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념과 사회이론의 연결 노력...


현대 사회에서 조직은 오래도록 ‘관료제’라는 막스 베버(Max Weber)의 틀로 이해됐다. 베버에게 조직이란 규칙과 계층을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였다. 이런 공식 조직은 국가 발전과 산업화에 필수적이었고, 한때 사회학과 경영학의 중심이었다(Jungmann 외, 2024).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전통적 조직개념에 균열이 생겼다. 최근 연구자들은 “조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연 의미가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Burrell, 2022). 현대 사회의 프로젝트 팀, 네트워크 조직, 플랫폼 기업 등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관료제 개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이 펼쳐졌다. 조직이 명확한 구조를 가진 실체라는 생각이 흔들리고, 오히려 “조직화”(organizing) 같은 유연한 개념이 선호되기 시작했다(Lopdrup-Hjorth, 2015).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론은 사회이론과의 연결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학자들이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정작 사회가 작동하는 거대한 틀에 대한 이론적 시각이 부족했다. 조직과 사회의 관계를 깊이 있게 보지 않고 표면적인 문제만 다뤘다는 지적이다(Jungmann 외, 2024).

최근 몇몇 이론가들은 조직개념과 사회이론을 다시 연결하려 한다.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조직을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변화를 조정하는 체계로 보았다. 기든스의 ‘반성적 조직’ 개념은 조직이 환경 변화에 따라 스스로 구조를 조정한다고 본다(Windeler & Jungmann, 2024). 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은 조직을 ‘결정들의 네트워크’로 정의하며 조직의 본질을 구성원이나 건물이 아닌 지속적인 의사결정의 연쇄로 보았다(Besio & Tacke, 2024). 이 이론은 조직의 경계를 유연하게 보고 관료제부터 플랫폼 조직까지 모두 포괄할 수 있다.

한편 조직을 ‘부분적(partial)’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Ahrne & Brunsson, 2011). 공식 조직의 조건 중 일부만 충족해도 부분 조직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FIFA 같은 국제 기구나 위키백과처럼 모호한 조직 형태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 접근은 모든 사회집단이 어느 정도의 ‘조직성’을 가진다고 본다(Dobusch & Schoeneborn, 2015).

조직을 ‘사회적 힘의 장(field)’으로 보는 관점도 흥미롭다(Emirbayer & Johnson, 2008). 이 이론은 조직 내부가 다양한 세력 간 경쟁과 투쟁의 공간이라고 보며, 조직의 공식 구조보다 내부 권력관계와 경쟁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현대 조직 현상들도 이론적으로 재조명됐다. 예컨대 노동의 유연화 현상은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의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Clegg, 2023). 바우만은 전통적 고정 조직에서 유연한 프로젝트 조직으로의 전환이 개인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또한 호주 정부의 ‘로보뎃’ 사건은 조직의 ‘무지의 조직화’ 현상을 보여준다. 관료제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무시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를 가진다는 분석이다(van Krieken, 2024).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조직 역시 기존 조직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 기업은 전통 조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만들었다(Seibt, 2024).

최근엔 조직을 다차원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도 있다. 집합행동을 ‘군중, 집단, 결사체, 조직’ 등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조직만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접근이 대표적이다(Duarte-Pimentel, 2024). 또한 사회질서를 단순히 자생적이거나 조직된 것으로 나누지 않고, 존재형태·결정여부·변경가능성·수용 여부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구분하는 이론도 등장했다(Grothe-Hammer & Berkowitz, 2024).

이처럼 조직개념은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쇠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변신하고 있다. 

조직과 사회를 다시 연결하려는 최근의 이론적 시도들은 조직이 현대 사회의 복잡한 현상들을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임을 보여준다(Jungmann 외, 2024). 결국 조직이론은 과거의 관료제 개념을 넘어 새로운 현실을 담아낼 수 있도록 진화하는 중이다. 이 변화는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시야를 제공하며, 일반 시민들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