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느리게 달리기

#나의 첫 달리기

달리는 사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

  • 「첫, 그 느낌」 서동일 (1학년 3반)

  • 「달리기의 달, 5월」 김명준 (1학년 2반)

  • 중앙중 아침 달리기 양단우 (1학년 1반)


첫, 그 느낌


처음 시작하는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잘못되면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포기하면 더 이상 그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하지만 그때 이런 마음을 이겨내면 나아가는 길은 훨씬 쉬워진다.

나도 처음엔 어떤 일을 해도 잘 안되면 포기하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방과 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한 적이 있었다. 조금만 축구를 하니 체력이 바닥나고 힘들어서 결국엔 끝까지 참여하지 못했던 일이 기억난다. 자신이 힘들어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그것이 세상 힘든 ‘달리기’라면 더욱 더. 그 순간의 마음을 이겨내면 세상이 뒤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상하게 설레고 재밌는 감정이 들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내가 언제부터 달리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는 달리기를 하는 이유도 의미도 모르겠다. 내게 첫 달리기를 할 때의 느낌은 사라진지 오래다. 언제, 어디서 했는지 기억이 사라진 것만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이 첫 달리기일 수도 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서 새로운 이웃과 새로운 공간을 만나는 것도 첫 달리기의 예가 될 수 있다. 나는 6살 때 상계동에서 종로구로 이사를 왔다. 그때 나는 두려웠다. 어린이집부터 친해진 친구들과 이제 겨우 적응하기 시작했던 유치원을 다 그만두고 이사를 간다니. 처음에는 슬프고 힘들었다. 친구들과 떨어져서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집으로 가서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자, 설렘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것이 첫 달리기의 기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나에게는 진짜 첫 달리기가 아닐까 싶다. ‘친구들에게 소외되면 어떡하지? 만약에 TV에서만 보던 왕따를 당하면 어떡하지?’ 수많은 걱정이 눈앞을 가렸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로운 친구들은 어떨까? 어색하지 않게 친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 걱정하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이 지나가자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만 남았다. 이렇게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나의 첫 달리기인 것 같다.

첫 달리기를 할 때 느꼈던, 그때 그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상상해볼 수는 있다. 설레고 불안한 기분이 공존하는 느낌. 그것이 첫 달리기의 느낌이 아닐까? 솔직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것도 첫 달리기가 아닐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내가 처음으로 달리면서 느낀 감정. 그것이 첫, 그 느낌이다.

서동일 ( 1학년 3반)


달리기의 달, 5월


나는 달리기가 싫었다. 내게 달리기는 너무 지루한 운동이었다. 동네에서 산책을 할 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야구, 농구,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그냥 앞만 보고 달리는 운동을 무슨 재미로 하나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들의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1학년은 시험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바로, 달리기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된 것이다. 강의를 듣고 집에 오던 길이었다. 문득 ‘한번 자세를 잡고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대로 자세를 잡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 3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달리는 내 모습과 내 몸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좋아졌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내 몸은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부터 나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요즘 런데이(Runday)라는 앱을 이용해서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달리기에도 사실 여러 가지 기술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페이스’라는 개념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나만의 페이스로 달리기를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오버페이스의 유혹을 이겨내고 에너지를 잘 분배하며 달려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래도 내겐 나만의 달리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달리기 듀오’가 있다. 바로 런데이 앱의 ‘30분 달리기 트레이너’이다. 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내가 힘들 때마다 한발 더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 내 듀오와 첫 달리기를 한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21년 5월 1일, 날씨가 화창했던 그날은 처음으로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에 도전한 날이었다. 도전이 거의 끝날 때쯤 숨이 넘어갈 듯 힘들었다. 하지만 내 듀오는 계속 할 수 있다면서 달리라고 했다. 그가 힘든 나를 놀리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가도, 또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아서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처음으로 30분 달리기를 완주할 수 있었고 성취감과 함께 동지애가 느껴졌다.

5월은 나에게 달리기의 달이었다. 나는 5월을 완주했다. 곤경에도 부딪치고 힘든 날도 있었지만 나는 결국 완주했다. 이제 6월이지만 지금도 뛰고 있다. 나는 5월을 완주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달리기를 준비하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 한다. 내게 완주는 다음 달리기를 준비였던 것이다.

내 인생에도 완주는 없을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라는 긴 달리기를 완주했지만 난 지금 중학교라는 달리기를 달리는 중이다. 중학교 달리기를 완주하면 고등학생으로서의 달리기를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내가 보일 것이다. 나의 달리기에는 완주가 없다. 나의 달리기는 매번 두근거리는 첫 달리기일 것이다.

김명준 ( 1학년 2반)


중앙중 아침 달리기


“아니!! 왜 아침부터 달리기를 해ㅜㅠ”라며 투덜댔다. 그 이유는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아침달리기에 나갔기 때문이다. 아침달리기란 8시부터 30분 동안, 성우 선생님을 따라 중앙중 운동장을 달리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나는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며 귀차니즘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침 달리기에 나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실 친구에게 아침에 달리는 게 뭐가 좋냐고 말은 했지만, 친구가 아침마다 너무 재밌게 나가는 것 같아서 조금 관심이 있었다. 처음엔 거의 반강제로 따라갔다. 아침부터 달리기를 왜 오게 만드냐고 친구한테 짜증을 냈는데, 지금은 미안하고 고맙다. 아침부터 땀을 흘리면 찝찝할 줄 알고 화부터 냈는데 의외로 중독되는(?) 느낌이 들면서 꾸준히 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는 피곤해서인지 아침달리기를 빼먹거나 늦게 나오는 날이 늘고 있다. 내가 예전처럼 귀찮아하며 꾸준히 나가지 않게 될까봐 조금은 걱정도 됐다. 그래도 학교 가는게 좋으니 계속 나가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지금은 아침달리기와 ‘달리기 챌린지’ 덕분에 매번 3km씩 달리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 반 달리기 순위 ‘9등’을 목표로 뛸 생각이다. 솔직히 처음으로 3바퀴를 뛰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시작은 그냥 1주일만 나오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바퀴를 뛰고, 또 한 바퀴를 뛰고, 또 한 바퀴를 뛰고 나니 어느새 3바퀴를 쉬지 않고 뛰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기분은 뭐랄까, 내가 열심히 용돈을 모아서 무언가를 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퀘스트를 깬 느낌.

나만 알고 싶은 그런 아침달리기의 기쁨이었지만 이 상쾌함과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감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 나처럼 금방 포기하는 친구들이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뛰었으면 좋겠다!

양단우 ( 1학년 1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