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느리게 달리기

#나는 이렇게 달려

달리는 사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

  • 댕이 생각 김민재 (1학년 1반)

  • 추억의 장소를 달린다 장윤서 (1학년 1반)

  • 거리와 음악 김세훈 (1학년 2반)

  • 달리기와 후달리기 송연우 (1학년 2반)


댕이 생각


나는 체력과 운동신경은 좋지만 땀이 많아서 조금만 운동하면 땀이 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홍조까지 있어서 달리기만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달리기가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고 주저앉아버리면 더욱 힘들어 지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우리 집 고양이이다.

우리 집에는 3마리의 고양이가 있는데 이름은 ‘알콩, 달콩, 댕이’이다. 이 친구들을 생각할 때면 달리기를 할 때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댕이이다. 예전에 댕이가 캣 타워에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땅바닥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꼬리뼈가 아팠는지, 꼬리를 만지거나 엉덩이를 만지면 손을 물거나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나는 이런 댕이가 무섭기도 하면서 귀엽다.

한때 내 말을 잘 따르게 하려고 마음먹고 댕이를 훈련시킨 적이 있었다. 그때 댕이의 최애 간식인 닭고기를 훈련하는데 다 써버리는 바람에 훈련은 성공적이었지만, 댕이는 돼지가 되어버렸다. 처음 댕이를 입양했을 때는 배도 불룩 튀어나오지 않았고 말랐었는데, 지금은 풍선마냥 배가 불러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하나의 매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훈련들을 통해서 댕이는 애교도 더 많아졌고,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들도 정말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친구들만 놀러오면 거실에서 놀다가도 냉장고 뒤에 숨기 마련이었는데, 지금은 나와서 앉아 있기도 하고 애교를 부리며 울기도 한다. 이런 댕이의 발전한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좀 과한 기대일 수도 있지만, 달리기를 할 때 댕이가 내 옆에서 같이 달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이럴 때는 별이(강아지)와 함께 달릴 수 있는 하림이가 부럽다. 내 반려동물과 함께 달릴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든 달리기라도 행복하고 힘이 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좋다. 댕이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물론 댕이를 생각한다고 해서 세상의 힘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힘든 걸 이겨내려면 나와의 싸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스스로와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면 너무 힘든 나머지 포기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항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럴 때마다 항상 댕이를 생각한다. 댕이 생각을 통해 수많은 감정들은 모두 사라지고, 긍정적으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 고양이 댕이는 내 힘든 감정들을 좋은 감정으로 바꿔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김민재 ( 1학년 1반)


추억의 장소를 달린다


추억의 장소를 달린다. 나의 추억의 장소는 경복궁이다. 항상 주위를 걸어 다니기만 했는데 학교에서 ‘달리기 챌린지’를 시작할 때부터 이곳을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면서도, 집 앞에서 고작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에 매일매일 달리기를 하기에 참 좋은 코스였다.

나는 3년 전, 이곳 북촌에 위치한 삼청동으로 이사를 왔다. 경기도에 살던 나는 서울의 야경,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관광객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지닌 이곳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당시 경복궁 야간개장을 했었는데, 밤에 환한 불빛이 나를 반겨주는 그 느낌은 최고였다.

글로 지난날을 추억하면서 현재 코로나 시국이 떠올랐다.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던 그때가 나에겐 추억으로 남았다. 집에서 매우 가깝지만 추억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이곳, 경복궁은 나의 추억의 장소이다. 지금은 이곳을 몇 번을 다시 달려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는 상반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이야기하면 추억 속의 코스가 점점 새롭게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달리다보면 벌써 집 앞, 옛날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북촌 한옥마을 삼청동 돌계단길에 도달하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사계절동안 변하지 않는 이곳의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달려본다. 그런데 신기한 느낌이다. 분명 변할 리 없는 코스인데,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걸어 다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길인 것 같다.

추억의 장소를 달리면서 나에게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다. 바로 이 코스를 점점 더 넓혀가면서 나만의 코스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난 언제와 다르듯 똑같은 추억의 장소를 달린다.

장윤서 ( 1학년 1반)


거리와 음악


미국 보스턴의 전설적인 감독 레드 아워백이 말한다.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으로 부터 씻어내 준다’고. 그는 끝없는 경쟁에 지친 일상 속에서 음악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4~5학년쯤에 이 글을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었지만, 다양한 걱정들로 두려워하는 요즘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음악이 나에게 전해주는 크나큰 위안을.

