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date: Feb 27, 2017 12:9:0 AM
[기획]트럼프발 무역전쟁 시작⑶국회 ‘신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우리 농업의 대응’ 토론회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에 쇠고기 등 수입확대 요구할듯 TPP협상 지연으로 시간 벌어
동·식물 검역 등 대처 필요 농산물 희생 강요당하는 최악의 상황 철저히 대비해야
‘트럼프발 신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우리 농업의 대응’을 주제로 한 농정개혁 토론회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농업과 행복한 미래’ 주최로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맺은 무역협정을 전부 들여다보겠다. 많은 무역협정에서 (재협상을 통한) 업데이트(갱신)가 있을 것이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미국이 맺은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백악관의 이런 언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조만간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총성이 한국까지 울린 것이다. 이에 맞춰 23일 국회에서는 ‘트럼프발 신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우리 농업의 대응’이란 주제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농업과 행복한 미래’(대표 김현권·홍문표 의원)가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발표=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에는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급진 미국주의’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 들어선 미국 행정부는 모든 FTA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같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메가 FTA’를 반대한다”며 “대신 새 행정부는 미국의 힘을 일방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양자(두 나라간) FTA를 선호하고, 통상정책의 초점도 온통 미국 우선주의에 맞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은 전면 재협상이나 폐기보다는 부분 재협상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요구사항에는 농축산물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쇠고기 수출연령과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미국의 주요 관심사”라며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농축산물 교역 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결코 한국농업에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TPP 같은 대형 FTA의 속도가 늦춰지면서 전면적인 시장개방 위험도 감소했다”며 “이는 우리 농업이 구조를 개선하고 역량을 높일 시간을 벌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TPP가 좌초 위기에 처했지만, TPP 협정문 규범은 향후 국제질서의 기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처럼 우리에게 버거운 분야는 하루빨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참석자들은 “트럼프 시대는 통상 부문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FTA 재협상 등을 대비해 농업통상정책 부문에서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농업·농촌 분야가 추가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국내 대기업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장경호 농민농업정책연구소 녀름 소장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원하는 부분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농업통상정책과 관련한 위협 요인은 비교적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정용호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 과장은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미국 측의 언질도 없었고, 트럼프 정부의 통상조직도 아직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상황적인 변수가 있기 때문에 농업통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다자간 FTA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다정 산업통상자원부 세계무역기구과 서기관은 “미국이 개별적으로 양자 FTA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우리는 다자간 FTA를 강화해 미국을 견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박 서기관은 “재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 FTA가 미국에도 이익을 가져다준 무역협정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영·함규원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