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걸어보기

③ 원서고개 작은 꽃밭

산책하듯 걷다보니, 만난 공간들 🚶‍♀️🚶‍♂

몇 송이 없는 라일락과 튤립이지만 큰 꽃밭을 꽉 채워준 것 같다. 그 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해진다. 꽃밭을 바라볼 때 참새와 집들이 잘 어우러진 그 풍경이 너무 예쁘다. 그것을 매일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굣길에 학교 정문에서 나와 원서고개를 힘겹게 올라간다. 오늘 하루도 힘들었는데 언덕까지 올라가려니 숨이 턱 막힌다. 그렇지만 언덕을 다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과 작고 예쁜 라일락, 튤립 꽃들이 나를 반겨준다. 몇 송이 없는 튤립과 라일락이 핀 작은 꽃밭이 등하굣길에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준다.

분명 작년에는 꽃이 없고 휑한 곳이었는데 올해 꽃밭이 새로 생겼다. 나에겐 마치 이번 중학교 입학 선물처럼 느껴졌다. 등교하다 처음에 봤을 때는 단순히 예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아침마다 마주하니 쓸쓸히 혼자 등교하는 나의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바람이 불어 꽃잎들이 흔들릴 때면 마치 등교하는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것만 같았다.

꽃밭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새들과 낮은 집들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꽃들은 짧은 봄에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잠시 아쉬워졌다가도, 지금 이 시간이라도 즐겁게 등교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가끔 등교하다 보면 어떤 아주머니가 물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몇 송이 없는 꽃들이지만, 앞으로 매년 새로운 꽃들과 함께 등하굣길을 맞이하고 싶다.

우리 동네의 다른 공간들에 비해 유명하지도 않고, 그리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곳이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이 꽃들을 내년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가영 ( 1학년 2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