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date: Feb 20, 2021 3:24:12 PM
높은 수준 시장개방 요구 불보듯
강화된 SPS 규정에 효과적 대응
검역시스템 구축 여부 점검
인력·조직·제도 등 보강 선제적 이뤄져야
[농수축산신문=박유신·이한태·박현렬·이문예·이호동 기자]
정부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전제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체제가 약화된 상황에서 CPTPP, RCEP 등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아·태 경제질서 변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그 피해가 농축산업에 집중될 우려가 커 농축산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본지는 ‘CPTPP 가속화, 준비되지 않은 한국농축산업’이라는 주제로 지상좌담회를 마련, CPTPP의 주요 이슈와 농축산업계에 미칠 영향, 대응방안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지상중계한다.
[토론자]
김광천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현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최성현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정부가 RCEP에 이어 공개적으로 CPTPP 가입 의사를 밝혔다. CPTPP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CPTPP의 출발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었다. TPP 협상이 끝나고 발효를 앞두고 있었는데 미국에 새로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TPP를 탈퇴하면서 미국이 빠진 TPP가 된 것으로, RCEP과는 출발이 다르다. CPTPP는 TPP에서 시작된 거라서, 출발점은 미국이 ‘피봇투아시아(pivot to Asia)’의 의미로 무역 측면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나타난 정치·안보적 성격을 가진 동맹체다. 동시에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새로운 무역규범을 만들겠다는 두 가지의 목적이 있다. CPTPP는 어떤 부분은 RCEP과 유사한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다. CPTPP는 시장개방 수준과 규범이 RCEP보다 높다. RCEP은 출발 자체가 아세안 협력 증진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것들이어서 획일적 목적이 있다기보다 아세안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CPTPP보다 시장개방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규범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지만 실제로 높진 않고, 구속력이 없는 것들도 많다.
# 임정빈 서울대 교수
CPTPP는 TPP가 미국 주도 12개 나라가 진행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좀 더 미국의 통상 이익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서명을 철회한 데서 비롯됐다. 다 같이 합의는 봤지만 서명을 하지 않아 미국이 자동 탈퇴된 것이다. 몇 년씩 협상해온 걸 버릴 수 없어서 미국을 제외한 11개 나라가 진행한 것인데, 일본과 호주가 주도했다. 11개 국가의 메가 FTA인데, 이는 중국 견제용이라 봐도 무관하다. 아세안 국가 중 발전된, 시장지향적인 국가만 가입했다. CPTPP는 시장개방의 수준도 높지만 규범이 있다. 기존 WTO의 룰이 애매한 것들이 많아 선진국 주도의 FTA는 규범이 구체화·명확화 되고, 우리 같은 수입국 입장에선 불리할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동식물 검역은 장벽이라 보면 안 되고, 어떤 나라와의 무역거래에서 국민 건강과 그 나라의 동식물 건강과 보호를 위해 합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로 봐야 한다. 무역을 왜곡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왜 CPTPP 가입을 중요시 하나."
# 임정빈 교수
정부는 CPTPP에 가입하려 하고 있다. 환태평양 국가와의 거래가 많고 주요 교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가 경제가 지속되려면 이들 국가와의 유대관계가 지속돼야 한다. 지금도 상호 무역관계가 깊은 나라여서 시기의 문제지 가입할 것이다. 왜 지금이냐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건 전략이다. 미국이 들어오기 전에 가입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은 언제든지 가입 가능한데, 미국이 먼저 가입한 이후 우리가 들어가게 되면 가입 비용이 커지게 된다. 가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 전략적 접근을 취하는 것이다.
# 김광천 사무총장
통상당국과 CPTPP 가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우리나라가 회원국 진입으로 얻게 될 수출시장 다변화, 무역 활성화, 경쟁력 제고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 CPTPP 가입을 위해서 뉴질랜드 사무국에 공식 서한 발송 후 뉴질랜드는 각 회원국의 시장 개방 희망목록을 받아 회원국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CPTPP 독자 가입은 피해가 큰 만큼 미국과 공동 가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서 미국이 추가 시장 개방을 놓고 회원국들과 힘 싸움을 할 때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 경우도 비농업분야에 국한된 것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이라는 불가피성은 감내해야 할 것이다.
