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date: Dec 14, 2016 6:44:11 AM
대상국 고려 '품종개발'·가격 경쟁력 확보돼야
▲ 본지가 11월 25일 개최한 ‘FTA시대, 수출 현황 진단과 발전방안 모색’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농식품 수출 현황을 진단하고 수출 활성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가공식품 등 식재료 수출…아세안 시장 제격
지난해 중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우리나라 농식품시장은 전면개방 국면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수입 농축산물 증가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수출 확대의 가능성이 확대되는 등 기회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 농식품 수출 현황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확대·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FTA시대, 수출 현황 진단과 발전방안 모색’ 전문가 좌담회를 11월 25일 개최했다. 좌담회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주>
△일 시 : 2016년 11월 25일 15:30~17:00
△장 소 : 농수축산신문 빌딩 3층 회의실
△주 최 : 농수축산신문
△좌 장 :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연구·경영 자문위원
△지정토론자 : 김상길 NH무역 채소과일수출부장, 박민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기획부장, 박원철 ㈜대관 상무, 이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상연구팀장,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수출진흥과장, 조영덕 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장
<가나다 순>
△정 리 : 이한태 기자, 최은서 기자
△사 진 : 엄익복 본부장
△김상길 부장 = 우리 농식품 수출의 가장 큰 문제는 매년 같은 제품을 가지고, 같은 시장에서 같은 바이어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팔고 싶은 것을 팔고자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 품종 역시 마찬가지다. 대상국의 문화를 고려한 품종을 개발하는 등 시장 상황에 맞는 품종개발 노력이 부족하다. 수출시장으로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곳이 효과적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이 팔리는 이유는 전자, 건설 등 분야에서 대기업의 진출과 한류 문화 콘텐츠의 확산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농식품 홍보에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다만 가격부분의 경쟁력은 확보돼야 한다. 대상국 소비자가 우리 농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미국·일본 등 고정 수출시장에서는 새로운 것을, 동남아·아세안 등의 시장은 기존 수출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해 시장 줌심의 수출 전략을 마련하면 우리 농식품 수출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다.
△박민철 부장 = 신시장 개척은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만큼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다면 수월해 질 것이다. 이제 농식품 수출은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성격을 달리해야 할 때다. 식자재 문화 등이 비슷한 동남아 시장이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남미 시장도 앞으로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페루 등에 숍인숍 개념의 안테나숍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황이다. aT 내부적으로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TF(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향후 새로운 마케팅 도구의 개발에서부터 신시장 개척 리스크에 대한 분담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타깃국가를 선정하고 각 국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 발맞춰 수입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을 주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과 같은 선진국으로의 수출에도 신경써야 한다. 선진국에도 수출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아시아시장에서 일종의 효과적인 마케팅이 되기 때문이다.
△박원철 상무 = 현재 중국 수출은 위기에 있다. 우리나라 가공식품의 대중 흑자무역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대외 정책 문제와 엮이면서 통관이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통관 불합격 비중이 높아지고, 통관기간도 길어져 판매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중국 정부의 통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회복 속도도 더디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는 중국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를 중심으로 직구, 역직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는 하루만에 20조원 매출을 달성할 만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시장은 이로 인해 갈수록 ‘죽을 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역시 해외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최근 aT가 중국을 타깃으로 개설한 웹사이트 등에 국내 농산물·가공식품 업체들이 많이 입점하도록 유도해 온라인 시장 파이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이상현 팀장 = 우리나라 농식품을 지속적으로 수출하려면 중국을 포함한 아세안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 인구도 많고 경제성장률이 빠르며 식자재 시장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들의 수출입 동향을 살펴봐도 아세안 국가가 제일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시장에 있어 전통시장 개척도 필요하다. 현재의 백화점, 고급마트, 한인마트의 위주의 현지 유통망을 현지시장으로까지 넓히는 것이 수출시장 다변화만큼 중요하다. 수출시 신선농산물은 운송비 부담의 증가도 문제지만 과연 그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일반적으로 신선농산물은 유통기간으로 인한 품질 저하 현상으로 인접국과의 교역이 많이 일어나고 해당 지역에 맞게 식문화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장거리 수출에는 신선농산물보다는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이 알맞다고 본다. 기존 수출 진흥 정책은 생산, 공급 쪽에 집중돼 최근 트렌드와 맞지 않다. 이제는 소비 수요에 맞는 품목과 새로운 소비군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영덕 부장 = 축산물 수출은 1999년에 한돈을 중심으로 3억5000만달러까지 이뤄졌지만 확대되지 못했다. 하지만 축산물 수출을 통해 국내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7개 축협이 지자체 등과 함께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우 수출 등에서 국내시장의 수급균형에 기여함이 확인됐으며 최근에는 삼계탕에서 높은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한강에서 삼계탕 3000그릇을 시식하는 행사 등은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K-Food, 한류 등 문화콘텐츠와도 결합하며 국내 수급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가가치를 기반으로 한 신수요 창출은 물론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계기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친 브랜드 난립보다는 단일 창구를 통한 수출이 진행되는 것이 혼란을 방지하고, 시장 질서를 무너지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농식품 수출은 국내시장과 생산농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고민하고, 진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품목 생산자들이 서로 피해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정삼 과장 = 우리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우리끼리의 경쟁에서 벗어나야 희망이 있다. 신선 농산물을 품목별로 싱글 데스크를 목표로 하고, 현지의 글로벌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하는 한편 K-Food 등 포괄적인 프로모션 기반 위에 인증, 스타상품 등 세부 프로모션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주요 시장인 중국시장에 대해서는 O2O(Online to Offline) 방식 B2B(기업간거래)를 추진하고,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식재료 시장 진출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문화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전세계 중상류층이 즐기는 태권도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아울러 K-Food 외에 국가 인증 농식품으로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면세점 히트상품 등에 대한 수출 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에서는 내년도에 수출사업 개편, 2023년 물류비 폐지 대응책 마련, 수출 통계 재정립 등의 사업을 추진하며 유관부처와 연계한 수출 확대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다.
△최세균 위원 = 수출에 있어 국가적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토대로 아시아와 동남아, 중동 지역에 ‘국가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종국에는 우리나라 이미지가 농산물 수출을 통해 긍정적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유통업체 중심의 수출시스템은 유통업체가 가장 이윤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이므로 농가단위의 협동조합이 가장 이상적이다. 다만 농가 단위에서는 아무리 조직화되더라도 수출 판로 개척이 어려운 만큼 품목별 창구 역할을 해줄 이른바 ‘종합상사’가 필요하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수출 초기단계에서부터 신시장 개척에 따른 위험부담을 함께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 농산물 수출 통계에는 농산물 외에도 가공식품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가공식품 수출이 우리 농업과 어떻게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농산물 수출이 세계 소비자들을 행복하게 하고 우리 농업인들의 소득이 증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한태 기자, 최은서 기자 lht0203@aflnews.co.kr, eschoe@af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