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걸어보기

① 계동길

산책하듯 걷다보니, 만난 공간들 🚶‍♀️🚶‍♂

항상 밝은 분위기를 가진 계동길을 표현한 아이콘이다. 행복이라는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웃는 얼굴을 그렸다. 똑바로 서있는 모습이 아닌 뒹굴거리는 모습을 그려 자유로운 느낌을 나타내려 했다.

항상 딱딱한 분위기가 감도는 도시, 서울에서 밝은 분위기를 가진 작은 공간이 있다. 높은 회색 건물 사이에서 작지만 밝게 빛나는 이곳은 바로 나의 동네 ‘계동길’이다.

난 이곳을 ‘종로의 사각지대’ 라고 부른다. 삼청동, 익선동과 같은 종로의 유명한 거리들 못지않은 멋진 공간인데도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다른 유명한 거리들과 같은 ‘관광지’가 아닌, ‘마을’의 특징을 물씬 풍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동길의 장점은 친절한 사람들과 밝고 환한 분위기이다. 계동이 사각지대에 속해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것은 모두가 이웃이라는 말과 통한다. 어디를 가나 아는 사람들이라서 서로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웃는다. 덕분에 계동길은 24시간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계동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 며칠 전 계동부터 원서동 골목까지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했는데, 나는 그때야 비로소 계동길의 가장 큰 장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미로 같은 좁고 구불구불한 길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계동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 자주 놀던 복잡한 골목골목을 누빈다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서울에 살면서 서울이 ‘색 없는 도시’라고만 생각했다. 어릴 때 내가 보았던 서울은 회색 도로와 회색 건물 같이 색 없는 구조물만 끝없이 반복되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 후 발견하게 된 계동은 내가 알던 서울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다. 복잡하고 좁다란 길들, 그 사이에 들어선 한옥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은 나에게 서울이 ‘색 없는 도시’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끝없이 늘어선 지루한 대로변만 보고 자라온 나에게 계동의 미로 같은 길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계동길은 회색 빛깔 도시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이다. 종로와 북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계동길을 들러 산책하는 시간을 가지길 추천한다. 계동길이 산책하고 있는 당신을 기쁘게 맞아줄 것이다.

이서진 ( 1학년 1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