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date: Jan 23, 2017 3:30:7 AM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우선주의와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부터 미국을 이끌게 되면서, 향후 우리나라 농축산식품 시장에도 파급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농어민신문 부설 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지난 15일 aT센터 3층 미래룸Ⅰ에서 ‘미국 트럼프시대, 농축산식품분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미국 대선 이후 예측되는 농업통상 정책의 방향을 짚어보고, 우리나라 농축산식품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등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주제발표/미국 대선 이후 한·미 농업통상 전망과 과제
“양자무역협정 위주 통상흐름 전망”
수입국 관세·비관세장벽 철폐 주장 가능성 높아
한·미FTA 폐지 가능여부 두고 미 전문가들 이견
▲이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세계 경제침체와 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도 ‘미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강하게 주장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11월 21일에는 트럼프 당선자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 에너지산업 규제철폐 지시 등 ‘6개 분야 국정운영 원칙’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신자유무역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국제무역질서도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내 TPP 비준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여타 메가 FTA에 대한 논의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양자무역협정 위주의 국제 통상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은 복수국가간 또는 양자간 FTA도 재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농업통상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른 산업과 더불어, 수입국의 관세·비관세장벽의 철폐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은 중국과 멕시코(NAFTA)에 대한 교역조건 개선에 집중돼 있어 한국과의 교역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폐지 가능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법률 및 통상전문가들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능하다는 측에서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FTA는 행정부간의 협정으로 대통령이 폐지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불가능하다는 측에서는 ‘비준안 표결을 통해 제정된 FTA에 따른 시장개방은 새로운 법안 통과를 통해서만 취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각자의 논리로 밝히고 있다. 만일을 대비해 기존 한·미 FTA 이행을 점검하고,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한 한·미 FTA 수정협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농업분야의 경우 한·미 FTA 이행과정에서 피해가 큰 품목에 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미 협상력 제고에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이 통상분야에 있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자국의 농식품 수출에 유리하도록 SPS(동식물 위생 및 검역조치), 쇠고기, 쌀 수출확대 등 통상관련 압박이 심화될 전망이다. 또한 자국의 농식품산업 보호를 위해 비관세조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 미국시장 확대를 위한 대미 농축산식품 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TPP 등으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의 강화가 다소 지체되는 동안 우리나라 농업구조를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래 농업전망에 기초한 농업·농촌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맞게 법과 규정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 한국농어민신문 부설 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 15일 aT센터에서 ‘미국 트럼프시대, 농축산식품분야 어떻게 대응할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
최세균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좌장>
백진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이사
임정빈 서울대 교수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황명철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서면대체)
#종합토론
미국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TPP 탈퇴·FTA 협상 재검토 전망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산업보호를 최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공약이었던 만큼 충분히 예상된 부분이기도 하다.
백진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이사는 “트럼프 정권의 통상정책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FTA 협상 재검토 등 미국 국익에 우선한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고, 황명철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 당선자는 TPP 거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한·미 FTA 재협상 등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했다”고 전했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미국 국익 우선의 파격적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공화당이 행정부와 상·하 양원 의회를 모두 장악했다”며 “트럼프의 선거공약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임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주장은 FTA로 대표되는 무역자유화 영향으로 미국 제조업이 쇠퇴하고, 자국 근로자의 일거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잘못된 확신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미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농업, 서비스업 등에서는 무역자유화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측면을 간과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합리적인 참모들과의 대화를 해나간다면, 대통령 후보시절 말하던 보호주의적 강력한 입장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미 FTA, 개정이냐 폐기냐
쇠고기 추가 개방 등 압박 우려
미국이 앞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나간다는 전제에서, 한·미 FTA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광천 사무총장은 “실제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신호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가간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국이 추진하는 FTA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폐기는 이행하기 어렵지만 추가적인 압박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정빈 교수는 “미국은 한·미 FTA의 수정협상을 요구할 것이지만, 양국간 국민적 합의하에 국회를 통과한 FTA 협정을 공식적으로 재논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정협상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유리하게 수정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미국은 한·미 FTA 이행위원회를 중심으로 미국의 통상이익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수정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 예로 ‘쇠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금지 해제’ 등을 들었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의 쇠고기 추가개방을 요구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그간 현재 30개월령 미만으로 제한돼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30개월령 이상으로 확대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최세균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은 “미국이 쇠고기 월령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이 광우병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쇠고기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상현 부연구위원도 “쇠고기의 경우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이 미국의 움직임이 예측되는 가운데 김광천 사무총장은 “한·미 FTA는 농업분야 피해가 크다는 게 정설인 만큼 지금보다 더한 추가개방이 있을 때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임정빈 교수도 “미국의 개방압박에 대한 설득논리를 공격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TPP과 RCEP의 향후 방향성
미국 빠지면 TPP는 사실상 폐기
트럼프 당선자는 11월 21일에 6개 분야 국정운영 원칙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TPP탈퇴 선언이다. 앞으로 TPP는 어떻게 될까.