"CPTPP 가입에 대해 농축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농축산업계의 입장은."
# 김광천 사무총장
경쟁력이 담보되지 않은 한국 농업시장을 상대국이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며 가입을 위한 비싼 입장료를 치뤄야 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농업계의 사회적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업인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개방이 더 가속화되면 가뜩이나 정체된 농가 소득, 인구 소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과 농촌에 큰 악재로 다가올텐데, 정부의 '어쩔수 없는 선택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그간 통상 과정에서 농업계가 피해를 감내하면서 수도 없이 쳇바퀴처럼 들었던 이야기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가입 검토라는 방향이 확정됐다. 이후 농업계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략을 수립하고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나 지면을 통해 가입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항상 그래왔다. CPTPP는 농업계가 몇 년 동안 준비하고 체질을 개선해서 대응하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는 협상이다. 가입 준비를 위한 채비를 갖추기는커녕 현재도 넘쳐나는 수입 농산물조차 감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마도 추진과정에서 몇 가지 당근을 던져두고 농업계 반응을 살펴볼텐데 다른 통상협상과는 차원이 다른 만큼 정부의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 최성현 사무총장
CPTPP 회원국 중 상당수가 축산물 주요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CPTPP의 위생검역조치(SPS) 규범은 동식물 범위를 국가·지역 단위 보다 축소해 농장단위로 구획화하고 분쟁 시 180일 내에 신속 처리해야 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농축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전면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지역 단위가 아닌 농장 단위 SPS 동식물위생 검역은 영토가 넓은 국가의 특정지역의 축산물 수출을 인정해 줘야 하기 때문에 질병에 취약하고 해마다 악성 가축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우리나라 축산 농가는 경쟁력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단위 또는 농장 단위 SPS에 전혀 준비돼 있지 않고, 준비할 수도 없다.
"CPTPP 가입시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 임정빈 교수
규범 부분이 문제다. 시장개방도 있지만 11개 국가 중 멕시코만 빼고 우리와 FTA를 맺었고 일본도 RCEP에 가입했기 때문에 CPTPP에선 멕시코와의 FTA 효과밖에 없다. 물론 기존에 했던 나라도 가입 비용으로 본인들의 관심품목에 대해서 좀 더 시장개방하라는 요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규범이 쟁점이 될 것이다. 규범은 대부분 지킬 수 있는 능력과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농업은 그간 FTA를 하면서 상당부분 시장개방이 이뤄졌다. 그나마 농업이 지탱되는 건 국제 룰에 근거해 동식물검역에 의해 문제 있으면 수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과, 배, 복숭아는 그 어떤 나라도 한국에 신선 냉장상태로 수출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그런 게 쟁점이 될 수 있는데 CPTPP의 SPS 협정문을 보면 수입국에 의무 부담이 많다. 투명성과 신속성의 정신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CPTPP도 기본적으로 무역을 원활히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일본은 예외를 많이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우리도 시장개방 협상에 있어 중요한 것은 예외를 인정받으며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은 TPP를 만든 초기 멤버로 참여해 12개 나라가 같이 협상하며 이 같은 결과를 얻어낸 건데, 우리는 뒤늦게 CPTPP에 가입을 희망·신청하는 나라다. 일본은 1대1 대등 관계에서 협상이 가능했지만 우린 원년 멤버가 아닌 추가 멤버여서 1대1 협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12개 모든 나라의 협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일본만큼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협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외를 못 얻는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협상에는 항상 많은 부분에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 문한필 연구위원
일본에 대한 농식품 양허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선 과일, 축산물과 유제품 등에서 여타 CPTPP 회원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양허안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은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식물병해충이나 가축질병 관련 SPS 조치 운용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CPTPP를 통한 양국 간 농식품 교역은 기존 예상과 달리 일본의 대한국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 일본은 상당기간 마이너스 성장과 디플레이션, 엔화 약세 등이 지속돼 왔기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상당 부분 떨어졌을 수 있다.
