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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셴그라트의 방랑사제들 by 승정원
"신을 따르는 자는 장작과 같으니, 그 본분은 스스로를 태워 빛을 밝히는 것이라."
-아셴그라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오래된 경구.
펠가로프의 남쪽에 위치한 아셴그라트 산맥은
춥고 험난하기로는 아발로니아 전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지역이지만,
그렇기에 이곳에서 살아가는 정착민들은 억세고 강인하기로 유명하며, 이는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셴그라트 산맥을 찾은 여행자라면 모직 로브 한 벌과 너덜너덜한 가죽신, 나무지팡이 하나만을 의지한 채
거친 산맥을 누비며 신도들에게 구휼을 베푸는 사제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사제에게 가까이 다가간 이는 사제의 신체 일부-눈이나 한쪽 손목 같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도 있겠지요.
아셴그라트의 사제들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이 더 강력한 신성력을 발휘하기 위해 신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바치는 의식을 치른다는 것입니다.
이 의식은 자신의 일생을 온전히 신에게 바치기로 맹세한 젊은 사제가 원할 때,
산맥 곳곳에 위치한 교회에서 자격을 갖춘 사제에 의해 치러집니다.
젊은 사제에게 고통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먹이고,
날카로운 칼로 신체 일부를 도려낸 뒤 불로 지지는 이 의식은 죽음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지만,
수백 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인해 실패하는 일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산맥 남쪽의 신학자들은 신체 봉헌이 고대 이교의 인신공양 의식을 연상시킨다며 비난하고는 하지만,
아셴그라트의 주민들은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험준한 산지를 돌아다니며 빈자와 고아를 구제하고 병자를 치료하며
작물과 가축이 잘 자라도록 축복하는 것은 아셴그라트의 사제들이지,
따뜻한 남쪽에서 거들먹거리는 책상물림들이 아니니까요.
신체 봉헌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합니다.
남부의 신학자들이 논하는 가설은
이 관습이 에우로스인들이 아발로니아에 찾아오기 전부터 이 지방에 살고 있었던 고대인들의 것이었으며,
이후 신성 정교가 아셴그라트 지방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신체 공양의 의식을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셴그라트의 전승에서는, 먼 옛날 에우로스인들이 처음 이 지방에 도착했을 때
신성한 빛을 따르는 사제가 스스로의 몸을 불태워 사악한 이교의 신을 무찔렀으며,
후대의 사제들은 그의 뜻을 잇기 위해 스스로의 신체 일부를 신에게 바치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사제의 자격은 남녀 모두에게 주어지며, 그들간의 위계질서는 비교적 미약합니다.
방랑을 마치고 교회를 관리하는 나이든 사제는 다른 사제들로부터 특별히 존중받는 위치에 있으나,
그들도 다른 사제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