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느리게 달리기

#함께 달린다는 것

달리는 사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

  • 나와 발을 맞춘 친구에 대하여 이정우 (1학년 1반)

  • 함께 먹으면 양은÷2, 행복은×2 송승후 (1학년 3반)

  •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윤재 (1학년 4반)


나와 발을 맞춘 친구에 대하여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를 할 때 혼자 하는 것보다 가족이나 친구랑 같이 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게임도 같이 하는 게 훨씬 재미있고, 혼나는 것도 같이 혼나면 혼자 혼나는 것보다는 낫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이다. 달리기는 혼자 달리는 것과 같이 달리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혼자 달리면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혼자 해결해야한다. 하지만 같이 달리면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격려’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참을 달리다가 쉬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해져서 멈추려고 하면, 곁에서 “이제 곧 도착이야”라고 격려를 해주는 것이다.

이렇듯이 친구들과 뛰면 좋은 점이 정말 많은 만큼 나도 계속 친구들과 함께 뛰고 있다. 나, 은찬, 현우, 산, 서진, 성우, 병윤이가 나와 발을 맞추고 있는 친구들인데, 함께 달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함께 달릴 때의 친구들의 역할과 특징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먼저 서진이는 우리의 ‘길잡이’이다. 우리가 남산이나 한강으로 달리기를 하러 갈 때, 서진이가 지도를 보며 길을 안내했다. 서진이가 길잡이가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저번에 우리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갈 때, 서진이가 길을 안내한 이후로 우리의 길잡이가 된 것 같다. 또 서진이의 명석한 이미지가 길잡이랑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산이는 우리를 이끌어 주는 ‘지도자’ 역할을 해준다. 우리에게 약속 시간, 장소 등을 산이가 정하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한강과 남산도 산이가 정한 장소이다. 또 남산은 2시에 친구들과 만나서 갔고 한강은 12시에 친구들과 만나서 갔는데, 이것도 산이가 정한 시간이다. 이런 것을 보면 산이는 리더십이 뛰어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산이는 초등학교 때 회장에도 많이 당선됐던 것 같다.

병윤이와 현우는 우리의 ‘분위기’를 담당해준다. 우리가 힘들거나 지쳐있을 때 분위기가 다운되어있으면 온갖 드립을 해주며 우리를 웃게 해주기 때문이다.

은찬이도 우리를 웃게 만들어 주는데 병윤이, 현우와는 웃기는 방식이 약간 다르다. 병윤이와 현우는 계속적으로 개그를 해준다면 은찬이는 대화를 하다보면 그냥 갑자기 웃기다. 개그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웃긴지 모르겠다.

성우는 그냥 은찬이와 함께 놀아준다. 우리 반에서도 그런 것처럼 은찬이는 엄청 장난을 많이 치는데 성우가 장난을 잘 받아줘서 은찬이가 유독 성우한테 장난을 많이 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역할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난 나와 발을 맞춘 친구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를 할 때 나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봐야겠다. 그래도 내가 나와 발을 맞춘 친구들은 정말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앞으로도 이 친구들과, 우리가 발을 맞춰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계속 발을 맞춰 나가야겠다.

이정우 ( 1학년 1반)


함께 먹으면 양은÷2, 행복은×2


나는 학교에 가는 게 좋다. 그 이유는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혼자 달리는 것보다 인원을 많이 모아서 함께 뛰면, 이야기도 하고 놀면서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렇게 함께 뛰는 것이 훨씬 힘도 나고 재미도 있다. 함께 뛰는 사람은 많을수록 그만큼 행복한 거고, 그만큼 달리기가 더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함께 떠들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의지할 사람이 많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밖에서 혼자 달릴 때와 학교서 친구들과 함께 뛸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혼자 뛸 때는 나의 발소리와 내가 힘들어서 내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내 귀를 통과하는 바람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함께 달릴 땐 나의 발소리와 친구들의 발소리가 함께 들려서 발걸음을 맞춰 보자는 흥미로운 생각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혼자 뛸 때 들리는 나의 거친 숨소리가 같이 뛸 땐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친구와 수다를 떨어서 숨소리 대신, 말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좀 뛰다가 힘들면 걷기도 하고, 다시 힘이 생겼을 땐 다시 발을 맞추어 뛰기도 하는 것. 함께 달리는 즐거움이다.

‘함께 달린다’는 말은 달리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무언가를 한다’라고 해석을 하는 것이 조금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에 적용을 해보면, 혼자 풀 때에는 모르는 것도 혼자 머리를 싸 매야 하는 건데, 함께 문제를 푼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받을 동료를 얻는다는 것이다. 또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혼자 먹으면 함께 먹는 것보다 양은 많겠지만 심심하다. 함께 먹으면 양은 ‘나누기 2’가 되지만, 행복은 ‘곱하기 2’가 된다. 공식 같은 것이다.

달릴 때, 먹을 때, 놀 때, 싸울 때, 운동할 때 등등. 친구와 같이 하면 좋은 것이 엄청 많다. 요즘은 학교에서 플라잉디스크를 하고 있는데, 혼자 하는 것보단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경기를 할 때가 가장 재밌다. 지금은 ‘함께 달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 혼자 쓰는 것보다 지금처럼 친구들과 함께 쓰는 것이 훨씬 즐겁다. 물론 예외는 있다. 모든 활동을 함께 한다고 재밌는 건 아니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함께하면 더 재밌다.

송승후 ( 1학년 3반)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는 집순이다. 집순이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집순이와 ‘함께 달리기’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집순이에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은 큰 부담이 된다. 물론 모든 집순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낯가림이 심한 나의 경우에는 낯선 집단에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함께 달리기와 연관이 전혀 없을 것만 같은 집순이라도 달리기는 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집단이 원하는, 요구하는 사람으로 속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것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함께 달린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달리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은 나보다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겠지?’와 같은 생각들을 하며 눈치를 보는 일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나는 사람이 많은 단톡방에서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도 마음속으로 수차례 고민한 후 신중히 결정하여 올리는 편이다. 혹시라도 나의 문자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내 문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또 가끔 학교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말하고 싶었지만 튀고 싶지 않아서 그냥 말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주저 없이 말하는 친구들이 신기해 보였다.

글 처음에 말했듯이 나의 본질은 집순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 보다 혼자 집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게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에겐 집단, 사람과의 관계는 피곤한 일이었다. 그래서 요즘 내가 너무 관계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본질과 전혀 맞지 않는 성격으로 지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젠 깨달았다. 함께 달리는 집단에서 남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배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윤재 ( 1학년 4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