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뉴질랜드 마타마타, 호빗튼)
박진우
(뉴질랜드 마타마타, 호빗튼)
낭만을 잃어버렸다. 낭만으로 둘러싸인 도시, 샤이어에 있는 호빗의 집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까. 하루에 다섯끼를 먹고, 틈이 날때마다 콧담배를 피는 민족들 사이에서 살아낭만을 잃어버렸다. 낭만으로 둘러싸인 도시, 샤이어에 있는 호빗의 집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까. 하루에 다섯끼를 먹고, 틈이 날때마다 콧담배를 피는 민족들 사이에서 살아보면 다시금 낭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생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디테일하고, 그저 한 소설에서 나오는 종족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이 가는 호빗들, 그들이 사는 집을 가고 싶다.
호빗은 톨킨이 쓴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소인족이다. 샤이어라는 평화로운 마을에 살아가며, 콧담배를 즐기고 하루에 다섯번 정도의 식사를 한다. 저녁 노을이 질 즈음의 시간을 사랑하며, 호탕하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낭만 있는 종족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호빗의 진가는 성격에서 나온다. 호빗은 욕심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자신이 먹고 사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해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실천으로 옮긴다. 이런 성격 덕분에 전세계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반지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호빗인 프로도가 적임자로 채택 되었다. “제가 갈게요! 제가 가겠어요! 제가 모르도르로 반지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비록...가는 길은 잘 모르지만요.” 프로도가 반지의 제왕 1권, ‘반지원정대’ 에서 한 말이다. 그저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이라고 생각이 되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려는 성격, 나는 항상 호빗을 볼때 그 특유의 낭만에 젖어들곤 했다.
내가 앞에서부터 반복해서 말했던 낭만은 여러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에 의해서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성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고, 조금 더 쉽게 접근하자면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나 심리’ 라고 볼 수 있다. 영어로 romance라고 번역한 것으로 봐서는 ‘사랑’ 으로 연관 시킬 수도 있을 듯 하다. 한 마디로 정리해, 현실보다는 감성에 비중을 두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좋게 해석하자면 객관적이고, 냉정하다고 바꿔 말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이득을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차갑고 뻣뻣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낭만이라는 것은 사람을 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현실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지금 나의 꿈은 작가로, 현실 세계에 살면서 현실 밖의 세계, 다시 말해 비현실의 세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이 현실을 현실 그대로 본다면, 현실만큼 재미 없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현실적이기보단 엉뚱하고 딱딱하기보단 부드럽게 세상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현실 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호빗의 집과 같은 새롭고 낭만 있는 것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서서히 낭만을 잃어버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 집중하기도 벅찰 정도로 빠듯한 시간 속에서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하며 살다보면 너무 황망한 삶을 살게 될까봐 두렵다. 게다가 코로나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런 내가 지금 가고 싶은 곳이 바로 낭만 그자체의 삶을 사는 호빗들의 집이다. 소설 속 호빗들의 도시를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여 영화를 촬영한 곳이 뉴질랜드에 있다. 이름 역시 호빗 마을이라는 뜻의 호비튼. 이곳에 간다면, 적어도 진짜 샤이어에 간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호빗이 가지고 있던 낭만을 조금이나마 내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항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 재미있지 않다고 느꼈고,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너무 반복적이라고 느꼈다. 현실에 매이는 시간보다 나만의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가기를 원했다. 그런 삶이야 말로 즐거운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든지 나만의 세상으로 떠날 수 있다면 현실에서의 지루함과 힘든 것들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낭만이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도구임과 동시에 재미없는 현실을 벗어나 나만의 세상으로 보내줄 수 있는 비행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