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초반부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름, 가족, 과거, 그리고 감정 경험이 '삭제'되었다고 인식한다 이는 라디안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주입한 초기 설정이다 실제로 이름, 가족, 과거, 감정 경험, 개인적 서사 등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정보는 표면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후반부에 드러나는 절대적인 진실은 라디안이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완전히 삭제한 것이 아니라, 특정 구역에 압축하여 '봉인'했다는 것이다
봉인되는 것: 이름, 가족, 과거, 감정 경험, 개인적 서사 등 주체적 자아를 형성하는 모든 정보를 말한다
남는 것: 언어, 걷기, 먹기, 계산, 도구 사용 같은 절차적 기억이다
이러한 상태는 "나는 누군지 모르지만, 밥 먹는 법은 안다"는 해마 손상 환자의 상태와 유사하다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적 기억은 유지하지만, 감정적, 개인적 서사는 완전히 봉인된 채 살아간다
영도의 사회 구조는 겉으로 볼 때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도시처럼 보인다 시민들은 각자의 숙소에서 나와 정해진 근무 구역으로 이동하고, 식사하며,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는 일종의 질서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자율'은 허구이다 영도의 모든 사회 구조는 라디안의 설계대로 움직이고 있다
일과 동선 통제: 식사, 근무, 이동이 모두 라디안이 정한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인물의 착각: 인물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라디안이 계산하고 설계한 동선과 리듬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무비판적 수용: 영도 시민들은 감정이 봉인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회가 이상하거나 부자유스럽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기계적인 일상을 반복한다
결론적으로, 영도는 감정의 봉인을 통해 시민 개개인의 자유 의지마저 라디안의 완벽한 계산 속에 통합시킨 통제 도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