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date: Mar 02, 2016 1:34:51 AM
완전 시장개방시대 돌입…갈수록 짙어지는 ‘중국농업 그림자’
▲ 한·중 FTA 발효와 함께 장기적으로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사진은 중국 산둥성의 대규모 마늘밭과 깐마늘 생산 공정.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12월 20일 공식 발효됐다. 국내 농업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한·중 FTA 발효와 함께 완전 시장개방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정부는 향후 20년간 국내 농축임산물 생산 감소액을 재배업 920억 원, 임산물 582억 원 등 총 1540억 원으로 전망했다. 연간 평균 77억 원 수준이다. 신선농산물 등 초민감 품목 대부분이 양허제외 된데다 향후 20년 간 단계적 관세철폐를 거치므로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하지만 중국이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위협의 강도가 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와 무관하게 중국 농산물의 수입 증가 등으로 향후 20년 동안 국내 농업은 10조6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중 FTA 발효와 양국간 농업현황 및 대응방안 등을 알아본다.
|한·중 FTA 발효
향후 20년 동안 전체 상품의 92%, 수입액 기준 91% 관세 자유화
대중국 농산물 관세율 41.1%, 중국은 대한국 관세율 평균 2.9%로
우리나라는 향후 20년 동안 전체 상품의 92.1%(1만1272개), 수입액 기준 91.2%(736억 달러)의 관세가 자유화된다. 중국은 품목 기준 90.7%(7428개), 수입액 기준 85%(1417억 달러)이다. 농산물의 경우 전체 1611개 품목 중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양허대상 농산물의 34%인 548개 품목은 양허 제외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감자, 전분, 사과, 배, 포도, 고추, 마늘, 양파, 인삼 등이다.
초민감품목 중 26개 품목은 부분 감축한다. 김치의 경우 관세 20%에서 19.8%, 혼합조미료 및 기타소스(다대기)는 45%에서 40.5%로 낮아진다. 면류, 들깨, 송이버섯(냉동) 등 8개 품목은 10% 감축하고, 옥수수(종자용) 등 15개는 130%로 감축된다. 또한 민감품목 441개 품목 중에서 202개는 15년 철폐, 239개는 20년에 거쳐 자유화된다. 망고(신선/건조), 두리안(시선) 등이 15년이고, 인삼음료와 춘장 등은 20년 철폐이다.
일반품목은 589개 품목 중 216개는 즉시 철폐되고, 209개는 5년 철폐, 164개는 10년에 거쳐 자유화된다. 대두(종자/분/조분), 사탕수수 당밀(주정제조용) 등이 즉시 철폐되고, 옥수수박과 식혜, 대두유(정제유/조유) 등은 5년 철폐이다. 마요네즈 등은 10년에 거쳐 철폐된다.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7개 품목은 저율할당관세(TRQ)로 수입한다. 팥 3000톤, 맥아 5000톤, 고구마전분 5000톤, 대두 1만 톤, 참깨 2만4000톤, 사료용 부산물 기타 3만8000톤 등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년 이내에 세번(관세분류 상 상품번호) 기준 63.9%의 관세를 철폐한다. 중국은 자유화율이 91.0%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농산물 관세율은 2012년 기준 56.7%에서 41.1%로 낮아지고, 중국은 대 한국 평균 농산물 관세율이 평균 15%에서 2.9%로 낮아진다.
▲ 중국 산동성의 대규모 마늘밭.
