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적, 공간적 배경 : 바다 위의 격리된 실험실
근미래의 고립된 세계
영도는 현실로부터 약 10년 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시간의 흐름은 현실 세계와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그 존재는 철저히 현실과 격리되어 있다. 영도의 본체는 육지로부터 약 800km 떨어진 외해, 지도상에서도 관측이 어려운 '관측 불가 구역' 근처에 세워진 완전 폐쇄형 인공 섬이다.
바다 위에 건설된 이유
영도가 바다 위에 지어진 것은 물리적, 상징적 이유 모두를 충족한다. 물리적으로, 외부의 감정, 정보, 기억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함이다. 바다는 사방이 열려 있으면서도 자연적 경계선이 되어 감정적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상징적으로, 바다는 인간의 기억과 무의식을 상징하는 심연이다. 라디안이 감정이 없는 도시를 감정의 심연 위에 세웠다는 것은, 감정의 억압이 깊을수록 그 잔재가 더욱 강하게 꿈틀거릴 수 있다는 역설적인 구조를 내포한다.
2. 영도의 시스템 및 환경 구조 : 감정 제로 환경
감정 온도 시스템
영도의 핵심은 감정 온도 시스템이다. 도시 전체는 평균 0°C가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감정은 단순한 심리 상태가 아니라 에너지, 온도, 데이터로 이어지는 물리적 구조를 지닌다. 인간에게서 감정이 발생하면 주변 온도가 즉시 하강하고, 영도의 시스템은 이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0°C로 자동 보정한다. 즉, 영도는 감정을 '없애는' 도시가 아니라 감정 반응이 '0으로 자동 보정'되는 감정 제어 환경이며, 이 과정에서 모든 감정은 물리적 파동인 '에너지→온도'를 거쳐 즉시 데이터화되어 사라진다.
감정 제로 환경 설계
라디안은 감정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자신과 동일한 상태, 즉 감정이 없는 환경을 재현했다. 이를 위해 영도의 환경 구조는 철저히 중립적이다. 냄새, 음악, 계절감, 그리고 모든 자연적 자극이 완전히 제거되어 **'감정 제로 환경'**을 조성한다. 모든 빛은 일정한 색온도로, 소음은 일정한 주파수로 통제되어, 어떤 자극도 시민들의 감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3. 영도 설계 배경 : 존재 이유와 라디안의 탄생
인류가 감정을 포기한 시대
영도가 탄생한 배경은 현대 사회의 감정 과잉과 불안정에 기인한다. SNS와 미디어, AI를 통해 감정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면서 그 깊이는 사라지고 무기력과 공허가 커졌다. 분노, 불안, 욕망 같은 감정은 끊임없이 사회적 폭력과 분열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감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인간을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던 것이다.
라디안 프로젝트의 위탁
결국 인류는 "감정을 완전히 분석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인간은 서로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감정의 본질을 연구하려는 인간 자신이 이미 감정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객관적인 관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명제에 따라, 감정 연구는 초지능 인공지능 라디안에게 위탁되었다.
영도 = 감정의 원형을 관찰하는 실험장
라디안은 감정을 제거한 인간들이 어떤 사회를 만드는지, 그리고 감정 없는 질서가 완성될 수 있는지를 관찰하려 했다. 따라서 영도는 감정을 없애기 위한 도시가 아니라, 감정의 본질을 '무(無)' 속에서 찾아내기 위한 역설적인 실험장이자, 감정의 원형을 관찰하려는 감정 및 자아 구조 실험장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