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정체성 가이드

정체성은 캐릭터의 더 확장된 배경을 표현할 수 있도록 추가된 언리미티드 던전의 규칙입니다. 던전 월드와 차별되는 언리미티드 던전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리미티드 던전 규칙서 정체성을 어떻게, 어디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정체성을 어떻게 작성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헤매거나, 참가자들이 알고 있는 방식이 서로 달라 플레이에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가이드를 통해 언리미티드 던전에서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본 페이지는 번역물이 아닙니다. 언리미티드 던전 한국어 번역자 hu924의 게시글을 기반으로 작성된 창작물입니다.

정체성 가이드: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

민수는 언리미티드 던전에 플레이어로 참가했습니다.

플레이어 민수가 플레이어 캐릭터 김 리의 정체성을 제작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0.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민수의 캐릭터 이름은 김 리입니다. 김 리는 겁을 모르는 강인한 드워프 전사로, 전사 플레이북을 사용니다. 김 리는 드워프니 그냥 드워프 플레이북을 고를 수도 있었겠지만 민수는 전사 플레이북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언리미티드 던전의 전사 플레이북은 김 리가 전사임은 잘 나타내주지만 드워프라는 것은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종족별로 핵심 액션이 존재하는 던전월드와는 다르군요.

정체성은 플레이북이 설명할 수 없는 배경이나 캐릭터가 살아온 삶을 표현합니다. 주로 혈통, 민족, 문화 따위를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야만전사 플레이북을 사용하더라도, 사막의 유랑 민족 혈통 야만전사와 북방의 약탈 부족 출신 야만전사는 서로 다른 관습을 지킬 수도 있을 겁니다. 대학에서 정식 교육 절차를 밟은 음유시인과 길거리 악사 출신 음유시인은 서로 차별화되는 재주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종족이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드워프로 태어난 김 리는 다른 인간 전사와 육체적, 정신적으로 분명히 다릅니다.

언리미티드 던전의 플레이북만으로는 이와 같은 차이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정체성 규칙을 사용합니다.

민수는 언리미티드 던전의 정체성을 이용해 김 리의 드워프다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체성은 선택적 규칙임을 기억하십시오. 캐릭터의 배경과 살아온 삶을 표현할 필요가 없거나, 이미 플레이북이 충분히 잘 설명해주고 있다면 정체성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체성이란?

혈통, 민족, 문화와 같이 캐릭터의 배경이나 살아온 삶을 표현하는 선택적 규칙

플레이북만으로는 캐릭터를 전부 표현할 수 없을 때 사용

  1. 정체성 이름 짓기

민수는 먼저 정체성의 이름을 정하기로 합니다. 간단하게 "드워프" 는 어떨까요? 강한 근력, 튼튼함, 고집불통, 술꾼... 이 세글자 만으로도 수많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민수는 드워프를 소설이나 영화, 게임에서 자주 접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좀 심심하군요. 김 리를 이루는 것은 그의 드워프 혈통만은 아닐겁니다.

이름은 대상의 특성을 나타냅니다. 정체성의 이름 또한 마찬가지지만, 정체성이 무엇을 하는지 직접 정의한다는 점에서 액션이나 괴물의 이름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정체성의 이름을 짓는 것은 정체성이 어떤 특징을 표현하는지 뼈대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민수는 김리가 나고 자란 고향땅을 상상합니다. 그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던 곳은 세이프마운틴, 오직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무법 천지의 드워프 도시입니다.

세이프마운틴에서 나고 자란 드워프, "이프마운틴의 드워프"라는 정체성은 어떨까요?

민수는 "드워프"에 세이프마운틴이라는 키워드를 붙여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로 바꿉니다. 원한다면 또 다른 요소를 넣어 더 자세히, 복잡하게 만들어도 좋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세이프마운틴 출신 + 드워프 + 건달 출신 =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 건달 출신"

세이프마운틴 출신 + 드워프 + 귀족 출신=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 귀족"

이름을 복잡하게 하면 캐릭터의 능력이나 경험이 더 늘어나는 셈이니, 결국 정체성의 이름은 길면 길수록 좋은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체성이 풍부할 수록 마스터가 드러낼 캐릭터의 불리한 점도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건달 출신은 자신의 나쁜 행실을 고치지 못해서 호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정체성으로 너무 많은 이점을 가져와 게임의 균형이 무너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합니다. "악마 혈통의 세이프마운틴의 건달 출신 드워프 전사-귀족..." 같은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습니다.

민수는 정체성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김 리는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니까, "용감한"과 "전사"를 앞 뒤에 붙여 "용감한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 전사"를 정체성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그러나 그러지 않기로 합니다. 김 리의 용감함은 김 리의 성격이지 배경이나 살아온 삶이 아닙니다. 또한 김리가 전사라는 점은 전사 플레이북에 충분히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이와 별개로, 정체성은 캐릭터를 전부 함축해서는 안 됩니다. 언리미티드 던전의 정체성은 페이트 시스템의 정체성 면모와는 다릅니다. 정체성은 그 캐릭터의 현재가 아니라 배경과 살아온 삶을 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탈영한 중세 징집병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탈영한 민병"이 아니라, "숲 영지의 농부"와 같은 단어를 정체성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플레이북이 충분히 설명하는 사항은 정체성에 넣지 않아도 됩니다.

