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윤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김하윤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따뜻함을 잃어버렸다. 콜로세움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차가웠던 사람들의 끝이 드러났던 곳이니까. 사람들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을 보며 재미를 느꼈다. 쾌락만을 추구했던 사람의 결과가 그곳에 잠들어있다.
내가 이기적으로 변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옛날, 먼 기억 속의 옛날에는 나의 성공보다 내 가족, 친구의 행복이 더 중요했는데. 내가 좀 손해보고, 내가 좀 더 희생해도, 가족과 친구가 행복하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것 같던 때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학원을 다니며 입시에 관한 내용들을 들었다. 좋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으니 손해보는 일은 하지 말고, 오로지 성공을 좇으라는 말을 들었다. 남을 위해 하는 일들을 줄였다. 희생하지 않고, 봉사하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한 일들만 했다. 나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학원 버스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학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단어장 앱을 켜고 암기하기 바빴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같이 놀던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달리고 있었으니 노는 것은 사치였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내가 성공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곧 알게 되었다. 성공과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성공은 구름이었다. 비가 되어 떨어지고, 천둥과 번개를 불러오는 구름이었다.
로마 제국의 사람들은 어땠을까?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콜로세움이 버려지던 순간. 예루살렘을 약탈해서 지은 콜로세움이 다른 건축물의 자재로 쓰이는 것을 보고 성공만을 좇았던 것을 후회했을까.
내가 달리던 마라톤의 끝은 콜로세움이었다. 나는 성공이라는 구름에 가려진 진짜 따뜻함을 보지 못했다. 구름 사이를 나는 비행기에게도 창문이 있는데, 정작 나에게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창문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창문을 다 가려버린 것이 아닐까. 권력이라는 커튼으로. 돈이라는 커튼으로.
따뜻함이, 사랑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나의 세상에 싹을 틔울 수 있을까. 햇볕이 들게 할 수 있을까. 나의 태양을 다시 떠오르게 하려 한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이뤄내지 못할지라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