음악은 공허한 마음에 생명의 숨길을 불어준다. 멈춘 듯 차가운 심장을 다시 고동치게 해주고, 온몸에 전율하는 세포를 다시 심어준다. 음악을 들으면서 거리를 달리면 일상에 찌든 눈과 마음 때문에 못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보인다. 밤늦게 술을 퍼마시고 고함치며 깔깔대는 청년들, 설레어 땀나고 떨리는 손을 맞잡고 걷는 연인들, 늦은 저녁 소박한 불빛을 뿜는 전구를 달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는 액세서리 가게, 뭉게구름 사이로 피어나는 한 점의 붉은 태양. 모든 게 음악 속에서 아름답고 자연스럽다.

나에게는 달릴 때마다 듣게 되는 플레이리스트가 몇 곡 있다. 달리기를 마친 후에도 항상 흥얼거리며, 뇌리에 박혀 끄집어 낼 수 없는 노래들이다. 첫 번째는 장범준의 ‘잠이 오질 않네요’이다. 이 노래는 밤 달리기를 하면서 들으면 보다 감성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장범준의 목소리가 가장 달콤하고 로맨틱하게 녹음됐다고 생각하는 앨범이다.

두 번째 곡은 약간 특이한 케이스다. 잔나비가 오픈마이크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에서 부른 ‘creep’이라는 곡이다. 원래 부른 사람은 외국 가수지만 잔나비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너무나도 잘 소화시켜서 리스트에 넣었다. “You're so very special. I wish I was special. But I'm a creep. I'm a weirdo.”(넌 너무 특별해 나도 특별해지고 싶어 하지만 난 이상한 별종인 걸) 이 노래는 천사 같은 연인에 대조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동시에 그녀도 나를 알아봐 주었으면, 자신도 특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한 노래이다. 원곡은 락(rock) 느낌이니 역시 직접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짤막하게 두 곡을 소개해 봤다. 마지막으로 요즘 날 그 무엇보다도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책과 음악이다. 그중 음악은 내가 생각하기에 시대를 비추는 거울, 풍요와 감동의 상징이다. 우린, 아니 적어도 난, 음악을 들을 때 만큼은 공간이 뒤바뀌고 시대 속에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 모두 달리기를 할 때 가슴 떨리는 명곡을 들으며 기쁨에 취해보자.

김세훈 ( 1학년 2반)


달리기와 후달리기


”나가서 한 시간이라도 홍제천 걷고 와! 안 그러면 핸드폰 못 할 줄 알아!”

엄마는 나에게 자주 말한다. 엄마가 이렇게 말할 때마다 나는 ‘후달리기’를 한다. 홍제천에는 폭포가 있고 다른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좋았는데 매일 보다보니 별로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이곳에는 비둘기가 정말 많아서 너무 싫다. 걸으면 걸을수록 느려지는 발걸음과 점점 목이 타는 듯한 찝찝한 느낌도 아주 큰 문제다. 이런 단점 때문에 달리기 싫은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자꾸 후달리게 된다.

나는 현재 후달리기 중이다. 내가 후달리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체육시간 셔틀런을 할 때이다. ‘셔틀런에서 10개만 뛰고 들어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10개를 뛰고 나니 애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뭐라고 할 것 같아서 완전 열심히 뛰어버렸다. 그것 때문에 2km 조(중간 정도 실력의 그룹)에 들어가 완전 고생해 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체육시간 50m 달리기에서의 후달리기도 떠오른다. 대충 설렁설렁 뛰어야지 생각했는데 유다은보다 느리면 유다은이 나한테 ‘풉풉, 키키’ 할 것 같아서 열심히 뛰었다. 적어도 12초 안쪽은 되야 할 것 같아서 완전 열심히 뛰었다. 그 덕분에 유다은 보다는 좋은 기록이 나와서 내가 유다은을 놀릴 수 있었다.

후달리기는 몸으로도 힘들지만 머리로 생각만 해도 힘들다. 하지만 아마도 난 앞으로도 쭉 후달리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할 때 항상 내 의지일 수는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후달리기의 횟수는 줄여 나가고 싶다. 이제, 한번쯤은 내가 나의 의지대로 뛰려고 노력해볼까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송연우 ( 1학년 2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