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철학,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물음


우리는 왜 배우는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누가 가르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 질문들은 단지 학교나 수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부터 시작된 이 물음은 지금까지도 교육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Curren, 2023a).


교육철학은 학교 제도나 교육 정책을 넘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정의로운 삶에 대해 묻는 철학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 분야는 훨씬 더 폭넓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식을 가르치는 것과 사고력을 기르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공정한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같은 질문들이다 (Siegel, 2009).


교육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첫째는 교육이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성장시키는 고유한 활동이라는 견해다. 인간이 이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되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라는 것이다. 교육은 우리가 이유에 따라 행동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존재가 되도록 돕는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단순한 생명체를 넘어 ‘사람’이 되는 것이다 (McDowell, 1994; Bakhurst, 2011).


둘째는 교육이 도덕적 의무라는 입장이다. 학생이 이성적 존재라면, 교육자는 그들의 판단력과 자율성을 기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단지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 서게 하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Siegel, 1988).


셋째는 교육이 길러주는 덕목들—예를 들어 지식, 지혜, 비판적 사고, 성실함, 열린 마음—자체가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는 관점이다. 이런 덕목들은 단지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것 자체로 인간다운 삶을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Zagzebski, 1996; Baehr, 2011).


이런 철학적 논의가 말하는 교육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 예를 들어, 비판적 사고란 단순히 말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열린 태도와 타인의 주장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Siegel, 2017). 지식은 이해의 토대가 될 수 있지만, 이해는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닌, 의미 있는 사고의 결과라는 점에서 교육에서 더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진다 (Elgin, 2007; Pritchard, 2013).


또한 교육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직업을 얻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으며, 민주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다시 말해, 교육은 개인의 성공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다 (Brighouse et al., 2018). 따라서 교육의 목표는 단지 좋은 성적이나 취업이 아니라, 각자가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공동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Curren & Metzger, 2017).


최근에는 '학생 중심의 교육 목표'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자율성, 성취감, 건강한 관계 맺기, 시민의식, 경제적 자립, 그리고 인생의 의미 찾기 등은 모두 교육이 길러야 할 중요한 역량으로 여겨진다. 이 중에서도 ‘flourishing’, 즉 ‘잘 살아가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Brighouse et al., 2018). 이는 학생 각자가 의미 있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목표라는 뜻이다 (Kristjánsson, 2020).


이러한 관점은 과거의 ‘학문 그 자체를 위한 교육’이나 ‘도구적 성공을 위한 교육’이라는 개념을 넘어선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돈을 많이 버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학생이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Nussbaum, 2010). 일부 학자들은 이렇게 열린 개념이 교육 목표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지만 (Hand, forthcoming), 다른 학자들은 “학생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돕는 것 자체가 교육이다”라고 반박한다 (de Ruyter et al., 2022).


한편 교육은 더 이상 교실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기후위기, 기술 발전,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복잡한 글로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적 문제를 인식하고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와 협력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Kitcher, 2023).


특히 ‘과학 리터러시(scientific literacy)’와 ‘비판적 시민 교육’은 이 시대 교육의 중요한 화두다. 시민이 전문 지식 없이도 과학적 주장과 가짜뉴스를 구분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Chakravartty, 2023; Ferkany, 2023). 이는 교육이 단지 시험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한 대화를 위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교육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인간을 기르고 싶은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실천적 철학이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해간다. 그래서 교육은, 결국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Bakhurst, D. (2011). The formation of reason. Wiley-Blackwell.


Baehr, J. (2011). The inquiring mind: On intellectual virtues and virtue epistemology. Oxford University Press.


Brighouse, H., Ladd, H. F., Loeb, S., & Swift, A. (2018). Educational goods: Values, evidence, and decision-making.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akravartty, A. (2023). Scientific knowledge vs. knowledge of science. Science & Education, 32(6), 1795–1812.


Curren, R. (Ed.). (2023a). Handbook of philosophy of education. Routledge.


Curren, R., & Metzger, E. (2017). Living well now and in the future: Why sustainability matters. MIT Press.


de Ruyter, D., Oades, L., et al. (2022). Education for flourishing and flourishing in education. UNESCO MGIEP.


Elgin, C. Z. (2007). Understanding and the facts. Philosophical Studies, 132(1), 33–42.


Ferkany, M. (2023). Climate, science, and sustainability education. In R. Curren (Ed.), Handbook of philosophy of education (pp. 353–364).


Hand, M. (forthcoming). Against flourishing as an educational aim. In J. Beale & C. Easton (Eds.), The future of education. Oxford University Press.


Kitcher, P. (2023). Education for a challenging world. In R. Curren (Ed.), Handbook of philosophy of education (pp. 15–26).


Kristjánsson, K. (2020). Flourishing as the aim of education: A neo-Aristotelian view. Routledge.


McDowell, J. (1994). Mind and world. Harvard University Press.


Nussbaum, M. C. (2010). Not for profit: Why democracy needs the humanities. Princeton University Press.


Pritchard, D. (2013). Epistemic virtue and the epistemology of education. Journal of Philosophy of Education, 47(2), 236–247.


Siegel, H. (1988). Educating reason: Rationality, critical thinking, and education. Routledge.


Siegel, H. (2017). Education’s epistemology: Rationality, diversity, and critical thinking. Oxford University Press.


Zagzebski, L. T. (1996). Virtues of the mind: An inquiry into the nature of virtue and the ethical foundations of knowle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