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M(Judge & Decidion Making)


JDM은 응용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이 분야의 궁극적인 목표는 판단과 결정을 더 나아지게 하거나,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판단’과 ‘좋은 결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즉,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 판단의 질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무엇이 그것을 좋게 혹은 나쁘게 만드는지를 파악하며, 개선 여지가 있을 때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규범적 모델의 주요 기능이다.

JDM에서의 규범적 모델의 예는 다음과 같다.

정량적 판단이란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정보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인구는 얼마인가?”, “동전을 100번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온 횟수는 몇 번인가?” 같은 질문이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며, 그 정답 자체가 곧 규범적 모델의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판단의 ‘좋고 나쁨’은 정답과의 거리로 측정할 수 있다. 이 때, 오차의 절대값, 평균 제곱오차(MSE), 또는 로그 손실 등 다양한 통계적 척도를 통해 그 편차를 수치화할 수 있다.

상대적 판단도 이와 유사하다. 예를 들어 “서울과 부산 중 어느 도시의 인구가 더 많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부산”이라고 답하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규범적으로 틀린 것이다. 범주 판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어떤 동물이 고양이인지 개인지 분류하는 작업은 그 동물이 실제로 어떤 범주에 속하느냐에 따라 정답이 존재하며, 판단의 질은 그 정확성에 따라 평가된다.

이러한 판단들은 모두 ‘정답’이라는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규범적 모델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있다. 이처럼 규범적 모델은 판단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핵심 잣대가 된다.

이와 달리 단일 사건의 확률 판단에서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이번 토요일에 비가 올 확률은 몇 퍼센트인가?”와 같은 질문에는 단일한 ‘정답’이 없다. 실제로 비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에서는 판단의 ‘정확성’을 확률로 측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입된 방법이 ‘확률 점수화(probability scoring)’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비가 올 확률을 0.8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비가 왔다면, 그의 예측은 상대적으로 정확한 편이다. 반면 0.2라고 예측했다면 부정확한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브라이어 점수(Brier score)와 같은 척도로 평가된다. 이는 예측한 확률과 실제 결과 사이의 제곱 오차를 계산하여 평균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예측이 실제 사건 발생 빈도와 얼마나 잘 일치하는지를 수치적으로 보여준다.

보정(calibration)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이는 “80% 확률”이라고 판단한 사건들이 실제로 80% 정도 일어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확률은 80%다”라는 판단을 여러 번 내렸다면, 그런 판단 중 실제로 80% 정도가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보정이 잘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보정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확률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또 다른 유형의 규범적 평가 방식은 판단들 간의 일관성(coherence)을 따지는 것이다. 이는 여러 판단이 서로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지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선수가 이길 확률은 60%다” 그리고 “B 선수가 이길 확률은 70%다”라고 말한다면, 두 사람이 동시에 이길 수 없는 경기라면 이 두 판단은 서로 모순된다. 즉, 두 확률의 합이 100%를 넘는다면 이는 불일치한(coherent하지 않은) 판단이다.

일관성 평가는 규범적 모델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왜냐하면 아무리 각 판단이 개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하더라도, 전체 판단이 서로 모순된다면 그 판단 체계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률 이론이나 논리학에서는 판단 간의 수학적 정합성(coherence)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결정(decision)의 영역에서는 판단과는 또 다른 방식의 규범적 기준이 적용된다. 결정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행동의 선택을 포함한다. 따라서 어떤 선택이 ‘더 나은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여기서 자주 사용되는 규범적 원칙 중 하나가 지배 원칙(dominance rule)이다. 이는 어떤 선택지 A가 다른 선택지 B보다 모든 면에서 같거나 우수하고, 열등한 점이 하나도 없다면 A를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보험 상품이 있는데, 하나는 가격도 같고 보장 항목도 더 많다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적인 결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럴 때는 기대효용 이론(Expected Utility Theory) 같은 수학적 모델이 적용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각 선택지의 결과에 해당하는 효용(유익함)을 확률 가중 평균하여, 가장 기대 효용이 높은 선택을 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옳은 결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을 복용했을 때의 성공 확률이 70%, 실패할 확률이 30%이고, 성공 시 얻는 이득이 실패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크다면, 그 약을 선택하는 것이 기대효용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다.

또 하나 중요한 모델은 시간 할인(time discounting) 개념이다. 이는 미래의 보상을 현재보다 덜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것이다. 예컨대 1년 뒤 1,100원을 받는 것보다 지금 1,000원을 받는 걸 선호하는 경우, 그 차이는 시간 할인율로 계산된다. 규범적 모델에서는 이런 할인율이 일정한 수학 함수(예: 지수 함수)를 따라야 한다고 본다.

원칙적으로는, 좋은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는 절차 자체를 행동 단계로 정의함으로써 규범적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뺄셈 문제에서는 자리수를 계산하고, 자릿수를 빌리고, 숫자를 빼는 일련의 과정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JDM에서의 대부분의 규범적 모델은 그런 절차적 정의를 따르지 않으며, 계산 가능한 절차로 구성된 컴퓨터적 모델이 아니다.