# 이상현 교수
CPTPP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했다고 하나 기존 FTA에서의 양허 수준보다 관세 개방의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돼지고기, 닭고기, 분유 등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의 FTA에서 양허 제외됐던 품목들의 관세 감축을 요구받을 수 있으며 장기로 철폐하기로 합의됐던 품목들의 관세 감축 기한이 단축될 수도 있다. 규범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구획화 적용과 SPS 분쟁 해결 기한 규정이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기존에는 국가 단위나 지역 단위로 해당 지역의 축산물 수입을 금지했는데, 구획화가 적용될 경우 그 범위를 같은 생물보안체계를 적용하는 농장 단위로 좁히게 되는 것으로 수입국 입장에서는 수입 규제에 훨씬 불리하게 된다. 또한 수입국이 동등성 요청을 받고 수출국이 제공한 정보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합리적 기간 내에 동등성 평가를 개시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며, SPS 조치와 관련해 양자 협의채널을 통한 사안 해결에 실패할 시 협력적 기술협의 절차(기한 180일)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을 때는 CPTPP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되게 됨에 따라 축산물과 유제품의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후발주자로 가입시 기존 회원국의 추가 요구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우리의 협상구조는 1대 다 구조다. 어느 한 나라가 반대하면 협상국이 될 수가 없다. 한국에 대해 문제가 될 만한 나라는 일본, 호주, 멕시코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상 일본이 문제인데, 일본이 버티면 우리는 CPTPP에 가입하지 못할 수 있다.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어떤 것이 추가적으로 요구될지는 일정 부분 예상 가능하다. 기존에 FTA를 할 때 요구한 것들 중에 우리가 안 들어준 것들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농산물은 워낙 관세가 낮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CPTPP에서는 일본이 제조강국이다 보니 공산품이 문제다. 어떻게 전선을 만들어 갈지가 중요하다.
# 문한필 연구위원
이른바 CPTPP 가입조건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기존 가입국의 시장개방 수준에는 최소한 맞춰야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투자와 서비스, 지식재산권 등 통상규범의 경우는 현재의 CPTPP 조항들을 수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가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김광천 사무총장
그간 정부는 양자, 다자간 협상을 진행하면서 상대국의 농업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쌀을 비롯한 주요 축산물과 과수, 양념채소류 등 민감품목에 대한 방어적인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협상 결과는 불가피하게 상대국이 요구한 농산물을 일부 개방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알려진 바대로 그간 일본은 쌀 시장 개방 반대 기조를 유지하다가 가입을 위해 곳간을 열었다. CPTPP 협상에서 기존 쌀 관세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호주에 최대 8400톤의 쌀 무관세 쿼터를 허용했다. 우리나라가 CPTPP에 참여하려면 기존 회원국들의 민감품목에 대한 거센 시장개방 요구가 있을 것인데 이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CPTPP 과정에서는 정부의 전략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상대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이미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후발 주자가 감내해야 할 몫으론 농업부문의 피해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 이상현 교수
CPTPP에 후발주자로 가입할 시 규범과 관련해서는 협상 여지없이 기존 CPTPP 협정문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에만 특별히 강화된 규범을 적용하는 등의 추가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추가 요구라 함은 가입 과정에서 있을 기존 CPTPP 회원국과의 양자 간 양허 관세에 대한 협상에서 우리에게 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형성돼 있는 협정에 추가로 가입하고자 하는 국가가 협상 테이블에서 열세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예상은 당연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국내 농축산업부문은 CPTPP 가입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는가."
