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란 표현이 일본식 법률용어다 보니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유언자가 자신의 유언의사를 구두로(口, 입 구) 전달하는 것(授, 줄 수)을 의미합니다. 유언공증을 하려면 유언자가 공증인의 면전에서 직접 말로 유언내용을 설명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제3자가 유언자의 의사를 대신 전달하거나 공증인이 질문으로 유언자의 대답을 유도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유언공증을 할 수 없습니다.
유언자의 구수는 원칙적으로 말로 유언의사를 전달해야 하지만, 질병 등으로 발성이 곤란한 유언자가 유언의 주된 내용만 간단하게 말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미리 작성해 두었던 초안이나 메모를 공증인에게 제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주된 내용이 구두로 전달될 수 있다면 유언의 구체적 내용을 일일이 말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서면 등 다른 방법으로 보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유언자가 "지금 사는 집", "제주도 땅" 등으로 유언대상을 지칭하더라도 달리 오인될 우려가 없다면 그 구체적 부동산 표시는 별도의 서면으로 보충되더라도 무방할 것입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유언자의 유언을 받기 위하여 실무에서는, 유언자의 친지나 수증자 등이 공증인을 방문하여 유언자의 기본적 유언취지를 전달하면 이를 기초로 공증인이 먼저 공정증서 문안을 작성하고 그 후 병상에 출장을 나가 유언자에게 읽어 준 다음 유언자의 확인을 받고나서 작성해 간 공정증서 문안에 유언자와 증인 등이 서명날인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법에서는 유언자의 구수가 있은 연후에 공증인이 그 내용을 필기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증서 초안작성이 구수보다 앞서게 되는 위 실무상의 방식이 유효한지 논란이 되었으나, 판례는 공증인이 병상에서 유언자로부터 명확한 확답을 듣는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본소), 2007다51567(반소) 판결).
친지 등을 통해 유언의사가 전달되었기 때문에 다소 왜곡될 소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유언자가 미리 작성해온 유언서의 내용을 구두로 정확하게 승인하였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유언자의 구수 자체보다 유언 당시 실제 구수능력이 있었느냐가 구수가 있었는지를 인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근거로 되고 있습니다.
구수란 유언자가 스스로 자신의 유언의사를 말로 전달하는 것이므로, 적어도 유언의 주된 내용은 간략하게라도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따라서 유언자가 유언서의 내용에 관해 묻는 공증인의 유도적인 질문에 대하여 고개만 끄덕이거나 “음... 어...” 등 불확실한 답변만 계속한 경우에는 구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판례도 “유언자가 반혼수상태였으며 유언공정증서의 취지가 낭독된 후에도 그에 대하여 전혀 응답하는 말을 하지 아니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면...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이에 기하여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34514 판결), 또 “유언자가 공증업무를 취급하는 변호사가 일정 내용의 유언취지를 묻자 고개를 끄덕거렸을 따름이므로 이를 들어 유언자가 변호사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여 그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8750 판결).
유언자가 말은 하지만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알아듣기가 어려운 관계로 평소 유언자를 돌보는 친지나 간병인 등이 대신 그 뜻을 전달하여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발언내용을 대신 전달해 주는 사람이 이해관계가 없고 단지 유언자의 말이 잘 이해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며 유언자도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그 전달내용을 함께 듣고 용인하였다면 특별히 문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유언자의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언에 이해관계를 갖는 다른 근친자등이 유언자에게 유도적 질문을 하여 “예”나 “응” 등의 간단한 긍정의 대답 또는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경우에는 유효한 구수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공증인 한정화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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