|한·중 농업현황
중국 농업생산액 588조 ‘세계 최대’…우리나라 12배 웃돌아
대중국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 증가…지난해 37억600만달러
우리나라 농림어업 생산액은 1980년 6조4000억 원에서 2013년 약 46조6000억 원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47조2922억 원으로 약간 증가했다. 이종인 강원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30~40년 동안 7~8배 성장한 수치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농림어업 생산액은 독일보다 약간 작지만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보다는 크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약 8배 크다. 터키도 2.3배, 일본은 2배, 프랑스와 멕시코도 각각 1.5배 규모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세계 최대 농업국으로 비교할 수 있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크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가 2013년 세계식량농업기구(WHO) 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농업생산액은 약 500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 환산액으로 588조2500억 원으로 12배가 넘을 만큼 대규모이다. 중국의 농업생산액은 세계 두 번째인 미국에 비해 약 2배이고, 3위인 인도보다 약 3배나 많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농수산물 교역 실적은 수출의 경우 2009년 5억900만 달러에서 2014년 11억1600만 달러로 2배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은 30억7900만 달러에서 48억2100만 달러로 56.6% 증가했다. 이에 따라 농수산물의 무역수지 적자는 2014년 37억600만 달러로 적자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당류(당, 시럽)가 2014년 기준 1억134만 달러로 가장 높다. 다음은 낙농품(크림, 치즈 등) 9783만 달러, 인삼류 3318만 달러 등 가공식품이 대부분이다. 수산물은 기타어류(연어, 고등어, 삼치 등)가 5606만 달러, 기타 해초류(미역, 톳, 조제감 등) 4219만 달러, 오지어 4062만 달러 등이다.
이에 반해 수입 농수산물은 채소류가 4억1136만 달러로 가장 많다. 다음은 박류 3억9134만 달러, 곡류 2억183만 달러, 두류 1억5283만 달러 등 1차 농산물에 집중된다. 국내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이다. 수산물로 낙지 1억5337만 달러, 조기 1억1718만 달러, 문어 8749만 달러, 조개 8469만 달러 등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는 품목이 많다.
|우려점과 대응방안
초민감품목 양허 제외됐지만 가공품으로 수입 증가 불보듯
양국교류 늘어나면서 우리농업에 미치는 영향력 커져 ‘촉각’
협상 대상에서 쌀이 제외됐다. 대부분 신선 농축산물과 간장, 된장, 고추장, 메주 등 전통식품, 대두유(식품용), 설탕, 전분 등 국산원료 사용비중이 높거나 국내 생산기반 유지가 필요한 품목은 양허에서 제외시켰다. 다만, 관세 10%가 부분 감축되는 들깨의 경우 생산 피해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FTA 발효와 함께 관세가 1% 감축되는 김치와 혼합조미료 등 일부 가공식품이 관세 하락으로 수입증가 우려를 낳고 있다. 연간 평균 20만 톤 정도 수입되는 중국산 김치의 수입변화 여부도 주목거리다.
한·중 FTA는 한·미 FTA, 한·EU FTA 등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의 협정으로 평가받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피해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초민감품목을 제외한 1030개 품목의 경우 향후 20년에 거쳐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만큼 양허제외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제품으로 수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관세하락 수준과 별개로 한·중 FTA에 의한 교류증가에 따라 농산물 수출입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2014년 양국 간 농축산물 교역액은 37억 달러로 2005년에 비해 83.4%나 증가했다. 중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의 경우 2005년 18억2824만 달러에서 2014년 28억2167만 달러로 약 1.5배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 농축산물의 중국 수출도 1억9067만 달러에서 8억7992만 달러로 약 4.6배 증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증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응방안으로는 밭농업 경쟁력 제고와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과 품목개발 및 수출 등이 강조된다. 정부는 밭농업 기계화를 비롯해 주산지·들녘별 공동경영체 육성 등을 통한 규모화·조직화,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의 스마트팜 확산 등 연구개발(R&D) 강화, 수입보장보험 확충 및 수급안정대책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회 비준에 맞춰 향후 10년 동안 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밭농업 고정직불금의 2020년 ha당 60만원 인상, 정책자금 고정대출금리 2%로 인하, 피해보전직불제 보전비율의 95% 인상 등이다.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향후 10년 동안 총 1조원 규모의 기금조성 방안도 추가됐다.
수출의 경우 현재 수출액이 많은 우유, 크림, 밤, 건조인삼, 설탕, 분유, 아이스크림 등은 양허 제외돼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선농산물도 양국 검역기준에 따라 수출이 제한된다. 가공제품은 검역으로 인한 제한이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국산 원료를 이용한 수출활성화가 강조된다.
이와 함께 중국인들의 소득증가에 따른 고품질 제품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쌀과 삼계탕의 검역·위생협상으로 현지 쌀, 삼계탕 바이어들이 국내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삼계탕 생산업체를 방문하는 등 수출가능성을 보여줘 주목된다.
이상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FTA 이전에도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로 이번 FTA 발효로 양국 교류가 증가할수록 더욱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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