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07] 2010.03.09 고통의 신비

2010년 03월 09일 - [(자) 사순 제3주간 화요일]

고통의 신비

1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피땀 흘리심을 묵상합시다.

2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매맞으심을 묵상합시다.

3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시관 쓰심을 묵상합시다.

4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5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오늘의 말씀 (로마 11,25-32)

25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이 신비를 알아 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기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 신비는 이렇습니다. 이스라엘의 일부가 마음이 완고해진 상태는 다른 민족들의 수가 다 찰 때까지 이어지고

26 그다음에는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시온에서 구원자가 오시어 야곱에게서 불경함을 치우시리라.

27 이것이 내가 그들의 죄를 없앨 때 그들과 맺어 줄 나의 계약이다.”

28 그들은 복음의 관점에서 보면 여러분이 잘되라고 하느님의 원수가 되었지만, 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조상들 덕분에 여전히 하느님께 사랑을 받는 이들입니다.

29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0 여러분도 전에는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불순종 때문에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

31 마찬가지로 그들도 지금은 여러분에게 자비가 베풀어지도록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지만, 이제 그들도 자비를 입게 될 것입니다.

32 사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불순종 안에 가두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

나눔거리

오늘의 복음은 용서에 대한 내용입니다. 몇번이고 용서를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라는 마태오 복음의 내용입니다.

용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하느님의 자비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하느님이 이 세상에 우리를 창조한 이유가 잘못되는 것을 지켜보고 그것을 벌 주기 위함이라면 오늘의 로마서 말씀처럼 그들의 죄를 없앨 때 그들과 맺어 줄 하느님의 계약은 필요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권선징악의 보편적인 사상으로 죄와 악은 결국 벌을 받음으로 끝나버리는 구조의 사고로는 하느님의 자비는 그저 선행을 베풀거나 우리에게 기회를 한번 더 준다는 의미가 강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순종하지 못하고 인간으로 지어야 하는 죄는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자신을 지켜보지 않고 하느님의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의식하지도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마서 11장 30-31절의 말씀은 우리에게 자비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해줍니다.

'... 여러분도 전에는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불순종 때문에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 ... 여러분에게 자비가 베풀어지도록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지만, 이제 그들도 자비를 입게 될 것입니다.'

미사 시간에 우리가 그토록 하느님의 자비를 원하는 것은 우리가 선을 제대로 행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정말 하느님의 자비 없이는 우리가 행하는 하나하나의 행동들이 정말 선한것인지 악한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행하는데 '하느님의 뜻'이라며 자신의 욕심이나 머리로 판단하는 것보다는 그저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불순종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하느님의 자비로 계약을 어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어가는 하루 하루의 양식을 얻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용서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담아 둔 미움이나 증오는 결코 하느님이 주신 마음이 아니며 그 마음을 담고 있으면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은사와 소명 그리고 자비의 하루 하루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이를 위해 용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용서하지 못해 받지 못하는 하느님의 자비를 위해서라도 몇번이라도 용서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기도문

기억해 주십시오 - 제이. 알 하페츠 (J. Al-harfez)

이 세상과 작별하고 떠난 후에도

저를 잊지 마십시오.

제 정신은 안개처럼 희뿌옇지만

제 마음은 수정처럼 맑습니다.

제가 온전하지 못하다고 하여 탓하지 마십시오.

제 마음대로 어떤 일에 대한

작은 기억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제가 반복해서 질문하더라도

화내지 마십시오.

저 역시 겁나고 혼든스럽습니다.

제 행동이 올바르지 않았다고

저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마십시오.

친절하고 참을성 있게

이제는 사라진 살아 있을 때의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제가 자주 천천히 걷는다고 하여

본향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화내지 마십시오.

이곳은 저의 본향이 아닙니다.

이제 이곳에서는

친숙한 것이 하나도 없고 안심되지 않습니다.

본향으로 돌아가면

제 기억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일어난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지 마십시오.

동무들이 먼저 떠났다고

옛집이 불타 버렸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마치 아이에게 대하듯 말하지 마십시오.

비록 제 행동이 어린아이 같을지라도

제게는 풍부한 인생경험이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말씀해 주시고

당신이 제 삶에 동행했던 추억의 장소를

이야기해 주십시오.

저는 기억을 떠올리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의 사랑과 친절을 느낍니다.

제게 세상을 보여주십시오.

자연과 음악과 예술의 세계를 보여주십시오.

저는 세상이 들려주는 신나는 정취를 잊었답니다.

제게 있는 얼룩들을 지우고

마음을 말끔하게 해 줄 도구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온전하지 못했던 제 과거에 대해 용서를 청합니다.

제가 기억할 수 있다면,

일일히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말로써 저를 위로하지 마십시오.

그냥 당신이 함께 있는 것으로

제 빈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요.

지금 있는 그대로인 저와

그리고 지난날의 저라는 사람을

그냥 사랑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