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시장 침투한 K버거]②
비프버거 주류 시장에 해산물·치킨 패티 차별화 승부
가성비 전략도 공통점…입지 및 접근 전략은 달라
韓메뉴와 현지입맛 균형 要...'허니갈릭사이버거' 호평
맛과 서비스 기본에 충실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롯데리아 ‘새우버거’와 맘스터치 ‘싸이버거’는 공통점이 있다. 각 회사의 대표 버거이면서, 버거 본고장 미국이나 글로벌 버거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쇠고기(비프) 버거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각 해산물과 치킨이 패티의 주 재료다.
이러한 차별적 특성으로 새우버거와 싸이버거는 롯데리아와 맘스터치가 미국과 일본을 각각 공략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는 육류가 안 들어간 버거가 거의 없다”며 “1호점 오픈 후 새우버거와 불고기버거가 전체 판매의 50%를 차지하는데 새우버거가 조금 더 많이 나간다”고 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도 “일본은 비프버거 위주이다 보니 치킨버거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다”면서 “싸이버거는 희소한데다 두꺼운 패티로 볼륨감까지 있어 현지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가성비 전략도 K버거가 현지 관심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롯데리아 불고기 및 새우버거 세트(감자튀김+음료)는 12~13달러(약 1만 6000원) 수준으로 현지 맥도날드 가격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인앤아웃(15달러·약 2만원)보다는 다소 저렴한 수준이다. 국내 가격보다 비싼 이유는 인건비부터 식재료 등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국내보다 미국이 높은 탓이다. 캘리포니아 최저임금은 시간당 23달러(약 3만 2000원)수준이다.
맘스터치 도쿄 1호점인 ‘시부야점’의 싸이버거는 세트 기준으로 850엔(8040원)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일본 맥도날드보다는 10~20엔 정도 싸다”면서 “현지에서 괜찮은 한 끼를 먹는 데 필요한 1270엔(1만2000원)~1580엔(1만5000원)에 견줘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출점 전략에서 K버거 양대 산맥은 차별점을 보인다. 롯데리아는 한인 비율이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풀러튼 시티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맘스터치는 도쿄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시부야역 주변 대형 쇼핑몰이 밀집한 상권에 자리를 잡았다.
입지적 특성에 따라 방문객 구성도 다르다. 롯데리아 미국 지점은 교민과 현지인 방문객 비율이 6대 4 정도다. 반면 맘스터치 시부야점은 현지인과 관광객 비율이 6대 4 수준이다. 롯데리아는 과거 국내에서 롯데리아 버거를 맛봤던 ‘고향의 추억’을 간직한 한인을 징검다리 삼아 현지인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라면, 맘스터치는 처음부터 현지인을 1차 타깃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교민에서 시작해 현지인으로 확대해나가는 ‘2단계 접근’ 전략은 이미 검증된 전통 방식이기도 하다. 반면 맘스터치는 정식 매장 오픈 이전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한 뒤 뛰어드는 전략을 택했다.
선진시장 공략 단계에서는 맘스터치가 앞서 있다. 롯데리아는 이제 미국에서 첫 단추를 끼워 1호점 안정화가 과제라면, 맘스터치는 1호점(시부야) 성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 2호점(하라주쿠)은 물론 연내 직·가맹 포함 총 10개 매장을 출점하고 30개 가맹 계약 체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K버거의 선진시장 안착을 위해 K버거 차별성과 현지화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를 통해 반복 구매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우버거·불고기버거와 같은 한국형 메뉴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 포인트를 확실히 하는 동시에 현지인 입맛과 문화에 맞는 메뉴·서비스 표준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라 단순한 가격·속도 경쟁이 아닌 품질, 건강, 차별화된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맘스터치의 경우 자사 고유 메뉴인 싸이버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단맛을 좋아하는 일본 현지 입맛을 고려해 ‘허니갈릭사이버거’를, 데리야키 소스 선호자를 겨냥해 ‘치즈불고기버거’를 함께 내놔 균형을 잡았다. 또한 지난 2월부터는 시부야점 매장에 맘스피자 숍인숍(점포내점포) 모델을 도입해 피자 판매를 시작했는데, 현재 피자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맛과 서비스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부교수는 “식품업계에서는 단 한번의 식품안전 사고로 외면을 받기 때문에 품질 관리와 서비스 표준화가 필요하다”면서 “미국 현지에서 롯데리아 방문객들로부터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부분은 우선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롯데리아 미국 매장은 오픈런이 이어지고 긴 대기줄이 형성되면서 현지 일각에서 불편함을 언급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대기하는 이들을 위해 양산과 물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미국 현지 인력과 손발을 맞추고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