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하늘과 시장이라는 두 주인을 섬기는 힘든 직업이다. 봄철 한파와 여름 폭우, 가을 태풍 등 자연의 변덕은 농민들의 일상을 끊임없이 위협해왔다. 여기에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까지 더해지면 농가소득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불안정성에 시달리게 된다.
최근 몇년간 이상기후는 더욱 잦아지고, 시장 환경의 변화는 더욱 격심해졌다. 땀 흘려 수확한 농작물이 풍년이면 가격이 폭락하고, 흉년이면 수확량이 줄어 소득이 감소하는 악순환은 농민들에게 큰 부담이 돼왔다. 열심히 일해도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많은 농민들이 미래를 걱정한다.
7일 봄감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농업수입안정보험은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안이다. 이 제도는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뿐만 아니라 시장가격 하락까지 함께 보장함으로써 농가수입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농작물재해보험이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만을 보장했다면, 농업수입안정보험은 시장가격 하락으로 인한 소득 감소까지 보장범위에 포함시켰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농가의 기본적인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농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도다. 올해는 고구마·옥수수·콩부터 벼·감자·마늘·양파·과일류까지 총 15개 품목이 대상이다. 고구마와 옥수수 등 9개 품목은 올해부터 전국 어디서나 가입할 수 있고, 봄감자와 벼 등 6개 품목은 일부 주산지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된다. 자연재해·조수해·화재는 물론 시장가격 하락과 일부 품목의 병충해까지 보장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농작물재해보험과 중복해서 가입할 수 없다. 물론 농업수입안정보험 시행만으로 농가의 모든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농산물의 적정 가격을 보장하는 유통구조 개선, 농촌 인력문제 해결, 기후변화에 대응한 영농기술 개발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농업수입안정보험은 농가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농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농업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면 그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농민들은 보다 과감하게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식량안보와 농촌 공동체를 지키는 소중한 가치다. 농가경영의 안정은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농업수입안정보험을 비롯한 다양한 농가 지원책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현실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책 개발과 시행이 중요할 것이다.
고령화하는 농촌에서 청년농들이 희망을 품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동 과제다. 소득의 안정성이 보장될 때 젊은이들이 농업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 농업의 세대교체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농가소득 안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땅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농민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안정된 소득을 통해 농민들이 자부심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