김광천 사무총장은 “TPP 협상에서 일본이 치고 나가는 분위기가 있는데, 미국이 언제까지 수수방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TPP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세균 전 원장은 “사실상 TPP는 폐기된다고 보는데, 일본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미국이 TPP에서 빠지면 발효가 안된다”고 말했다. TPP가 발효되려면 TPP 회원국(12개국) GDP의 85%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비준을 해야 하는데, 미국이 차지하는 GDP 비중은 60%다. 미국이 TPP에서 발을 빼면 발효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정빈 교수는 “미국이 TPP 탈퇴선언을 하긴 했지만, TPP 협상에서 합의된 국제규범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특히 SPS는 WTO SPS보다 더 구체화돼 있는 등 이 국제규범들은 미국의 선도적 주장에 의해 이미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던 내용을 기초로 투명성 강화와 무역 원활화라는 명분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 TPP가 폐기되더라도 글로벌 표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PP란 이름은 잊혀질 수는 있지만, 규범만 그대로 가져가서 TPP 회원국 중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례로 미·일간, 또는 미국·일본·호주간 FTA를 체결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고 임 교수는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이들 규범 중 농업 관련 규범에 대해 우리나라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국의 TPP 탈퇴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은 많지 않았다. 최세균 전 원장은 “RCEP의 탄생배경이 TPP에 대응해서 중국 주도로 간 것인데, 미국주도의 TPP가 안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주도의 RCEP을 그냥 살려둘 것 같진 않다”며 “TPP 회원국이자 RCEP의 핵심국가인 일본이나 호주 등이 자연스럽게 RCEP 협상을 추진시키지 않으면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농업 위한 농정부터
헌법에 농업 다원적 기능 명시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농업의 지속발전을 위한 농정과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광천 사무총장은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부터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일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 예산이 불확실성에 대비한 수단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농업예산 증가율을 국가전체 예산 증가율 만큼 늘리고, 무엇보다 FTA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 하는 농업을 위해서 스위스처럼 우리도 공익형 농업직불제 개념을 도입하는 데 농업계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사무총장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인력이 안정적으로 수급돼야 하는 만큼 정예농업인력을 육성·정착시키기 위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빈 교수는 ‘헌법’을 언급했다. 임 교수는 “최근 헌법 개정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데, 헌법을 개정할 때, 스위스 연방헌법 104조와 같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명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철학을 명문화하면, 농업·농촌문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피력했다.
황명철 센터장은 ‘식량자급정책’을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식량자급정책을 국가 핵심과제로 정하고, 장기적이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노동, 농경지 등 생산기반 강화를 통해 자급률을 제고하고, 쌀 중심 농경지 활용을 축산물 수요확대에 맞춰 논에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등 축산분야에서 농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황 센터장은 “미국 의존도가 높은 사료곡물 수입구조에서 탈피해 남미, 연해주, 러시아 등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정책도 적극 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상현·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