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직장인 든든한 한 끼 지원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직장인 점심값이 4년간 34% 급등하고 중소기업 73%가 구내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기업 규모별 복지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 근로자 30%는 편의점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실정으로, 이는 건강과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직장인 대상 보편적 지원이 아닌, 여건이 열악한 인구감소지역과 지방 산업단지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선별적 먹거리 지원사업을 마련했다. 점심 외식비 20% 할인 지원(월 최대 4만원)과 산업단지 내 ‘천원 아침밥’ 제공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정책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식사 접근성을 개선해 편의점 간편식 의존도를 줄이고 영양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금 지급이 아닌 지역 외식업체를 통한 지원 구조로 설계돼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국내 농산물 소비 기반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연간 79억원으로 5만명을 지원하는 것은 전체 중소기업 근로자의 0.6%에 불과해 정책 효과의 실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지원금 유입으로 인한 외식 물가 상승이 비수혜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과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의 형평성 문제도 검토해야 할 과제다.
따라서 정부가 전면 시행이 아닌 3년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것은 적절한 접근이다. 이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실증적 검증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신중한 접근을 보여준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원 지역과 비지원 지역 간 외식 물가 변화율 비교를 통해 물가 왜곡 여부를 검증하고, 지역 외식업체 매출 증가율과 신규 고용 창출 규모로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측정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의 식생활 질 개선 정도와 국내 농산물 소비량 변화가 농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도 정량 분석해야 한다.
이번 정책은 복지 정책의 대상과 범위 확장이라는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정책을 더 큰 맥락에서 보면, 전통적인 복지 대상을 넘어서는 사회보장 체계 확장의 시험대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복지 정책이 주로 저소득층·고령층·아동 등에 집중됐다면, 이번 정책은 근로자의 삶의 질 영역까지 정부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 정책은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는 정책 실험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시범사업 기간 동안 체계적이고 투명한 모니터링과 3년 후 독립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 본사업 전환 여부 결정이 충족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 정책의 성공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 지원이 중소기업의 자체 복지 개선 노력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지역경제와 농업 부문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면, 새로운 복지 모델의 성공적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