규범적 모델 중에는 판단들 간의 일관성을 다루는 것도 있고, 외부 세계와의 대응성을 다루는 것도 있다. 이 구분은 Hammond(1996)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Dunwoody(2009)가 개관한 바 있다. 대응성 기반 모델은 결정에는 적용하기 어렵고, 주로 판단 평가에 쓰인다. 왜냐하면 결정에 대한 ‘정답’은 보통 결정자의 가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JDM에서는 세 가지 모델을 구분한다: 

규범적 모델, 기술적 모델, 그리고 처방적 모델이다. 이 세 가지 모델의 구분은 1980년대에 뚜렷이 자리 잡았으며(Freeling, 1984; Baron, 1985; Bell 등, 1988), 여러 철학자들(예: Herbert Simon, J. S. Mill)의 글에서도 이미 암시적으로 존재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규범적 모델은 평가의 기준이다. 이러한 모델은 사람들의 실제 판단이나 결정을 관찰한 결과와는 독립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단순한 대응성(정답)이 아닌 경우에는 보통 철학적이거나 수학적인 논증을 통해 정당화된다(Baron, 2004). 특히 최선의 판단에서 벗어난 정도를 정량화하려는 경우, 하나의 사례에 여러 규범적 모델이 적용될 수 있다(예: 확률 판단에 대한 다양한 채점 방식).

기술적 모델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하는지를 설명하는 심리학적 이론이다. 이 모델들은 인지 심리학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휴리스틱, 전략, 수학적 모델 등이 포함된다. 세 가지 모델 중, 기술적 모델은 규범적 모델과의 괴리를 설명할 때 특히 유용하다. 연구자들은 종종 이러한 설명을 찾는 데 집중하며, 이를 통해 판단과 결정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만약 규범적 모델에서의 이탈이 단순한 무작위 오류가 아니라 체계적일 경우, 우리는 그것을 편향(bias)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사람들은 다른 선택지가 규범적으로 더 나은데도 불구하고 기본 옵션(default option)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처방적 모델은 개선을 위한 설계도이다. 규범적 모델이 철학의 영역이고, 기술적 모델이 심리학의 영역이라면, 처방적 모델은 넓은 의미에서 공학의 영역에 해당한다. 초기에는 수학적 도구를 이용해 결정을 분석하는 형태로 시작했으며, 현재는 결정 분석이라는 독립 분야로 발전해 있다. 이 분석은 다양한 방법론을 포함하며, 관련 학회와 학술지도 존재한다. 또한 처방적 모델에는 교육 개입도 포함된다(Larrick, 2004). 예컨대 편향된 휴리스틱을 상쇄할 수 있는 대체 휴리스틱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결정 설계(decision architecture)’라는 개념이 처방적 방법의 하나로 추가되었다(Thaler & Sunstein, 2008). 이는 사람들이 더 나은 판단을 하도록 결정을 제공하는 방식 자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기본값을 선택하는 편향을 활용해, 가장 현명한 선택을 기본값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더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예컨대, 신입 직원의 퇴직 연금에서 기본값을 회사 주식이 아니라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상적인 JDM 접근은, 규범적 모델을 적용해 판단과 결정을 분석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편향을 찾아내며, 심리학을 이용해 그 편향의 성격을 이해한 다음, 그에 기반한 개선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선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상호작용한다. 예컨대, 결정 분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주관적 확률과 효용을 측정해야 하며, 이에 따라 기술적·규범적 모델에서 이 측정 문제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고, 이는 다시 처방적 모델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이 전략은 세 가지 요소를 명확히 구분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기술적 관찰을 바탕으로, 그것이 규범적으로도 옳다고 결론 내린다면, 결국 '사람은 본래 합리적이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그에 따라 어떤 처방적 개입도 필요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JDM이라는 학문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경제학은 오랫동안 이 가정을 해왔고, 그래서 사람들의 경제적 판단을 더 나아지게 만들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학도 JDM의 연구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JDM이 또 하나 경계하는 것은, 규범적·기술적 모델에 대한 이해 없이 처방적 개입을 설계하는 것이다. 즉, 고장 나지 않은 것을 고치려는 실수를 피하려 한다. 심리학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예컨대 창의성이 ‘박스 밖에서 사고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창의력 향상 프로그램이 설계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사고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증거가 명확히 존재한다(Johnson et al., 1968; Perkins, 1981).

JDM 내부의 주요 논쟁은 다양한 편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둘러싼 것이다. 한쪽에서는 인간이 심각하게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다 중립적인 시각에서는, 사람과 상황, 과제에 따라 다르며, 어떤 경우에는 JDM을 통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Thaler & Sunstein, 2008).

우리는 규범적 모델과 처방적 모델도 구분해야 한다. 만약 규범적 모델을 곧 처방적 모델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자멸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정에서의 주요 규범 기준은 기대효용의 극대화이지만, 실제로 이 계산에는 시간이 많이 들며, 그 시간이 효용을 오히려 줄일 수도 있다. 규범적 모델이 복잡한 계산을 요구한다면, 현실에서는 그 계산에 소요되는 비용이 모델 적용으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사람들은 복잡한 계산 대신 단순한 휴리스틱을 이용하며, 연구자들은 그런 판단이 규범적 기준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평가하게 된다(Davis-Stober et al., 2010).

반면 규범적 모델의 요약된 버전은 계산 없이도 유용할 수 있으며, 핵심 사항에 집중하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공리주의(utilitarianism)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서 전체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실의 개인은 “모두에게 가장 나은 결과를 주는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으로 판단 시간을 줄일 수 있다(Baron, 1990). 이러한 질문은 종종 쉽게 답할 수 있고, 더 복잡한 추론 없이도 유용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절이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일 경우, 이 질문은 단순하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Baron, J. (2008). Thinking and Deciding, 4th Edn.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