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을 달리는 방법

2km 코스

우리 동네, 북촌을 달리는 방법 🏃‍♀️️🏃‍♂️

역사를 되짚으며 시간 달리기

#타임머신 #역사 #사계절_포토존 #낭만 #계동교회 #재동초 #정독도서관 #가회동성당

우리나라의 긴 역사를 유독 오래 지켜보고 함께한 현대 서울 속 과거도시 ‘종로구.’ 구석구석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는 골목들. 사계절 내내 포토존을 형성하고 있는 예쁜 거리의 모습, 옛 왕들을 모신 궁궐이 모여 있는 역사적인 장소들. 우리나라의 근세, 근대시대를 함께해온 우리 동네의 명소들. 타임머신을 타듯 옛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며 달려보면 어떨까?

1779년의 가회동성당부터 1895년의 재동초등학교, 1927년의 계동교회, 1977년의 정독도서관을 지나 지금의 현대까지.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 장소들의 의미와 꼭꼭 숨겨 있었던 이야기들을 찾아가며, 잊히고 있었던 역사를 우리의 코스를 통해서 꺼내 풀어보려고 한다. 우리 함께 이 장소들의 역사를 되짚으며 시간을 달려보자.

계동교회에서 시간을 거스른 시작

중앙중으로부터 시작하는 계동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기분이 좋다. 건물들 마다 정겹게 모여 있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계속 직진하다가 ‘북촌로 8길’ 간판이 보이면 코스의 첫 번째 장소인 계동교회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계동교회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깔끔한 느낌을 준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새하얀 건물과 그와 대조되는 거대한 검은 십자가. 이런 외적인 특징으로 인해 건물은 웅장하면서도 무언가 깊은 사연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계동교회의 첫 이름은 원동교회였다고 한다. 1927년 미남 감리회 선교사였던 스톡스 목사(한국명: 도마련, 1882~1968)가 현재 원서동에 있는 개인집을 빌려 첫 예배를 드림으로써 창덕궁 서쪽에 하나님의 복음이 싹트기 시작했고 한다. 당시 한국에는 독자적인 조선감리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 미남·북 감리회에서 선교사를 보내 새롭게 교회를 설립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계동교회는 미남감리회 조선연회에서 1927년 9월 13일 김상덕 전도사를 초대 담임자로 보낸 날을 교회의 창립일로 하여 기념하고 있다.

나는 재동초등학교를 등하교 하면서 계동교회 쪽을 많이 돌아다닌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교회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초등학생일 때는 그냥 단순한 동네 교회인 줄 알았던 계동교회가 이제 보니 뭔가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어느 공간이든 나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계동교회를 바라보니, 내가 예전보다는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계동교회 흰 건물과 검은 십자가의 대비가 공간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 준다.

역사적인 학교 재동초에서 추억소환하기

마치 작은 궁전 같은 계동교회를 지나 계동길 끝까지 가면 고소한 빵 냄새가 풍기는 파리바게트가 나온다. 그 고소한 향을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쭉 가다보면 보안관 아저씨가 밝은 미소로 항상 우리를 반겨주시는 ‘재동초등학교’가 나온다.

공간의 외관은 하얀색 건물 곳곳에 무지갯빛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서 아주 세련되고 예쁘다. 외부도 물론 예쁘고 좋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귀여운 내부가 더 좋다. 약간 초등학교의 앳됨과 귀여움을 표현하는 포인트랄까? 그리고 꼭 소개하고 싶은 재동초등학교의 매력 포인트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바로 취운정이다. 취운정은 재동초의 왼쪽 편에 있는 한옥식 정자인데, 뜨거운 여름에도 취운정에 앉아있으면 바람이 솔솔 통하면서 시원해진다. 그것 때문인지 취운정에는 항상 학생들로 붐빈다.

중국에서 13년간 살다가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이사를 오게 된 나에게, 재동초등학교는 내가 한국에서 다녀본 첫 학교이다. 비록 나는 재동초등학교를 한 학기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이곳은 나에게 한국문화에 적응하게 해주고 ‘친구들’이라는 크나큰 선물을 안겨준 의미 깊은 곳이다.

재동초등학교는 1895년 8월 30일에 개교를 한 유서 깊은 학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로 인해 폐교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재동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은 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재동초의 의미 깊은 역사가 더욱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재동초의 교문 옆에 있는 판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

사진 속 풍경에 기록되는 '정독'의 역사

재동초등학교에서 추억 소환을 마치고 ‘정독도서관’ 쪽으로 향하면, 뭔가 바쁘면서도 여유로워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게 된다. 횡단보도를 지나 보기만 해도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 빵집 ‘우드 앤 브릭’을 지나고,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 교육의 역사를 가득 품고 있는 ‘서울교육박물관’을 지난다. 그렇게 이어진 길을 조금 더 걷다보면 정독도서관 정문이 눈앞에 나타난다.

