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일부터 美 농축산물에 최대 15% '보복 관세'
中, 미국 최대 농축산물 수출시장인만큼 농산물 겨냥
美, 대체시장으로 한국 지목해 수입 압력↑가능성 대두
가공식품까지 관세 확전하면 라면 등 수출 타격 불가피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확전되면서 국내 농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미국산 농산물의 대체시장으로 한국을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달 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해 농업 분야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0+10% 관세 인상'에 맞서 10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 총 2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 총 711개 품목에 대한 관세는 10% 높이며 맞불을 놨다.
중국이 농축산물로까지 관세 대응 범위를 넓히며 '2차 보복 관세' 부과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농축산물을 보복 수단으로 삼은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출 시장인데다 미국 농산물 주요 생산지는 텍사스, 아이오와, 캔자스주 등 공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분포한 지역이어서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에도 미국산 대두, 옥수수, 밀, 쇠고기, 돼지고기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미국 농산물 수출은 약 260억달러(약 38조원) 급감하며 미국 농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특히 당시 미중 무역전쟁 최대 화두는 '대두전쟁'의 발발으로 2018년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량은 75% 감소했다.
이에 미국에서도 관세 전쟁으로 공화당 전통 지지층인 농민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지적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 확전을 불사하고 있어 한국 농업이 양대국 간 새우등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미국으로선 중국이 미국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인 만큼 이번 관세전쟁으로 판로를 잃게 되면 한국을 대체시장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한 것도 한국에 거액의 청구서를 들이밀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기반인 농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내달 2일부터 외국산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의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월령 제한 조치와 블루베리, 체리, 사과 등 수입 제한 등을 문제 삼으며 수입량 확대 요구를 해왔다. 미국산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지연 등도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 사례로 거론하고 있다. 이에 이번 관세 전쟁과 맞물려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으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대체 수출시장으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 농산물 수입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며 "미국 관세 부과로 멕시코, 캐나다, 중국산 농산물의 대미 수출이 감소해 동남아 시장으로 몰리면 우리 농산물의 동남아 지역으로의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수입 쌀에 대한 513%의 고율 관세가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도 나온다. 서 원장은 "쌀의 관세가 513%로 매우 높아 미국이 쌀을 문제시 삼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미국이 쌀 관세 감축보다 저율관세할당(TRQ) 확대나 혹은 쌀을 지렛대로 다른 농산물의 수출 확대, 비농업 부문의 추가 개방이나 픽업트럭 등 미국의 민감 제조업 분야 관세를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푸드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미중 갈등 격화와 관세전쟁 확전은 상승추세를 탄 K-푸드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대미 K-푸드 수출액은 15억9300만달러로 전체 수출 시장 중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1.2%로 전체 증가율(9.0%)를 2배 이상 웃돌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로 예고한 수입 농산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대표 품목인 김치 수출이 가장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신선농산물 대미 수출액 상위 3개 품목은 김치, 배, 인삼류였다. 가공식품까지 관세 부과가 확대되면 라면의 수출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기준 K-푸드 1, 2위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수출 환경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번진다. 미·중간 농식품 교역량 감소로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농식품이 공급 과잉되면 K-푸드 역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대상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신선 농산물의 경우 남미나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대부분 고가여서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상승 비율이 더 높을 수 있어 불리할 수 있다"고 봤다.
김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미·중 관세전쟁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산 돼지고기, 대두 수입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두의 겨우 국내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돼지고기는 국내 총공급량이 늘어나 생산업계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K-푸드 수출은 가공식품이 견인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라면 등 가공식품까지 관세를 확대할 경우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먹거리에 대한 관세정책은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 밖에 없어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관세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나섰다. TF는 국제협력관을 단장으로 통상대응반, 수출대응반, 공급망 대응반으로 운영되고 자유무역협정팀, 농식품수출진흥과 등 10개과가 참여한다. 농식품부는 TF를 통해 통상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시나리오별 영향과 대응방향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