, 충성 기반 인사와 해고를 통해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 한 모습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연구들은 여전히 공정한 채용과 직업적 전문성이 보장된 관료제가 국가 성과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Dahlstrøm & Lapuente, 2017).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관료제를 재발견할 때라고 주장한다 (Olsen, 2006).
또 다른 도전은 위기 관리와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s)’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정부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단순한 행정력이 아니라 정당성과 신뢰 구축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단순히 준비된 역량(capacity)뿐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시민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정당성(legitimacy)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Christensen et al., 2016; Boin & Lodge, 2021). 그러나 팬데믹 연구는 아직 방향성이 분산되어 있으며, 향후 행정학은 복잡한 초국경적 위기를 다루는 새로운 지식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Ansell et al., 2025).
디지털 전환도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행정을 혁신하는 도구가 되지만 동시에 새로운 불평등과 편향을 낳을 수 있다. 네덜란드 복지 혜택 스캔들은 세금 사기를 감지하는 알고리즘이 인종·소득 편향을 내포하면서 수많은 시민의 삶을 파괴한 사례로 남았다 (Arts & van den Berg, 2025). 따라서 알고리즘을 어떻게 책임 있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공 부문에서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Busuioc, 2021; Yuan & Chen, 2025).
이 모든 변화 속에서 학자들은 행정이 정치학과의 연결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조직 구조와 관리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권력과 책임, 법치주의 같은 근본적인 문제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Peters et al., 2022). 민주주의 후퇴와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지금, 행정은 단순한 집행기관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새롭게 자각해야 한다 (Yesilkagit et al., 2024).
결국 행정의 미래는 “살아있는 제도”로서 복잡한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위기와 불확실성은 늘 존재하겠지만, 관료제가 지닌 합리성, 디지털 혁신의 가능성, 시민과의 신뢰 관계, 그리고 민주적 가치의 수호가 함께 어우러질 때 공공행정은 여전히 사회를 지탱하는 중심축으로 남을 수 있다.
Ansell, C., Sørensen, E., & Torfing, J. (2023). Public Administration and Politics Meet Turbulence: The Search for Robust Governance Responses. Public Administration, 101(1), 3–22. https://doi.org/10.1111/padm.12874
Ansell, C., Sørensen, E., Torfing, J., & Trondal, J. (2025). Robust public governance in a turbulent era. Edward Elgar.
Arts, J., & van den Berg, M. (2025). What the Dutch benefits scandal and policy’s focus on fraud can teach us about the endurance of empire. Critical Social Policy, 45(1), 177–187. https://doi.org/10.1177/02610183241281346
Boin, A., & Lodge, M. (2021). Responding to the COVID-19 crisis: A principled or pragmatist approach? Journal of European Public Policy, 28(8), 1131–1152. https://doi.org/10.1080/13501763.2021.1942155
Busuioc, M. (2021). Accountable artificial intelligence: Holding algorithms to account.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81(5), 825–836. https://doi.org/10.1111/puar.13293
Christensen, T., & Lægreid, P. (2025). Future challenges of public administration. Public Performance & Management Review. https://doi.org/10.1080/15309576.2025.2549297
Christensen, T., Lægreid, P., & Rykkja, L. H. (2016). Organizing for crisis management: Building governance capacity and legitimacy.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76(6), 887–897. https://doi.org/10.1111/puar.12558
Dahlstrøm, C., & Lapuente, V. (2017). Organizing Leviathan: Politicians, bureaucrats, and the making of good government. Cambridge University Press.
Olsen, J. P. (2006). Maybe it is time to rediscover bureaucracy. Journal of Public Administration Research and Theory, 16(1), 1–24. https://doi.org/10.1093/jopart/mui027
Peters, B. G., Pierre, J., Sørensen, E., & Torfing, J. (2022). Bringing political science back into public administration research. Governance, 35(4), 962–982. https://doi.org/10.1111/gove.12705
Yesilkagit, K., Bauer, M., Peters, B. G., & Pierre, J. (2024). The Guardian State: Strengthening the public service against democratic backsliding.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84(3), 414–425. https://doi.org/10.1111/puar.13808
Yuan, Q., & Chen, T. (2025). Holding AI-based systems accountable in the public sector: A systematic review. Public Performance & Management Review, 1–34. https://doi.org/10.1080/15309576.2025.2469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