정독도서관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길 48’에 위치해 있으며, 휴관일은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이라고 한다. 이곳은 1977년 1월에 옛 경기고등학교 터에 개관한 시립도서관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면서 오래전 ‘사육신’과 같은 위인들이 거주하던 집터이기도 했다.

하얀 건물, 푸른 나무, 파란 하늘. 이게 내가 처음 본 정독도서관의 풍경이다. 눈앞에 펼쳐진 화사하고 청명한 광경은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했다. 도서관의 바로 앞에는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하얀 분수가 있다. 마음속으로 이 분수를 떠올릴 때면 앞서 말한 정독도서관 주변의 풍경까지 다 세세히 묘사되는 듯하다. 봄의 벚꽃, 여름의 푸른 나무,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까지도.

사실 나는 이번 달리기 코스를 기획하면서 정독도서관을 처음 봤다. 정말로 ‘처음’ 봤다. 그리고 보는 순간 나는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이 내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화사한 흰색 건물과 분수가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나무들과 정말 잘 어울렸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기분이 복잡했다. 내가 이런 곳을 모르고 있었다니, 왠지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북촌에 살면서도 아직 이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북촌에 처음 놀러온 사람들에게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이곳을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정독도서관에 있는 분수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뒤에 있는 정독도서관 건물과 분수가 사진을 화사하게 해준다.

가회동성당에서의 낭만적 마무리

정독도서관에서 나와 다시 재동초 사거리로 향한다. GS25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명품 삼청동 떡볶이와 가회동주민센터를 지나 계속 직진하다보면 ‘가회동성당’이 나온다. 정독도서관에서 가회동 성당을 가는 길은 우리가 아는 평범한 인도인 것 같지만, 길 주위에는 눈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게들이 있다. 조금 먼 듯도 하지만, 자신들을 열심히 뽐내는 가게들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금방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

가회동성당에 처음 방문하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옛날 건물인 한옥과 현대식 건물인 양옥의 조화가 참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곳을 문 앞에서 비스듬히 들여다보면 한옥 함께 성모상이 보인다. 성모상에는 성모 마리아와 성모 마리아의 무릎 위에 앉아있는 예수님이 조각되어있다. 앞에서 인사를 드리면 예수님을 사랑하시는 성모님의 마음이 우리 엄마, 아빠의 마음과 같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가회동성당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사(예수님을 만나는 길)를 시작한 곳이다. 이곳은 1779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첫 영성체 행사, 세례성사 등 다양한 미사와 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가회동성당에 간다. 예전에는 왜 가야되지, 귀찮다 등 여러 가지의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는데, 이번 활동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내 부정적인 생각들을 긍정적인 생각들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예수님께서 날 보고 싶어 하실 거야’, ‘기도하는 내 모습을 보시면 예수님께서 행복해하시겠지’ 등등. 이렇게 나의 생각을 바꾸니 이젠 성당에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현재 가회동 성당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미사 때를 빼고는 성당 문을 개방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중에 성당에 직접 들어가서 가회동성당을 눈으로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가회동성당의 이름이 적혀있는 기둥, 한옥으로 세워진 주변 시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현대와 옛것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코스 정보와 팁들

우리 코스의 거리는 ‘2.3km’이며 난이도는 ‘중’이다. 워킹타임은 대략 1시간 정도이고, 러닝타임은 대략 35분 정도이다. 만약에 보관하고 싶은 짐이 있다면 안국역 3호선 물품보관함에 보관하면 좋다. 우리 코스를 즐기면서 참고하면 좋을 팁은 아래의 4가지가 있다.

팁1) 물을 챙긴다. 달리다보면 목이 마를수 있기 때문에 물을 꼭 챙겨주도록한다 여기서 갈증이 날때마다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이 있을텐데 음료수는 마시면 마실수록 오히려 갈증을 더 유발하기 때문에 음료수보다는 물을 추천한다. 혹시나 물을 안가져왔다면 우리 코스의 3번째 장소인 정독도서관 밑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을 사먹도록 하자.

팁2) 노래를 듣는다. 노래를 들으면 뛸때 박자를 맞추어 뛸 수 있어 더 신나고 좋다. ‘ENHYPEN의 Fever’ 과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뛰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나 ‘ENHYPEN의 Fever’라는 곡은 빨라졌다 느려졌다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서 걸으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팁3) 친구와 함께 달려본다. 내가 친구와 함께 이 코스를 뛰어본 결과, 중간에 뛰다가 지칠 때가 있는데 정독도서관 그늘 아래에 있는 시원한 벤치 밑에 앉아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 무지 재미있다. 달리기를 오래 하려면 친구와 가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와 서로 의지하면서 한번 함께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팁4) 나의 마지막 팁은 바로 ‘런데이(Runday)’라는 어플을 깔고 달리는 것이다. 런데이는 나의 달리기 페이스, 내가 달린 곳, 달린 시간과 같은 정보를 알려준다. 앱을 통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나 확인할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한번 이 팁들을 실천하며 더 재미있게 달려보자!

※ 참고 자료 출처

이도담, 김태연, 홍채린, 박영민 ( 1학년 3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