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22] 2010.03.24 빛의 신비

2010년 03월 24일 - [(자) 사순 제5주간 수요일]

빛의 신비

1단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심을 묵상합시다.

2단 예수님께서 가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3단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을 묵상합시다.

4단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심을 묵상합시다.

5단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심을 묵상합시다.

오늘의 말씀 (요한 8,31-42)

아브라함의 참된 자손

31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32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33 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후손으로서 아무에게도 종노릇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너희가 자유롭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십니까?”

34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

35 종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아들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른다.

36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

37 나는 너희가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너희는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38 나는 내 아버지에게서 본 것을 이야기하고, 너희는 너희 아비에게서 들은 것을 실천한다.”

39 그들이 “우리 조상은 아브라함이오.” 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면 아브라함이 한 일을 따라 해야 할 것이다.

40 그런데 너희는 지금, 하느님에게서 들은 진리를 너희에게 이야기해 준 사람인 나를 죽이려고 한다. 아브라함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41 그러니 너희는 너희 아비가 한 일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우리는 사생아가 아니오. 우리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오.”

4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하느님께서 너희 아버지시라면 너희가 나를 사랑할 것이다.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와 여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나를 보내신 것이다.

나눔거리

하느님의 자녀라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얼마나 있었나요? 얼마나 많은 시간 하느님이 만드신 작품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란 적이 얼마나 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이 만든' 제도와 법과 규법 그리고 사회의 편견과 사회적 명예와 부귀를 위해서 실패했을 때 혹은 좌절했을 때 항상 우리들은 자신을 돌아보며 자책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책은 결코 하느님의 자녀로 자라는 좋은 토양이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너희 아버지시라면 너희가 나를 사랑할 것이다.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와 여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예수님의 마음을 간직한다면 자신의 자책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사회적 통념에서 잠시 뒤쳐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아무런 희생과 고통없이 무엇인가 이루어내는 사람은 결코 자신의 의미를 되돌아 보지 못합니다.

깨어나는 고통없이는 새 생명이 탄생할 수 없듯이 자신의 현재 껍질을 깨내는 고통없이는 거듭나서 태어날 수 없습니다.

진리는 우리들을 자유롭게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창조하시고 돌봐주신다는 그 진리만으로 오늘 우리의 삶은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 인간들이 만든 그 수많은 명예와 부귀로 부터 우리 자신을 벗어나 온전한 하느님의 자녀임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기도문

사랑은 고통 - 닐 기유메트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 하나가 바람에 실려 언덕 꼭대기끼지 날아갔다.

도토리는 거기 누워 태양이 비추어 주는 동안 기분 좋게 햇볕을 쬐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이 그에게 말했다.

"귀여운 도토리야. 네가 아름다운 참나무로 성장하는 걸 내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아니?"

"해님은 지금 이대로의 저를 사랑하지 않으세요?"

도토리가 샐쭉해서 물었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말고. 하지만 네 전부를 사랑하기도 한단다."

태양이 대답했다. 도토리는 어러둥절하여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태양은 망설였다. 도토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진실을 말해야 했다.

"이를테면 이런 얘기야. 케케묵은(코니) 소리 같지만, 나는 현재의 네 도토리다움(에이코니티)을 사랑한단다."

태양은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서 말장난을 곁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너의 보다 깊은 자아도 사랑한단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도토리가 물었다.

"그건 네 안에 감춰져 있는 잠재력인데. 작긴 해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란다. '참나무다움'이라고나 할까."

"음, 그게…."

그는 태양의 말을 곰곰 생각하느라 입을 다물었다. 다시 말을 시작했을 때는 토라진 기가 많이 수그러들어 있었다.

"제가 참나무다움을 발전시키지 않더라도 절 사랑해 주실건가요?"

태양이 대답했다.

"아무렴 하지만 사랑할 것이 많지는 않을 거야. 그냥 도토리로 있다면 말이야. 반면 네가 참나무가 되는 데 동의해 준다면 내가 사랑할 것이 엄청나게 많을 거야. 내 말뜻 알겠니?"

도토리는 이해는 갔지만 어렴풋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 문제에 관한 한 도토리로 남아 있어서는 별반 재미있을 게 없었다. '결국 한 치밖에 안 되는 키로 뭘 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언제고 지나가는 다람쥐가 주워서 녹초를 만들거나 캄캄한 굴 속에 감춰 버릴 수도 있지. 그렇게 되면 모든 걸 잃게 돼.' 도토리의 생각이었다. 그가 말했다.

"좋아요, 해님. 기꺼이 참나무가 되도록 힘써 볼 게요. 하지만 아프지 않을까요?"

태양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시인했다.

"아마 아플 거야. 얼마간은 특히 처음엔 더 그렇겠지, 너도 알겠지만, 그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도토리는 겪어야 할 고통에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싹 바뀌었다.

"그렇다면 전 잘 모르겠는데요."

태양이 달랬다.

"얘, 귀여운 도토리야. 내 장담하지만, 후회하진 않을 거다. 언젠가 내게 감사할 날이 분명 있을 게야."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도토리는 마침내 두 손을 들었다.

"좋아요. 이제 어떻게 해야죠?"

태양은 필요한 것들을 죄다 가르쳐 주었다. 물론 과정 전부를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다. 도토리가 까무라치게 놀라버릴 터였기 때문이다. 첫번째 단계는 껍질을 깨고 뿌리를 내리는 일이었다. 도토리로서는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옛 모습을 잃고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토리는 군시렁군시렁 쉴새없이 투덜대면서도 용감하게 이 관문을 통과했다. 태양은 항상 곁에 있으면서 위안과 용기를 주었다.

두 번째 단계는 싹틔우기였다. 그 역시 어려운 일이었으나 고통은 휠씬 덜했다. 그 다음에는 그 싹을 강화하여 가녀린 묘목으로, 그러고는 관목으로 성장시키는 단계가 이어졌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옛날의 도토리는 태양에게 묻곤 했다.

"지금 이대로도 절 사랑하세요?"

그러면 태양은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아무렴, 사랑하고말고. 사실 난 점점 더 널 사랑하게 되는 걸. 네가 자꾸자꾸 더 사랑스런 모습으로 변해 거거든."

이렇게 도토리는 성장을 계속했다. 하지만 꼭 순탄하게만 되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단계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통이 두려워서, 그 단계에 그대로 머물기로 마음먹은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정체에서 오는 장애를 겪어야 했다. 침울한 단조로움과 진저리나게 일률적인 것, 그리고 답답스런 평범한, 그러니 결국 따져 보면, 그래도 성장의 고통을 따르는 편이 더 나았다. 최소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결국 태양에게서 용기를 얻어 다음 단계로 밀고 나가곤 했던 것이다.

가지를 뻗어 나감에 따라 어린 나무의 시야은 넓어졌다. 이제 그는 언덕 아래 계곡 전부를 바라볼 수 있었다. 곧 이웃 언덕 너머까지 볼 수 있게 되리라. 무엇이 보일까?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특히 새들이 그의 가지에 집을 짓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마침내 보잘것 없던 도토리가 참나무로서는 완전한 성숙에 다다른 날이 왔다. 그는 주위 언덕들 너머를 바라보다가 끝간데 없는 수평선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는 기쁨에 겨워 그 자리에 못박히듯 서 있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광경에 벅찬 감동을 어쩌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때 꿈결인 양 태양의 짓궂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제 알겠니? 자라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참나무는 다만 미소로 감사를 대신할 따름이었다.

『당신을 적셔 주는 사랑의 물줄기』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