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걸어보기

⑤미미당 북촌 호떡

산책하듯 걷다보니, 만난 공간들 🚶‍♀️🚶‍♂

나는 미미당을 대표하는 것이 떡꼬치라고 생각하기에 큰 떡꼬치 그림을 넣었다. 나를 미미당으로 끌어당긴 떡꼬치가 마치 빨간 고추장 소스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떡꼬치한테 빨간 옷을 입혀줬다. 그리고 여기 사장님은 학생들에게는 500원을 깎아주시기 때문에 그 친절한 마음이 감사해서 500원 동전을 여러 개 넣어 보았다.

중앙중에서 쭉 내려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미미당 북촌 호떡. 이곳은 내게 위로, 행복이 되어 주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너무 바빴었기 때문에 이곳이 등하굣길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때 나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 미미당을 발견했을 때, 나는 학원시험을 망쳐서 일부러 집에 느리게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이 가게가 내 눈에 띄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빨간 고추장 소스를 입은 떡꼬치를 발견하자마자 마법에 걸린 듯이 미미당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미미당의 내부는 한마디로 호빵이다. 호빵처럼 따뜻했고 포근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들른 김에 떡꼬치를 먹으려 했는데 500원이 부족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원래 학생들은 내가 500원 깎아줘~ 1,000원만 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내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아주머니는 떡들을 기름에 퐁당 넣으셨다. 보글보글 잔잔하게 끓던 기름소리는 나른한 오후에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떡들이 다 튀겨지자 아주머니는 쨍한 고추장소스를 떡꼬치에 입혀주셨다. 떡꼬치가 예쁜 단장을 마치자 아주머니께서 내 손에 떡꼬치를 쥐어주셨다. 드디어 홍채린과 미미당 떡꼬치와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냠!” 떡꼬치를 한입 먹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같이 역사적인 만남이 되지는 못했다. 기름에 갓 튀긴 거라 그런지 너무 뜨거워서 소리를 지를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나른한 오후에 행복하게 계동길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떡꼬치를 만들어주신 아주머니께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뜨거웠지만 꾹 참았다. 입안에서 호호 떡꼬치를 식히며 냠냠 먹다보니 떡꼬치가 앙상한 꼬치만 남긴 채 사라져버렸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었다. 물론 이 따뜻함이 집에 가자마자 엄마의 파워 풀 가동 폭풍잔소리 ‘덕분에’ 바로 사라져버렸지만, 나름 좋았던 하루였다.

미미당 북촌 호떡은 나의 행복의 장소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음이 돌처럼 무거워질 때마다 미미당에 간다. 나는 행복이 멀리, 아주 멀리만 있는 것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행복은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같이 있다는 것을. 혹시 아직 자신만의 행복을 찾지 못했으면 우리 동네를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아도 되니까, 쉬면서 가도 되니까.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홍채린 ( 1학년 3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