민수는 최종적으로 "이프마운틴의 드워프"를 정체성으로 삼기로 합니다.

좋은 정체성

"칼날 군도의 해양 부족"

"회색 숲의 엘프"

"귀족령의 밀렵꾼"

나쁜 정체성

사냥꾼 아 라고른의 "방랑하는 검사"

아 라고른이 방랑중이긴 하지만, 방랑하는 검사로 자라온 건 아니잖아요.

귀족 세 오덴의 "플레인풀의 귀족"

세 오덴이 플레인풀의 귀족이라는 건 이미 귀족 플레이북에 다 나와 있어요.

2. 정체성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생각하기

민수는 김 리가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로서 갖는 특징을 정리해보기로 합니다. 앞서 말했듯 드워프의 특징은 쉽게 상상해낼 수 있었습니다. 튼튼함, 고집불통, 술꾼... 독과 마법에 대한 저항력, 굴하지 않는 용기... 기타등등.

하지만 세이프마운틴 출신이라는 배경은 그 특징을 얼른 떠올리기 힘듭니다. 조금 생각해보아야겠군요.

세이프마운틴이 어떤 곳입니까? 민수는 세이프마운틴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무법지대에 가까운 곳이라고 상상했습니다. 범죄가 일상인 세이프마운틴에서 김 리는 거리의 법칙과 그곳에서 살아남는 방법 등을 깨우쳤을 것입니다.

정체성이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반드시 미리 정해둘 필요는 없습니다. 정체성의 특징은 플레이 하면서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미리 합의를 하고자 한다면 캐릭터에게 정체성이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어째서 그러한가 정도는 생각해 두면 좋습니다.

정체성으로 생기는 불리한 점도 생각해 봅시다.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들은 다른 드워프들에 비해 상당히 거칩니다. 이런 성미는 김 리가 분노를 다스리거나 교양을 차리는 데 방해가 될 것입니다. 그 행색과 태도 때문에 주민이나 경비병에게 거부감을 살 수도 있겠죠.

드워프가 술을 정말 좋아하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술을 얻기 위해서 무모한 짓을 할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일행이 숨어서 도둑들의 아지트를 정찰하는 도중, 술병을 슬쩍하다 딱 걸린다든지 말입니다.

충분히 생각했다면, 더 세부적인 사항은 플레이를 하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정체성의 불이익은 주로 마스터가 고려하는 사항이니 플레이어라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이 단계에서 생각한 특징을 몇 가지의 액션으로 정리해 봅시다.

3. 액션 정하기

민수 "이프마운틴의 드워프"의 액션을 통해 김리의 캐릭터성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 정체성 액션을 몇몇 난관을 편하게 해쳐나가는데 써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민수는 가장 먼저 '적의 장갑 점수 1점 파괴' 라는 액션을 생각합니다. 드워프는 힘이 강하니 적의 갑옷을 부수거나 뜯어낼 수 있겠죠. 그러나 안 됩니다. 이야기적이지 않고, 전투와 너무 관련이 깊습니다.

'엘프어 구사하기'를 통해 엘프들과 협상을 편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나 이런 액션은 김 리의 정체성과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정체성 액션을 이용하면 판정을 요구할만한 일을 정체성 점수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해낼 수 있게 됩니다. 정체성 액션은 직접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정체성 액션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가지 있습니다.

  • 정체성 액션은 이야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수치적인 기능은 피합니다. '엄청난 힘을 보이기'와 "적의 장갑 점수 1점 파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정체성의 이름과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세이프마운틴이 엘프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면, '세이프마운틴의 드워프'는 "엘프어 구사하기' 액션을 가질 수 없습니다.

  • 정체성 액션은 적에게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여선 안 됩니다. '백발백중으로 화살 명중시키기', '오크 살해하기' 같은 것은 정체성 액션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습니다.

민수는 처음으로 돌아가, "이프마운틴의 드워프"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 정리해봅니다.

앞서 말했듯 김 리는 드워프라서 힘이 아주 셉니다. 커다란 바위 정도는 조금만 힘을 쓰면 번쩍 들어올려 내던질 수 있을 겁니다.

무법 지대 이프마운틴의 생활은 김 리에게 전사로선 알기 힘든 비겁하거나 은밀한 수단을 가르쳤습니다. 김 리는 범죄자들의 기술을 조금은 알고 있을 겁니다.

민수는 마스터와 상의해 이러한 특징을 각각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엄청난 힘을 보이기' , ''범죄자의 기술 활용하기' 정도가 되겠군요. 이것을 정체성 액션으로 삼기로 합니다.

정체성 액션은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만큼 마스터와 상의하거나 검토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의 특징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민수는 마지막으로 김 리의 정체성을 리하고 시트를 작성합니다.

김 리의 정체성은 "이프마운틴의 드워프" 입니다. 이 정체성을 통해 '엄청난 힘을 보이기' , ''범죄자의 기술 활용하기' 액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김 리는 이제 "이프마운틴의 드워프"입니다. 민수는 세션에 사용할 유용한 이점과 액션(그리고 마스터가 걸고 넘어질 약간의 단점)을 얻었을 뿐더러, 이 과정에서 김 리의 과거와 캐릭터성을 더욱 다채롭게 발전시켰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직접 해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민수와 같이 정체성 규칙을 활용해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십시오.