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과학을 거부하는 심리적 이유


과학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단순히 사실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Hornsey와 Fielding(2017)은 과학적 합의와 대중 의견 사이의 커다란 간극을 분석하며, 사람들이 과학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를 밝히고, 그에 맞춰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표면 태도(surface attitudes)" 아래에 숨겨진 "태도 뿌리(attitude roots)"를 이해해야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도 뿌리는 사람들의 공포, 가치관, 세계관, 정체성 욕구 같은 심리적 요인들로, 이들이야말로 반과학적 신념을 지탱하고 강화하는 근원이다​.


사람들이 과학을 거부하는 이유는 여섯 가지 심리적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이념과 세계관이다. 예를 들어, 계층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산업 엘리트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어 기후변화처럼 산업 규제를 요구하는 과학적 메시지에 저항할 수 있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가진 이들은 정부 규제를 암시하는 과학적 주장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음모론적 사고다. 일부는 과학자들이 정부나 기업과 결탁해 진실을 숨긴다고 믿으며, 이로 인해 백신이나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부정한다​.


셋째는 기득권이다. 자신이 즐기는 생활방식이나 직업이 과학적 합의와 충돌할 경우,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를 위해 과학을 부정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고탄소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은 기후변화를 부정할 수 있다. 넷째는 개인 정체성 표현이다. 어떤 사람은 "나는 독립적인 사람" 또는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표현하기 위해 반과학적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다섯째는 사회적 정체성의 욕구다. 예컨대, 정치적 보수 집단에 속한 사람은 자신의 소속감을 지키기 위해 그 집단이 공유하는 반과학적 입장을 내면화할 수 있다​.


여섯 번째 범주는 공포와 혐오감 같은 정서적 반응이다. 주사나 병원에 대한 공포(BII 공포)나 오염 강박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백신을 거부하거나 서구 의학 전반에 대해 불신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때로는 진단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어, 겉으로는 합리적인 철학이나 이념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한 동기를 무시하고 단지 정보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기존의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과학적 사실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기존 신념을 강화하거나 반발을 유도하는 ‘역설 효과(backfire effect)’가 관찰되기도 했다. 과학적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에 따라 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태도를 보이는 현상도 발견되었다(Kahan et al., 2012)​.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유도형 설득(Jiu Jitsu persuasion)'이다. 이는 상대방의 신념과 싸우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심리적 동기를 역이용하거나 그에 맞춰 메시지를 조율함으로써 설득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회의론자에게는 친환경 정책이 경제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백신 거부자에게는 예방접종이 미래의 병원 치료를 줄여준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식이다​.


이는 단지 과학적 설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과학을 거부하는지 그 ‘이유’를 먼저 이해한 후, 그들의 세계관과 욕구에 부합하도록 메시지를 구성하는 전략이다. 또한 개인적 수준뿐 아니라 집단적 소속감을 기반으로 한 설득 전략도 포함된다. 동일 집단 구성원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해당 집단의 규범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수용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이 논의는 단지 과학을 전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 심리와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소속감이 얽힌 복합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과학을 수용하게 만드는 일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뿌리 깊은 가치와 두려움, 욕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다가가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설득은 과학적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읽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참고문헌

Hornsey, M. J., & Fielding, K. S. (2017). Attitude roots and Jiu Jitsu persuasion: Understanding and overcoming the motivated rejection of science. American Psychologist, 72(5), 459–473. https://doi.org/10.1037/a0040437


Kahan, D. M., Peters, E., Wittlin, M., Slovic, P., Ouellette, L. L., Braman, D., & Mandel, G. (2012). The polarizing impact of science literacy and numeracy on perceived climate change risks. Nature Climate Change, 2(10), 732–735. https://doi.org/10.1038/nclimate1547


Bain, P. G., Hornsey, M. J., Bongiorno, R., & Jeffries, C. (2012). Promoting pro-environmental action in climate change deniers. Nature Climate Change, 2(8), 600–603. https://doi.org/10.1038/nclimate1532


Feygina, I., Jost, J. T., & Goldsmith, R. E. (2010). System justification, the denial of global warming, and the possibility of “system-sanctioned chang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6(3), 326–338. https://doi.org/10.1177/0146167209351435


Jolley, D., & Douglas, K. M. (2014). The effects of anti-vaccine conspiracy theories on vaccination intentions. PLOS ONE, 9(2), e89177.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089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