#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제도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특히 동식물검역제도는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동물검역은 나은데 식물검역은 조금 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여러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법과 관련된 것들이 있어 국회를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검역과 관련해선 CPTPP의 요구 기준을 못 맞추고 있어서다. 제도 개선 과정은 어려울 수 있고 잘 안될 수 있다. 식물검역 제도와 관련해선 현재 지역화에 대한 자세한 규정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사실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행능력이 있느냐가 문제다. 장비가 필요하면 갖다 놓으면 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이행능력은 인력과 관련한 문제다. 동물검역쪽으론 수의학과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식물검역쪽에선 전문 교육을 받거나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실제 검역제도를 이행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이 같은 전문가를 길러낼 전문 교육기관도 필요하다. 동식물검역제도 현대화를 위해선 관련법이나 세부 시행령 등을 손봐 CPTPP의 요구 수준으로 올리는 동시에 장비나 인력 등 긴 시각에서 교육 훈련까지 연결된 장기 대책을 마련하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
# 임정빈 교수
우리 농업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규범 강화에 대비해 조직, 인력, 예산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세적으로만 보지 말고 이들 나라에 대한 수출을 늘리려는 적극적 자세가 요구된다. CPTPP와 관련해선 기회도 있지만 위험요인이 더 크니까 농업계가 과거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말해온 건데, 그렇다고 농업을 빼고 협상을 한다면 상대국이 FTA를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큰 틀은 이해하되 국내 대책도 필요하다. CPTPP는 다른 것보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우리 농업이 방어력도 높이고 기회를 잡으려면 지금부터라도 +α의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 정부는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특히 농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피해 우려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 문한필 연구위원
CPTPP 가입 여부의 결정은 농식품 분야 수입영향 확대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전제로 해야 하며, 관세 외에도 비관세조치를 통해 보호돼 온 품목의 수입증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WTO 규정과 기체결 FTA 규범보다 강화된 CPTPP 규범(SPS, 수출보조, 국영기업 등)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농식품 분야에서 실질적인 수입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병해충과 가축질병의 지역화·구획화 인정, 상대국 SPS 조치의 동등성 인정, 기술적 협의 기한을 180일로 한정한 조항 등을 포함해 대폭 강화된 SPS 규정은 수입국의 권한을 제한하기 때문에 주요 신선 농축산물에 적용되고 있는 기존의 SPS 조치와 관련된 통상마찰이 증가할 수 있으며, 불리할 경우 해당 조치의 해체로 귀결될 수 있다.
"정부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우리가 쌀에 꼼짝 못한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에 흔들어댈 것인데, 불가능하진 않지만 얼마만큼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혹시라도 지켜낸다면 다른 것들을 보상해 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꼭 농업부문에서의 보상만은 아니고 공산품 등 많은 부분을 열어 놓고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시장개방 협상에선 일본시장을 얻는다는 건 우리에게 득이다. 일본 농산물이 많이 수입돼 들어올 수 있겠지만 지금도 일본으로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수출하고 있으니 중요한 수출국을 확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규범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규범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 우리도 제도 등을 고쳐 나가야 하는데 동식물검역이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 문한필 연구위원
강화된 SPS 규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검역시스템이 구축돼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미흡한 분야에 대한 인력이나 조직, 제도 등의 보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입검사, 위험분석 등 통상적인 검역업무 관련 인적·물적 자원의 보강 외에도 CPTPP에서 강화된 투명성, 지역화, 동등성 조항에 따라 ‘모든 SPS 조치의 신속한 통보’, ‘SPS 조치의 타당성(생명·건강 보호) 증명’, ‘수출국의 지역화·구획화와 동등성 인정 요청 시 위험평가’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CPTPP 차원을 넘어 향후 선진화될 동식물검역시스템을 활용해 국내 농축산물의 수출검역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도 제고해야 한다.
# 임정빈 교수
우리나라는 SPS와 관련된 예산, 조직, 전문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선진국일수록 농업관련 기관 중 월급을 많이 주는 곳 중 하나가 검역 본부다. 우리나라는 검역관의 대우가 박하다. 조직의 위상도 낮다. 검역은 나라 전체에 영향 미치는 부분인 만큼 검역본부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건 수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 김광천 사무총장
통상당국의 방향으로 추진되는 협상에서 농식품부는 방어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비공개 협상과정에서 시장개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하겠으나 난항이 예상된다. CPTPP 11개 회원국들의 농식품 평균 자유화율이 96.3%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만 예외로 적용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CPTPP가입을 전제로 농식품부가 무슨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설령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한들 예산의 문제와 직결될텐데 기재부의 문턱을 넘는 것도 숨이 가쁘다. 기상이변·자연재해 등 외부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그린 뉴딜에 발맞춘 지속가능한 농산물 생산 체계 구축과 농촌 인력 유입을 위한 보다 치밀한 방안이 요구된다. 아울러 농촌공간 계획 수립과 농업회의소의 설립 지원 등을 통한 농촌 커뮤니티 확장과 지방농정 활성화 등도 지금으로써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