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쌀을 비롯한 주요 식량 생산문제를 범국가 차원의 의제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기반 유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요 곡물의 안정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8일 한국농업경제학회와 농협미래전략연구소가 공동 개최한 ‘2024년 제3회 미래농생명산업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기후위기를 현실 문제로 인지하고, 주요 곡물의 생산·소비를 안정적으로 꾸려갈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미래농생명산업 포럼은 학계·정부·농협·언론계 관계자 등이 농업의 장기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번 토론회는 ‘농업분야 기후환경 변화와 식량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남재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특임교수(전 기상청장)는 “2018년부터 최고기온, 시간당 강수량, 최대 규모 산불 등 기상관측 기록이 매년 경신되고 있다”며 “곡물자급률이 사실상 20%대에 그치는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 기후문제가 식량 생산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UN·국제연합) 지속가능목표(SDGs)의 1번 과제가 식량, 2번이 에너지, 3번이 물인데 식량은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최근 중국과 일본이 ‘식량안보’를 국가문제로 보고 관련 법을 제·개정한 점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2040년대 국내 쌀 생산량은 현재 수준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에서 황성혁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는 “식량위기를 농업계의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어젠다로 확대해야 한다”며 “지난해와 올해 기후위기 여파로 금사과·금배추 이슈가 있었지만, 쌀이 부족했다면 파장은 훨씬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쌀 생산비 증가 추이와 타작목 전환에 따른 가격 하락 전망 등을 종합해 주요 곡물 생산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 3015억엔을 투입해 논 활용 전작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며 “그 결과 경지면적 대비 쌀 재배 비율을 1970년 50.4%에서 2021년 32.3%로 조정하며, 타작물과 생산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벤치마킹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장선에서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은 “논 타작물 전환을 단기간에 과감히 추진해 생산기반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도마다 특정 시·군 2∼3곳을 선정해 콩 등의 전략작물을 집중 재배하는 방식으로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자급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는 “콩만 하더라도 배수장치 등 생산기반 부족과 예산 등의 한계로 자급률 상승이 더딘 실정”이라며 과감한 정책을 재차 주문했다.
현실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상현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결국 새로운 종자나 품종을 선택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부족하다”며 “관련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 ‘농업법’ 개정 진행 과정만 봐도 키워드는 기후변화와 식량안보”라며 “기후위기가 농업분야의 위험 요인임을 인식하되, 역으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농업이 국가 주요 산업으로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